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본큐슈올레길 다케오코스를 다녀와서

와야 정유순 2017. 11. 22. 09:52

일본큐슈올레길 다케오코스를 다녀와서

(20171118)

瓦也 정유순

   일본 열도(列島)를 구성하는 4개의 큰 섬 중 남단에 위치하는 큐슈(九州)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다.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여 출국수속 후 약2만 톤에 달하는 여객선 뉴 카멜리아호에 승선하여 밤 1030분에 후쿠오카(福岡)시의 하카타(博多)항으로 출발한다. 바닷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대한해협(大韓海峽)을 지날 때는 출렁이는 파도소리만 선박의 엔진소리에 장단을 맞출 뿐 사방이 고요하다.

<큐슈지도>


   다인(多人)실 좁은 선실에서 깊은 잠을 자고 눈을 떴을 때는 아침식사를 알리는 방송이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와 식당으로 내려와 조반을 한다. 배는 이미 새벽 다섯 시 경에 도착했었는데, 일본입국심사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지나가는 말로 왜 늦지?’하고 누구에게 물어보니까 이곳 관련 공무원들이 출근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긴가민가해진다. 입국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 같다.

<뉴 카멜리아호>


   하카타항에서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시에 도착한다. 다케오시는 사가현의 온천도시로 유명한 곳이며 최근에는 다케오올레길이 개설되어 찾아오는 한국 사람이 많다고 한다. 또한 사가현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납치된 장인들에 의해 발달하여 유명한 도자기 마을 아리타(有田)와 이마리(伊万里)가 있는 곳이란다.

<다케오온천역>


   다케오올레길은 큐슈지역에 있는 19개 올레길 중의 하나이다. 올레는 집 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2011311일 일본 동북지방 앞바다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로 한국의 관광객이 뚝 끊기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주올레길을 벤치마킹하여 큐슈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한 것인가? 한국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 같다.

<다케오올레길 지도>


   다케오올레길은 다케오온천역에서 출발하여야 하나 역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약1구간을 생략하고 역 앞의 주택가 공터에서 올레길을 시작한다. 다케오(武雄)시는 2006년에 시로 승격한 곳으로 학교나 관공서 등 주요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층 정도의 일본식 전통가옥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일본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나선(螺旋)형 육교를 건너서 주택가를 지나면 시라이와(白岩)운동공원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온다.

<일본전통가옥>

<나선형 육교>


   시라이와운동공원은 다케오 시민들이 평소 산책로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숲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은 부드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한 위도를 가진 곳이라 숲은 울창한 아열대림으로 뒤덮여 있다. 내 팔뚝 보다 더 굵은 크기의 왕대나무가 숲을 이룬다. 전망대에서는 인구 약5만 명의 조용한 소도시 다케오시내가 가까이 내려다보인다.

<시라이와 운동공원 입구>

<왕대나무 숲>

<다케오시 전경>


   다시 숲길을 따라 걸으면 소박한 사찰 기묘지(貴命寺)가 나온다. 절에는 죽은 자를 모시는 부도 같은 탑도 있고, 묘지도 함께 있다. 불이(不二)라 쓰인 일주문이 나오는데 생과 사가 둘이 아니고, 사람과 자연이 둘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법당으로 들어가는 옆으로는 작은 지장보살입상이 도열한다. 대개 우리나라의 경우 사찰은 산속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일본의 경우는 마을과 함께 있는 가 보다.

<토키가(土岐家)보살탑>

<부도탑?>

<15 의용사 비>

<일본묘지공원>


   사찰 벽을 타고 올라가는 붉은 담장이 꽃이 늦가을의 정취를 말해준다. 물 고인 웅덩이에 가을을 비춰보며 마을골목을 지나 이케노우치()호수 제방으로 올라선다. 이케노우치호수에는 낮은 산봉우리들이 산 그림자를 드리워 호수위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호수 주변으로 벚나무가 많은 것으로 보아 봄이면 화사한 벚꽃이 호수와 앙상블을 이룰 것 같다. 호숫가 쉼터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오전을 마감한다.

<붉은 담장이 꽃>

<호수제방 올라가는 길>

<이케노우치 호수>

 

   호수 위쪽에 있는 사가(佐賀)현립 우주과학관을 지나 트레킹 하기에 좀 어렵다는 A코스를 택해 휴양마을산악길(保養村山岳遊步道)을 따라 나선다. 산속에는 우리나라의 방죽 같은 작은 습지를 지나 키가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높이 올라갈수록 고사리류의 식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A코스 정상(頂上)에 올라서니 뾰족한 두 개의 봉우리를 한 미후네야마(御船山)가 바로 이마를 맞대고 있으며, 다케오시가 한 눈에 다 보인다.

<사가현 우주과학관>

<삼나무 숲>

<고사리 류> 

   A코스 정상을 넘어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면 B코스와 만나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다시 숲속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미후네야마 두 봉우리가 가슴에 안겨온다. 미후네야먀는 다케오시내 어디에서든 바라볼 수 있는 산이다.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 산을 배후로 하여 멀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올레길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할 것 같다.

<다케오 시내-미후네야마(산)> 

<A코스정상에서-미후네야마(산)> 


   다시 다케오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덴만구신사가 있다. 덴만구신사(天滿宮神社)는 일본 헤이안(平安)시대의 문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덴만구신사의 본사는 후쿠오카시 다자이후(太宰府)에 있다고 하며, 매년 합격이나 학업성취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덴만구 신사 입구> 

<덴만구신사>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은 장터에서는 다케오시 전통예능대회 공연이 한창이다.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의 모습은 어릴 때에 교복을 입었던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미후네야먀(御船山, 210)를 바라보고 높은 축대를 따라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면 다케오 산을 제사지내는 다케오신사(武雄神事)가 나온다. 다케오신사는 다른 신사에 비하여 규모도 크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다케오시 전통예능 공연>

<교복입은 일본 여학생과 함께>

<미후네야마(산)>


   다케오신사를 지나 대나무 숲 사이 길로 조금 더 올라가면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3천년 묵은 녹나무가 나온다. 녹나무 앞에 다가서자 마치 나무는 신들린 신목(神木)처럼 신령한 느낌으로 확 다가선다. 녹나무는 장뇌목(樟腦木) 또는 장수(樟樹)라고도 하는데, 깊고 기름진 토양이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재목·가지··뿌리를 수증기로 증류하여 얻은 기름이 장뇌이며 향료·방충제·강심제를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다케오 신사>

<다케오신사 주변 대나무 숲>


   거대한 녹나무 앞에 서니 말문이 막혀버린다. 3천년이란 세월동안 비바람에 견디고, 파란만장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지켜봤던 나무가 아닌가? 수많은 생명들의 명멸(明滅)을 보아 왔을 터이고 생로병사를 초탈한 신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줄기 가운데는 텅 비어 있으되 가지는 여전히 무성하다. 녹나무 밑둥치의 빈 공간은 이미 사원이나 다름없다. 나무 안에 천신(天神)이 모셔져 있고, 나무 아래에는 천신에게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마련되어 있다.

<녹나무>


   다테오신사 입구로 되돌아 나와 다케오시 문화회관 뒤편에서 다시 대나무숲길로 접어든다. 문화회관 옆 둔덕에 있는 3천년 된 츠카사키(司城) 녹나무 앞에 서자 다시 한 번 입이 쩍 벌어진다. 다케오신사 뒤편 녹나무는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해 사람들이 들어갈 수가 없는데, 이곳 녹나무는 거대한 나무줄기를 만지기도 하고 줄기 가운데 비어있는 밑둥치로 들락거릴 수도 있다. 다케오신사 녹나무가 범접하기가 어려운 근엄한 아버지나무라면, 이곳 녹나무는 기대고 싶고 품에 안기고 싶은 어머니나무 같다.

<츠카사키 녹나무 윗부분>

<츠카사키 녹나무 아래부분>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도 자신을 뽐내거나 드러내지 않는 녹나무는 백년도 못살면서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오만을 부리는 사람들을 말없이 품어준다. 자연이 가르쳐 주는 기다림과 겸손함을 다시 마음에 새기면서 나가사키가도(長崎街道)를 지나 사쿠라야마(桜山)공원 길을 생략하고 올레길의 종점인 다케오온천누문(武雄溫泉樓門)으로 향한다. 다케오온천은 130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이라고 한다.

<다케오온천관광안내원>

<다케오온천  누문>

<다케오온천>


   올레길 트레킹을 마치고 미후네야먀라쿠엔으로 이동한다. 미후네야먀라쿠엔(御船山樂園)은 미후네산(御船山)의 남서쪽 기슭에 위치한다. 1인당 600엔씩 입장료를 내고 순로(順路)를 따라 들어간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호수에는 깎아지른 미후네 산과 단풍이 저녁놀을 대신한다. 산책로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와 능선을 따라 넓게 자리한 철쭉동산은 화사한 봄날을 예약하는 것 같다.

<미후네야마라쿠엔(미후네산 낙원)>

<미후네야마라쿠엔 연못>

<미후네야마라쿠엔 철쭉동산>

<미후네야마라쿠엔의 철잃은 철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