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칠갑산-이공(裡工)인의 함성

와야 정유순 2017. 11. 12. 21:35

칠갑산-이공(裡工)인의 함성

(20171111)

瓦也 정유순

   19661월 이리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50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햇수를 세어보지 않고 바쁘게 세월을 잊고 살아왔던가? 지난 주(114) 총동문회의 원로동문초청으로 모교를 방문했을 때는 지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가에 눈물이 이슬처럼 맺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동문들의 화합을 위해 충남 청양에 있는 칠갑산으로 산행을 하기 위해 날씨가 제법 쌀쌀한 새벽부터 부산을 떤다. 오늘 따라 차창으로 비치는 떠오르는 태양은 모교와 동문들의 발전을 기원하는 양 더 눈이 부시다.

<떠오르는 태양-양재동 부근 버스에서>


   마지막 가는 가을을 부여잡으려고 단풍구경 가는 차량들이 도로를 꽉 메운다. 막히는 도로를 뚫고 도착한 곳은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 있는 천장호주차장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익산 등 다른 지역의 동문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낯이 익은 얼굴들도 많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참석한 나에게는 낯 설은 얼굴들이 더 많다. 그러나 어디서 여러 번 만난 것 같은 낯익은 얼굴들이다. 반겨주는 그 얼굴들은 마치 내 피붙이들 같다.

<천장호 황룡정>


   청양군 정산면(定山面)은 한때는 청양보다 더 큰 고을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청양군에 편입되어 면이 된 지역이다. 천장호(天庄湖)는 정산면 천장리에 있는 1,200의 농경지 관개용 인공저수지로 197212월부터 약 7년에 걸쳐 축조하여 1979년부터 담수를 시작했다고 한다. 칠갑산 냉천골의 맑고 깨끗한 계곡수가 주변 경치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호수로 청양명승 10선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절경이다.

<천장호 전경-동문 황전택님 촬영>


  뭐니 뭐니 해도 천장호의 명물은 2009년에 만들어진 길이 207, 높이 24m, 1.5의 현수교형 출렁다리이다. 가슴까지 설레게 하는 이 다리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가장 긴 출렁다리로 20178월에 인증을 받았다. 다리 건너에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승천을 꿈꾸던 황룡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이를 본 호랑이가 영물이 되어 칠갑산을 수호하고 있어 이곳으로 칠갑산을 오르면 황룡과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복을 받는 다는 그곳에는 황룡과 호랑이의 상()이 안전 산행을 기원한다.

<천장호출렁다리 전경>

<천장호출렁다리>

<황룡과 호랑이 상>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노래로 더 유명한 칠갑산(561m)은 충청남도의 중앙에 위치하여 동쪽이 두솔성지(자비성)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정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가 연계된 백제인의 얼이 담긴 사적지로, 19733월에 충청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리고 백제 때에는 이 산을 사비성(지금의 부여)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칠갑산을 향해 제천(祭天)의식을 행하였다고 한다.

<칠갑산 정상>

<칠갑산 정상의 상석>

<칠갑산 콩밭매는 여인상>


   그래서 산 이름을 만물의 7대 근원인 () () () 바람() 공기[()] 보고[()] [()]’ 등 일곱()자와 싹이 난다(草本初生之莩 始也 : 초본초생지부 시야)’는 뜻의 갑()자로 하여 생명의 시원(始源)이라는 뜻으로 일곱 가지가 으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 칠갑산이었다고도 하고, 또는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는 산이라 하여 칠갑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충남의 알프스라고는 하나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고 사방으로 쭉쭉 뻗은 능선이 아름답다.

<칠갑산 능선>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처음과 마지막이 경사가 가파러 숨이 차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조성되어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다. 미세먼지로 사방이 흐리게 보이는데, 남쪽의 금강은 한줌의 햇살이 비춰져 수면의 물살이 물비늘처럼 반짝인다. 맑은 날씨에는 부여가 한 눈에 다 보일 것 같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 보아도 백제 사비성의 진산(鎭山)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칠갑산 초입 계단-천장호 쪽>


   정상에서 내려오면 삼국사기에 나오는 자비성 자리에 19984월에 준공한 자비정이 나온다. 보통의 정자는 육각정 또는 팔각정으로 짓는데, 이 자비정은 칠각정으로 지은 게 특징으로 칠갑산의 자를 차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는 길목에는 국내 최대의 굴절망원경(304)이 설치된 천문대가 있다. 생명의 시원(始源)인 칠갑산에 천문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칠갑산 자비정>

<칠갑산 천문대>


  한티재 고갯마루 칠갑관장에는 주차장과 가게 등 편의시설이 있지만 면암 최익현선생의 동상이 압권이다. 면암 최익현(勉庵 崔益鉉, 18331906)선생은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구한말 외세의 역풍으로 국운이 흔들릴 때 관직을 뿌리치고 위정척사(衛正斥邪)운동에 앞장 서 국기를 바로잡으려 혼신의 힘을 다했으며, 일본에 의해 나라가 기울자 이곳 청양으로 세거지(世居地)를 옮겨 의병활동으로 지키려 했고, 끝내는 전북 태인에서 궐기하였으며 순창에서 일군에 패하여 잡혀 간다.

<면암 최익현선생 동상>


   대마도로 끌려가 옥살이를 하시던 중 왜인(倭人) 주는 음식을 먹는 것은 민족의 수치라고 생각하시고 곡기를 끊으시며 단식하시던 중 병을 얻어 향년 74세로 순국(殉國) 하신다. 면암선생은 해방 70년이 훌쩍 넘도록 친일청산을 못하는 후학들에게 가슴을 치며 통곡 하실 것 같아 선생을 대하기가 참으로 면구스럽다. 지금은 청양군 목면 송암리에 있는 면암의 고택에 모덕사 (慕德祠)라는 사당을 마련하여 위패를 모시고 매년 314일에 항일의거 기념 추모제를 지낸다고 한다.

<면암 최익형선생 동상 주변 전경>


   칠갑광장에서 대치면 방향으로 한티고갯길을 따라 칠갑산주차장 까지 내려와 청양군 대치면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동문들과 담소를 나누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지나온 일들은 분명 과거이지만 오늘은 여는 단초가 되고 내일이 있게 하는 미래이기도 한다. ‘본적(本籍)이나 국적(國籍)은 바꿀 수가 있지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것은 학적(學籍)’이라는 평범한 진리 앞에 생명의 시원인 칠갑(七甲)의 산에서 이공인은 하나로!!” 다짐한 맹세는 조용한 함성으로 다가와 새로운 출발로 이어진다.

<한티재의 단풍-동문 백운기님 사진>

<한티재의 단풍-동문 백운기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