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랑재 한마당
(2019년 9월 26일)
瓦也 정유순
국회는 가을을 맞아 2019년 9월 26일 오후 7시 30분 전통한옥 사랑재에서 ‘국가무형문화재와 함께하는 국회 사랑재 한마당’을 공연했다. 공연이 열리는 사랑재는 국회를 방문하는 외국 귀빈들에게 전통한옥의 멋과 문화를 소개하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1년 건립됐다. 이번 ‘국가무형문화재와 함께하는 국회 사랑재 한마당’을 통해 일반인에게는 2018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그 내부가 공개된 셈이다.
<국회 사랑재 정면>
이번 공연은 전통한옥의 정감 있는 공간미를 살린 ‘옛 사랑방의 전통음악회’ 형식으로 대청마루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더불어 정재국 명인과 이‧전수자들이 대취타, 피리 독주곡 및 합주곡을 통해 한국의 전통악기 중 부는 악기인 취(吹)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打)악기가 어우러지는 우리 전통음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특히 정재국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이자 우리나라 궁중음악과 정악의 전통을 지켜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국회 사랑재 측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국회의 다짐이 들어있는 사랑재에서의 이 공연이 국민과 소통하는 작은 한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라며, 이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우리의 전통한옥 사랑재에서 울려나오는 전통음악의 정수를 느껴보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 공연의 관람권은 ‘국회문화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한 국민 100여명과 함께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부는 악기인 취(吹)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打)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뜻에서 ‘대취타(大吹打)’라는 곡명이 붙여졌다. 조선조 궁중의 선전관청과 각 영문(營問)에 소속된 악수(樂手)들에 의해서 임금이 성문 밖이나 능(陵)으로 행차할 때, 혹은 군대의 행진·개선 또는 선유락(船遊樂)·항장무(項莊舞)·검기무(劍技舞)와 같은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사용되던 음악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폐지되었다가 1960년대 이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국회 사랑재 대청마루>
원래는 행렬의 앞에 위치하여 가던 악대인 연주자와 행렬의 뒤에 위치하여 따라가면서 연주하던 세악수로 이루어진 형태였으나, 시대가 바뀌고 무대화 되면서 취타수의 편성을 축소하여 연주하게 되었다. 대취타의 악기편성은 시대와 의식의 규모에 따라 달랐으나 현재는 악기편성은 취(吹)악기로서 유일하게 선율을 연주하는 태평소와, 나발·나각(소라) 등 일정하게 한 음을 내는 관악기, 북·장구·징·자바라 같은 타악기들로 구성된다.
<대취타 연주>
다음은 피리 독주곡으로 정재국명인의 ‘영상회상 중의 상령산’이다. 영산회상(靈山會相)은 궁중 혹은 민간에서 연주되고 있는 조곡(組曲)과 같은 형식의 음악이며. 상령산(上靈山)은 영산회상(靈山會相) 중의 첫 번째 곡이다. 아주 느린 속도로 완만하게 진행되는 곡풍은 선비 풍류의 진수를 보여주는 예로 꼽힌다. 독주자(獨奏者) 정재국(鄭在國 1942∼ )은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다.
<정재국 명인>
정악(正樂)은 궁중음악을 말하는 것으로 ‘바른 음악’이라는 말이다. 정악은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보통사람들은 들어볼 수조차 없는, 마치 '보물 같은 음악'이었다. 정재국은 피리에 있어 최초의 피리산조 창시자, 최초의 피리정악 보유자, 최초의 피리독주회 개최 등 피리 연주에 있어서 언제나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1999년 말 음역을 2옥타브 반으로 넓힌 창작음악용 개량 향피리와 개량 대피리, 그리고 보급용 개량 향피리를 선보인다. 그리고 지금은 최고령의 피리연주자로 신기록을 매번 써간다.
<영상회상 중 상령산 연주>
세 번째 연주는 세피리 합주곡 ‘천년만세’가 연주된다. 천년만세는 수명이 천년만년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풍류음악 중에서 실내합주곡이다. 길이가 짧고 경쾌한 세 개의 악곡(계면가락도드리-양청도드리-우조가락도드리)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영산회상과 함께 조선시대 선비들에 의해 주로 연주되었다. 느린 한배의 첫 곡에 이어 빠른 한배를 가진 ‘양청도드리’가 연주되고 마지막 곡에서 다시 속도가 느려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곡의 둘째 곡인 ‘양청도드리’는 정악계통의 음악 중 가장 빠른 음악으로 매우 흥겹다.
<처년만세 연주>
네 번째 연주는 피리독주곡 ‘염양춘’이다. 염양춘(艶陽春)은 가곡 중 계면조 곡인 “두거(頭擧)”의 반주곡을 관악합주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한다. 대금이나 피리 독주곡으로 연주되기도 하며 생황과 단소의 이중주 또는 양금과 단소의 이중주로 연주된다. 가곡의 노래를 반주할 때의 악기편성은 거문고나 가야금 등 현악기와 음향이 작은 세피리·대금·해금·장구가 기본이나, 염양춘을 연주할 때에는 현악기는 빠지고 세피리도 향피리로 바꾸어 음향이 풍성한 관악합주가 된다. 특히 이 곡은 대표적인 피리독주곡으로 널리 알려졌다.
<피리독주-염양춘 연주>
오늘의 마지막 연주는 향피리 합주곡 ‘춘앵전’이다.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인 춘앵전(春鶯囀)은 순조(純祖)의 아들 효명세자(孝明世子)가 모친 순원숙황후(純元肅皇后)의 40세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하며, 이른 봄날 아침에 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무용화 한 것이다. 당(唐)나라 고종(高宗)이 이른 봄날 아침에 버드나무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를 보고 감동하여 악사(樂師)에게 명해 이를 묘사한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춤을 만들었다는 고사(古史)가 전한다.
<춘앵전 연주>
춘앵전의 춤은 꾀꼬리를 상징해 노란 색의 앵삼(鶯衫)을 입고, 화관을 쓰고, 오색 한삼(汗衫)을 양손에 끼고 꽃돗자리(花紋席) 위에서 추는 독무로 매우 우아 미려하고 춤사위가 다양한 특징이 있다. 1923년 순종황제 탄신 50주년 경축공연에서도 추어진 바 있는 이 춤은 1893년 <궁중정재무도홀기>에 무보가 전한다. 반주음악은 평조영산회상(平調靈山會相)에서 상령산(上靈山), 중령산(中靈山), 세령산(細靈山), 염불도드리, 타령 등이 연주된다.
<춘앵무>
깊어가는 가을밤! 여의도 광장에 울려퍼진 우리나라 궁중음악과 정악(正樂)은 국회 사랑재의 한옥과 한바탕 어우러진다. 때마침 오랜만에 열린 국회의사당도 환하게 세상을 밝힌다. 국회는 서로 의견이 달라 언성을 높이며 싸움질도 하지만, 그대들의 논쟁과 토론의 결과는 국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니, 국회 안에서 국론을 정하는 논쟁(論爭)의 장이 되어야 한다. 장외로 뛰쳐나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오늘밤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민생을 위하여 고민하는 선량(選良)들이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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