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강의 비경 어라연 산소길

와야 정유순 2020. 12. 3. 23:21

동강의 비경 어라연 산소길

(2020년 11월 21일)

瓦也 정유순

   어라연(魚羅淵)! 예로부터 물고기가 많아 강물 속에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이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영월 동강의 비경 어라연을 찾기 위해 차가운 11월 하순의 새벽길을 나선다.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은 가을과 함께 떨어져 스산함이 더한다. 오늘 찾아가는 어라연은 동강(東江)의 12경 중 제11경으로 영월읍 거운리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장 부근의 삼옥탐방안내소 앞에서 시작한다.

<삼옥탐방안내소>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고 감입곡류(嵌入曲流)로 흐르는 동강 여울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만지관리소’ 옆에는 전산옥(全山玉, 1909∼1987) 주막터가 있던 만지나루다. 만지(滿池)나루는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가 ‘떼꾼들 무덤’이라고 불리던 위험 구간으로 거칠게 흐르던 물이 어라연을 휘돌아 천천히 숨을 고를 때쯤 만나는 곳이다. 사지를 넘어선 뗏목은 전산옥 주막에서 따뜻한 국밥에 술 한 상에 쉬어가던 떼꾼들의 쉼터였다.

<동강유역생태경관보전지역 만지관리소>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 잠시 잠깐이라네.
돈 쓰던 사람이 돈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 맞은 국화라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가세요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띄어 놓았네.
만지산의 전산옥(全山玉)이야

술상 차려 놓게나.
<정선아리랑 중에서>

<전산옥 주막 터>
<어라연 길-생태숲>

   정선지방에서 베어낸 통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타고 내려와 된꼬까리 거친 물살과 목숨을 건 씨름을 벌이다가 겨우 빠져나와 주막의 주모 전산옥의 정선아리랑 한 곡조에 모든 시름 털어내고 다시 뗏목을 저어 서울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전산옥은 빼어난 미모에 입심이 좋아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잘 불러 인기가 최고였다. 그래서 만지산 전산옥은 서울에서도 떼군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했으며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동강-전산옥 앞>

   임도가 끝나고 자갈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어라연이 바로 코앞이다. 강가는 지난 홍수로 인해 쓰러진 나무와 쓰레기 등이 그대로 방치되어있고, 걷는 길도 많이 손상되어 불규칙한 돌들이 돌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졸졸졸 흐르는 동강의 물소리는 뗏군들의 노 젓는 소리요 겨울로 가는 여울목이다. 다시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오르면 어라연전망대다. 영월 동쪽에서 흘러오는 어라연은 영월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움에 감싸인 계곡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4호(2004년 12월)로 지정되었다.

<어라연 계곡>

   어라연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차량 출입이 통제되어 트레킹으로 잣봉을 경유하여 어라연을 돌아보는 방법(3시간 소요)과 래프팅을 타고 둘러보는 방법(2시간∼3시간 소요)이 있다.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강의 상부, 중부, 하부에 삼선암(三仙岩)이 있고, 3개의 소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소의 중앙에 암반이 물속으로부터 솟아있고 기암괴석들이 총총히 서 있는 모습이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이나 부처로 또는 짐승으로 그 모양이 달라진다.

<어라연 전경-안내도 촬영>
<어라연 삼선암 상부>

   전망대에서 어라연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하고 바튼 숨을 몰아쉬며 잣봉(537m)으로 오른다. 정상에 올라서면 어라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라연은 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푸른 물속에서 솟아오른 괴암괴석 틈새로 솟아난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그리고 옛날부터 선인들이 내려와 놀았다 하여 상선암 또는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했다. 어라연을 바라보는 잣봉은 소나무를 비롯한 숲이 우거져 동강과 어울려 신비감을 보여주는 산이다.

<잣봉 올라가는 길>
<잣봉 정상>

   어라연에는 수백 년 전 큰 뱀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운리에 사는 정씨가 어라연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줄을 당기고 있었는데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커다란 뱀이 나타나 정씨의 몸을 칭칭 감아 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 물속에서 황쏘가리 한 마리가 뛰어올라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로 배를 쳤고, 뱀은 피를 흘리며 물속으로 도망쳤다. 목숨을 구한 정씨는 집으로 돌아가 있었던 일을 가족 모두에게 들려주었고, 은혜를 입은 거운리와 삼옥리에 거주하는 정씨들은 황쏘가리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잣봉에서 본 어라연>

또한, 조선조 6대 임금인 단종대왕이 영월에서 죽자 그 혼령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기 위해 황쏘가리로 변하여 남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던 중 경치 좋은 어라연에서 머물고 갔다고 하여 어라연 상류인 문산리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도 단종대왕의 혼령인 어라연 용왕을 모시는 용왕굿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이 두 이야기는 황쏘가리가 어라연과 지역주민들을 지켜주는 수호자였음을 말해준다. 지금도 마을주민들은 어라연을 향해 마음을 담은 기원을 올리고, 뱀을 만나면 ‘황쏘가리!’라고 외친다고 한다.

<동강>

   뗏목이 흐르던 동강은 떼군들의 마음을 쏙 앗아 가버렸던 전산옥도 터만 남아 있고, 물살을 가르던 뗏목 대신 여름이면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강변을 따라 잣봉을 올라와 다시 거운분교 쪽으로 원점 회귀한다. 어라연이 있는 거운리(巨雲里)는 단애(斷崖)를 이루는 산마루에 ‘큰 구름이 걸쳐 있다’는 뜻이다. 1934년에 개교한 거운초등학교는 1992년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로 격하되었다.

<거운분교>

   거운교를 건너에 있는 삼옥리(三玉里)는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산간마을로 화전과 밭농사가 이루어지는 마을이었다. 동강 하류의 마을로 물굽이에 퇴적된 모래가 많아 ‘사모개’로 부른 것이 변해 ‘삼옥’으로 되었다. 또한 산여옥(山如玉), 수여옥(水如玉), 인여옥(人如玉)이라 해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삼옥리 주차장에서 버스로 한반도지형 전망대로 이동한다.

<거운교>
<동강-거운교>

   한반도지형은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에는 영월군 ‘서면’이었던 것을 2009년 10월 ‘한반도면’으로 행정구역 이름도 바꾸었다. 오간재 전망대에서 남산재 쪽을 바라보면, 한반도를 빼닮은 절벽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오간재는 이 절벽 지역을 처음 발견하고 외부에 알린 이종만 씨의 이름을 따서 ‘종만봉’이라고도 부른다.

<한반도지형 전망대 가는길>

   한반도지형의 절벽 지역은 동쪽으로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연상시키는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고 서쪽에는 서해처럼 넓은 모래사장도 있으며, 동쪽으로는 울릉도와 독도를 닮은 듯한 작은 바위도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땅, 한반도를 꼭 빼닮아 명소가 되었다. 평창강(平昌江)이 주천강(酒泉江)과 합쳐지기 전에 크게 휘돌아 치면서 동고서저(東高西低) 경사까지 더해 한반도를 닮은 특이한 구조의 지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한반도지형>
<한반도지형 뱃놀이>

   영월을 비롯한 주변 지역은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석회암지대(石灰巖地帶)다. 이 석회암을 채굴하기 위해서 피복을 벗긴 산들이 눈에 띈다. 이곳 한반도지형의 주변에도 위쪽으로 거대한 시멘트공장의 고로(高爐)가 보이고,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니 ‘석회석’을 채취하고 난 산의 상처가 내 살가죽을 벗겨낸 것처럼 가슴을 쥐어뜯는다.

<한반도지형 상류의 시멘트공장>
<한반도지형 탐방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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