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강이야기

와야 정유순 2019. 2. 26. 05:05

한강이야기

瓦也 정유순

   1980년대 중반 어느 날 온 국민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북한에서 금강산댐을 건설하는데 이 댐은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기 위하여 건설한다는 것이다. 금강산댐에 물을 가득 가두어 두었다가 유사시 수문을 갑자기 열면 수압으로 그 밑에 있는 남한의 화천댐과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이 차례로 붕괴되어 서울이 온통 물바다가 된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는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였고 방송국의 아저씨들은 서울의 모형을 만들어 물이 들어차는 모습을 열심히 보여주며 설명하였다. 이것을 본 온 국민들은 성금을 각 방송국에 보내어 이를 막을 수 있는 댐 건설기금을 마련하였고, 이 기금으로 평화의 댐은 물막이 공사만 한 채 지금은 잊혀져간 유행가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버렸다.

 <한강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금강산 단발령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힘차게 쏟아 내리는 북한강은 남성다움의 기상이 있고, 태백의 금대봉 검용소에서 솟아 나와 느리면서도 장엄하게 뻗어 내린 남한강은 여성스러운 자상함이 배어있다. 그래서 북한강은 물의 흐름을 조절 하고자 5개의 댐(소양강댐은 다목적 댐)있고, 남한강에는 충북 괴산의 괴산댐과 충주댐이 있으며, 한강의 물은 팔당의 두물머리(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합류한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의 머리가 만나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강발원지 검룡소>


   한강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중한 강이다. 물줄기 길이가 514km이고 유역면적이 26,270로 길이는 낙동강의 520km 보다 조금 짧지만 유역은 남한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형의 생김새가 웅비하는 호랑이의 자태라면 서울은 그 호랑이의 심장부이고, 강은 그 심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대동맥이며, 그 안에 흐르는 강물은 물이 아니라 호랑이의 생명과 힘을 솟아나게 하는 자양분이 듬뿍 담은 붉디붉은 피다.

 <검룡소 앞 물여울>


   그래서 그런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다녀간 많은 세계 사람들이 한강을 가리켜 서울의 젖줄인 동시에 한국의 젖줄이라고 부른단다. 그러므로 한강의 흐르는 강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크고 따뜻한 가슴을 활짝 열어 한민족이라는 아들의 입에 젖꼭지물려 그 달디 단 젖을 빨게 하여 우리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온 위대한 모정의 본능이.

 <한강발원 표지석>


   지금도 말없이 흐르고 있는 한강은 두개의 물줄기 중에서 한곳은 민족의 분단으로 지은 찾아갈 수가 없고, 한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도 찾아 갈 수가 없다. 한강의 상류는 크게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분류하는데, 경기도 개풍군에서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의 하구도 한반도의 허리를 잘라 놓은 그 금에 목이 잠겨 있기 때문이다.

 <한강과 여의도 빌딩숲>


   1967년부터 1972년까지 한강변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크게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발굴된 빗살무늬토기 여러 점과 움집터 여러 채는 한강변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사람이 살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는 한반도가 여러 나라로 갈라져 싸울 적마다 한강이 치열한 싸움 끝에 뺏고 빼앗기는 전략의 요충이었음을 일러준다.

 <한강 월드컵분수대>


   또한 서울 사람들은 한국전쟁 때에 적의 공격 속도를 늦추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어처구니없는 한강 다리 폭파 사건으로 참담한 비극을 이 강에서 겪었다. 여러 천년을 두고 흘러 온 한국의 깊고 궂은 역사가 한강에 있고, 선사 시대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한국 문화가 한강에 있으며, 태고 적부터 지켜 온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강에 담겨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은 그 특징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 먼저 남한강의 유역은 지반이 주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석회석, 무연탄, 중석광(重石鑛)같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 그런 만큼 광산들의 폐수가 남한강의 곳곳에 뻗친 지류(支流)를 통하여 흘러들었고, 남한강의 중류부터는 원주시, 충주시 같은 도시의 생활하수(生活下水)와 공장폐수(工場廢水)가 많이 흘러들어 갈 수가 있다.

 <한강다리-가양대교>


   그 반면에 북한강의 유역은 지반이 주로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땅이 단단한 만큼 물살에 강하고 광산이 없으며 강변은 대체로 험한 산악 지대를 이룬다. 산악 지대인 만큼 인구 밀도도 낮아 생활하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공장폐수도 남한강에 흘러드는 양보다 뚜렷하게 적어 맑은 물이 흐른다.

   한강의 상류(上流)는 영월군까지의 남한강 물줄기와, 춘천시까지의 북한강 물줄기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곳들로부터 팔당댐이 있는 곳까지를 중류(), 팔당댐 밑의 줄기를 하류(下流)라 한다. 한강의 상류는 대체로 숲이나 산() 등 자연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을 흐르며, 중류는 대체로 쌀, 보리, , 과일과 같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을 흐르고, 하류는 대체로 서울을 비롯한 도시와 김포평야를 적시며 흘러간.

 <월드컵경기장>


   우리나라가 정말로 복된 땅인지 아닌지는 이 한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 오늘의 한강이 옛 한강이 아니듯이 내일의 한강이 오늘의 한강으로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더 큰 변화가 생기리라는 것을 내다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강이 겪어야 할 변화, 그것은 어차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예로부터 인류 문명은 강을 다스리는 데에서 출발되었듯이 오늘도 그 한강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이 지혜를 짜내고 있다. 한강과 그 주변을 개발하고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 수변구역(水邊區域) 안의 경치 좋은 땅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 그리고 한강의 수질이야 어찌되든 개인의 축재에 머리를 싸매야 하는 사람은 계속하여 나타날 것이다.

 <한강노을공원>


   서울 같은 큰 도심을 가로지르는 것과, 강의 본류를 댐으로 막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분명 우리는 한강이 흐르고 있어 복을 받은 게 틀림없다. 한강에 도도히 흐르는 물은 경기도 평택시까지 수돗물이 공급되어 수도권 이천만 이상의 주민에게 생명수를 제공한다.

   이렇게 유익한 한강 물을 미래의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어도 부족한 것이 많을 것이고, 지금을 사는 우리들이 책망을 들을 것 같은데, 그저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전망 좋은 한강의 언저리에는 궁전 같은 집과 고급 음식점, 산을 무참하게 파괴시켜 토사가 한없이 한강으로 밀려들게 하는 공사장 등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들어선다면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행위인가?

   그러나 한강을, 그 물을, 그 물줄기를, 그 언저리의 자연을 보전하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제하면서, 물의 이용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의 뜻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만 살자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강에 목숨을 대고 살아가고 있는 물고기와 나무와 곤충까지도 함께 살게 하자는 데에 있을 때에, 이 한강에 앞으로도 겹겹이 쌓일 문명은 아름다운 한강과 함께 제 값어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검룡소표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