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물소리길 3(강변 이야기길)
(2020년 3월 10일, 아신역∼양평역)
瓦也 정유순
양평 물소리길 3코스(강변 이야기길)는 아신역에서 출발하여 옥천면 아신2리 아오곡 마을로 들어선다.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 소리는 삼라만상이 움트는 생명의 소리다. 마을 뒤로 버티고 있는 상곡재를 질척거리며 넘어 아신1리를 지나 몇 개의 숲속을 지나면 물소리길 도보 3코스 인증대에서 인증 확인하고 길을 재촉한다. 이 구간은 오로지 사람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라 반갑다. 숲길 나무 사이로 옥천면 옥천리에 있는 양근향교가 보인다.
<아오곡마을과 상곡재>
<상곡재>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9호(1983년)로 지정된 양근향교(楊根鄕校)는 조선 중종 때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 노비 등을 지급(支給)받아 교관이 정원 30명의 교생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졌다. 봄가을에 공자를 제사 지내는 석전(釋奠)을 봉행하며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하고 있다. 현재 전교(典校) 1명과 장의(掌議) 6∼7명이 운영하고 있다.
<양근향교 원경>
옥천리는 옥천면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을 따라 사탄천이 흐르다가 남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옥처럼 맑은 우물이 여러 군데 있어 옥천리라 하였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대월리, 교촌리, 사탄리 일부를 합쳐 형성되었다. 자연마을로는 대월리, 섶다리, 옥터, 창말 등이 있다. 대월리는 옥천리의 동쪽 마을이라 하여 동부라고도 불리며, 섶다리는 향교마을 남쪽 마을로 예전에 섶다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옥터는 고읍내 서쪽 양근 고을의 감옥터였는데 현재는 대장간터가 되었다. 창말은 고읍내 남쪽 마을로 모래여울이 있고 사창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옥천교차로-중부내륙고속도로(상)와 중앙선 전철>
사탄천은 옥천면 용천리에서 발원하여 남서 방향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한강수계의 지방하천이다. 계천 수계는 본류와 1개의 소하천인 신복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역 상류 지역에는 동서 방향으로 편전산과 봉재산 등이 있어 산지하천을 이루고 있으며, 중류 지역에는 농경지와 취락지가 분포하고 있다. 하천의 경사도는 상류부가 1/31, 하류부가 1/134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유역 중·하류부에는 37번 국도가 하천을 가로지르며 지난다.
<사탄천>
산길을 빠져나와 사탄천 옆 옥천레포츠공원에서 잠시 비도 피하면서 휴식을 취한 다음 아신교를 건너 옥천면사무소 앞을 지난다. 옥천면(玉泉面)은 경기도 양평군의 서부에 위치한다. 신복리(新福里)·옥천리(玉泉里)·아신리(我新里) 등 4개 리를 관할 한다. 조선 시대 1747년(영조 23) 양근읍치(楊根邑治)를 갈산리(현 양평읍)로 옮긴 후 고읍내면(古邑內面)으로 부르다가 1914년 고읍면이 되었고, 1931년 옥천면으로 개칭되었다. 문화재로는 사나사(舍那寺)와 양근향교, 함왕성지(咸王城址) 등이 있다.
<옥천면사무소>
옥천리는 냉면마을로도 유명하다. 양평군이 1999년도 조성한 모범마을에 위치하며 55년 전통의 옥천냉면은 면발이 굵으면서도 쫄깃쫄깃하고 튕길듯 탱탱하며 한우 수육과 동그랑땡 완자를 곁들여 먹는 맛은 더욱 일품이라고 한다. 현재 냉면마을에는 옥천면사무소를 중심으로 경강국도 제6호 옥천교차로까지 20여 개의 음식점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옥천교차로 위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경의중앙선 철로가 교차한다.
<옥천냉면거리>
옥천리를 벗어나면 양평읍 오빈리다. 오빈리(梧濱里)는 조선 시대에 오빈역(梧濱驛)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오빈역말이라 하였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고읍면 덕곡리, 용암리, 응암리, 사탄리 일부를 합쳐 오빈리라 하였고 양평읍에 편입되었다. 자연마을로는 덕구실, 새말, 안골, 용배미 등이 있다. 덕구실은 덕바위 서쪽의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새말은 옹기점이 생기며 형성된 마을이고, 안골은 용배의 안쪽 마을이며, 용배미는 덕바위 북쪽의 마을로 동네 가운데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고 한다.
<오빈리 앞 남한강>
오빈리로 접어들면 덕구실나루가 있었던 곳에는 덕구실보도육교가 대신한다. 일명 오빈나루라고도 하며, 강상면 병산마을과 양평읍 오빈리 사이를 건너던 나루다. 나룻배는 10명가량이 타는 작은 배였으며 뗏목이 가끔 들렀다고 한다. 주로 병산리 사람들이 일을 보기 위해 건넜고, 덕구실마을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이용하지 않았다. 나루터는 팔당댐이 준공되면서 수몰되었다.
<덕구실보도육교>
양평읍 오빈리에는 사설 <양평들꽃수목원>이 있다. 남한강 변에 위치해서 강변의 정취와 꽃들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야생화 전시원에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 200여 종이 전시되어 있고 자연생태박물관에는 각종 생태계의 표본과 실물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강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강변산책로, 열대식물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열대식물원, 자녀에게 각종 식물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주는 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양평들꽃수목원-2019년10월26일>
들꽃수목원 앞 덕평천을 건너면 천주교 양근성지가 나온다. 양근성지는 한국교회 초기 신앙공동체의 지도자 역할을 했던 하느님의 종 권철신(암브로시오)ㆍ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형제와 권상문(세바스티아노) 복자 등 양근 지방에서 태어나고 순교한 순교자들을 현양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권철신은 한양 이벽(李檗)의 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자인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양근으로 내려왔다. 양근(楊根)은 한국천주교의 요람이기도 하고 충청도와 전라도로 전파한 한국교회의 뿌리를 내린 성지(聖地)로 꼽힌다.
<양근성지>
양근성지를 지나 물안개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꽁지머리 시인 황명걸(1935∼ )의 시비가 보인다. 시비의 뒷면에는 황명걸 시인 행장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그 위로 두상이 있는데 앞에는 얼굴 형태가 없는 평평한 면에 ‘꽁지머리를 좋아했던 한국의 아이 황명걸’이라는 글이 적혀있고, 뒷면은 역시 꽁지머리다. 황명걸은 평양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문리대 불문과 3년 중퇴했으며, 1962년 시인 등단 후 시작 활동을 하다가 양평에 둥지를 튼 최초의 중앙문인이다.
<황명걸 시비>
물안개공원 국도변으로는 세 개의 인공폭포 소리에 맞춰 가수 김종환의 노래비에서는 <사랑을 위하여> 등 그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김종환의 이 노래는 110만장이 팔리며 1998년 골든디스크 대상(大賞)을 수싱한 밀리언셀러다. 30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선정된 이 노래는 김수환 추기경의 애창곡으로, 김 추기경의 마지막 미사에서 합창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종환은 실제 시인으로 활동하며, 작사 작곡까지 하는 가수다.
<떠드렁산 인공폭포-2019년10월26일>
<물안개공원-2019년10월26일>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너를 부르리∼♩” 무명시절 김종환이 홍천 처가에 가던 중 양평의 남한강 변에서 피곤한 몸을 잠시 쉬다가 강에 피어오른 물안개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즉석에서 기타를 들고 작곡한 곡이 <사랑을 위하여>다. 이 노래가 지금의 김종환을 있게 해준 노래다. 1990년대 이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양평군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가수 김종환 노래비-2019년10월26일>
물안개공원이 있는 언덕 같은 작은 산이 떠드렁산으로 새벽이면 남한강의 자욱하게 깔린 물안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산 정상에는 떠드렁산의 다른 이름인 ‘고산(孤山)’의 이름을 딴 고산정(孤山亭)이 자리한다. 이 산에는 이괄과 청개구리 이야기 있는 산이다. 무엇이든 반대로 하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어미 청개구리가 돌아가실 때 묘자리도 반대로 할 줄 알고 강가 모래에 묻어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들 청개구리는 마지막 효도로 알고 진짜로 강가에 묻고 비만 오면 물에 쓸려 내려갈까 봐 운다는 이야기다.
<고산정>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조선 중기 <이괄의 난>으로 유명한 이괄(李适, 1587∼1624)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반대로 하는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 평소 풍수지리에 밝은 아버지가 용문산 정기가 뻗어 모여 있는 떠드렁산 바위 밑에 묻어달라고 하면서, 이괄이 반대로 할 줄 알고 “내가 죽거든 거꾸로 묻지 말고 바로 묻어다오”라고 하며 죽었는데, 그 이유는 이곳 지세가 반은 용이고 반은 사람인지라 거꾸로 묻어야만 죽은 후에 용으로 승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괄은 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할 수 없어서 바로 묻어드렸고, 아버지는 승천하지 못해 훗날 이괄의 난이 결국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떠드렁산>
<양근섬>
물안개공원에서 국도를 따라 양근사거리 쪽으로 내려오면 길 건너에는 양평군민회관과 군립미술관 등 군민의 문화생활 지원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양근대교 밑으로 하여 양근천 산책로로 내려오면 물소리길 3코스 종점인 양평역으로 이어진다. 양근천 가운데에 우뚝 선 미루나무가 당산나무처럼 서 있다. 양근천(楊根川)은 양평읍 공흥리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흐르다 6번 국도 인근에서 서쪽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한강수계의 지방하천이다.
<양평군민회관>
<양근천 미루나무-2020년2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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