나의 이야기 576

기도하게 해 주소서

기도하게 해 주소서 瓦也 정유순 간절한 소망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애절한 사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틈만 나면 기도할 수 있는 내가 되게 해 주소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저 기도만 하게 해 주소서 일상이 순조롭고 여유로울 때 게으름과 교만에 빠지지 않게 두 손 모아 간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해 주소서 오늘의 기쁨과 행복 고통과 불행은 찰나에 지나가는 한순간을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갓난아이의 밝은 미소 속에서 세상의 웃음을 배우고 걸림돌이 되는 돌부리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알게 해 주소서 부질없는 욕심을 멈추게 하며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먼저 사랑하는 내가 되게 해 주소서 더 따뜻한 가슴으로 항상 이렇게 기도하게 해 주소서

나의 이야기 2021.01.01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5)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5) (인권길과 국치길, 2020년 11월 17일) 瓦也 정유순 백범광장에서 한양도성의 남서쪽에 해당하는 성곽을 따라 숭례문 쪽 퇴계로로 내려온다. 특히 이쪽 도성은 숭례문에서 남산 정상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완전철거되고 조선신궁으로 이어지는 길을 냈었는데, 그 길이 퇴계로 쪽에서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소월로(素月路)다. 완전히 사라진 성벽은 복원계획에 의해 일부 복원되었다. 사적 제10호로 지정된 한양도성은 약 18.6km 대규모 성곽이나 현재는 약 13km 구간만 남아 있다. 숭례문은 한양의 남쪽에 있는 정문으로 태조 7년(1398년)에 완공된 국보 제1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에도 전화(戰禍)를 입지 않고 잘 버텨 왔다. 하지만 1907년 일본 왕..

나의 이야기 2020.12.04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4)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4) (인권길과 국치길, 2020년 11월 17일) 瓦也 정유순 일명 에 올라서면 ‘서울 위안부 기림비’가 있다. 기림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처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1991년 8월 14일)을 기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김진덕·정경식 재단 등 한국 교민이 중심이 되어 미국에 사는 중국·일본·필립핀 사람들이 뜻을 모아 서울시에 기증하여 2019년 8월 14일에 세워졌다. 8월 14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을 기리는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기림일’이다. 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160cm 크기의 세 명의 소녀(한국·중국·필..

나의 이야기 2020.12.04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3)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3) (인권길과 국치길, 2020년 11월 17일) 瓦也 정유순 서울유스호스텔 옆에는 가 있다. 기억의 터는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 고통받고 핍박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 아픔을 함께하고자 조성한 공간으로 남산공원 초입 푸른 숲이 우거진 공간에 자리한다. 기억의 터는 치욕과 극일의 역사가 혼재(混在)되어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통감관저가 있었고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을 이루는데 앞장섰던 일본 하야시 곤스케[林權助]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해방 이후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은 파괴됐고 통감관저도 철거되어 위치를 찾기 어려웠지만 2006년 남산 기슭에서 이라고 쓰인 동상 판석이 발견돼 관저 터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었다. 그 자리에 1904년 한일의정..

나의 이야기 2020.12.04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2)

가깝고도 먼 길 – 서울 남산(2) (인권길과 국치길, 2020년 11월 17일) 瓦也 정유순 3년 전 낙엽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질 때도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장충단으로 나와 남산으로 향했던 길을 따라 오늘처럼 계단을 올랐다. 장충공원으로 더 잘 알려진 장충단(奬忠壇)은 대한제국(大韓帝國) 때 명성황후 민비가 시해된 을미사변과 구식군인들의 처우 불만으로 일어난 임오군란(壬午軍亂) 및 갑신정변으로 순직한 충신과 열사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고종황제의 명으로 세워진 최초의 현충원(顯忠院)이었다. 지금은 일제의 만행으로 장충단은 철저하게 훼철(毁撤)되고 순종황제가 황태자 시절에 쓴 글씨 ‘장충단비’(서울지방유형문화재 제1호)만 외롭게 남아 있다. 이 비는 원래 영빈관(현 호텔신라) 내에 있..

나의 이야기 2020.12.04

동강의 비경 어라연 산소길

동강의 비경 어라연 산소길 (2020년 11월 21일) 瓦也 정유순 어라연(魚羅淵)! 예로부터 물고기가 많아 강물 속에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이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영월 동강의 비경 어라연을 찾기 위해 차가운 11월 하순의 새벽길을 나선다.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은 가을과 함께 떨어져 스산함이 더한다. 오늘 찾아가는 어라연은 동강(東江)의 12경 중 제11경으로 영월읍 거운리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장 부근의 삼옥탐방안내소 앞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고 감입곡류(嵌入曲流)로 흐르는 동강 여울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만지관리소’ 옆에는 전산옥(全山玉, 1909∼1987) 주막터가 있던 만지나루다. 만지(滿池)나루는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나의 이야기 2020.12.03

채계산(釵笄山) 비녀길

채계산(釵笄山) 비녀길 (2020년 11월 7일) 瓦也 정유순 가을바람 소슬(蕭瑟)하게 불어오더니 바람 끝은 바늘이 되어 옷 속으로 파고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와 남원시 대강면 입암리·옥택리 경계에 있는 채계산(釵笄山)이다. 새벽길 달려 도착한 곳은 순창군 유등면 유촌리 임시주차장이다. 섬진강이 유등면의 중앙을 흐르고 대구∼광주 고속도로가 관통한다. 주차장 주변의 밭에는 붉게 익은 수수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다. 쌀 대용으로 사용한 수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잡곡이었으며, 고량(高粱)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고량주의 원료로 쓰인다. 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지나 채계산 유등책암진출입로는 데크로 조성된 긴 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소나무 길 사이로 산책하듯 가볍다..

나의 이야기 202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