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와 대청도에 가다(4 完)
(2018년11월19일∼21일)
瓦也 정유순
엊저녁에 생선회를 곁들인 푸짐한 저녁상으로 모처럼 포식을 했다. 더욱이 흑산도의 명물로 알려진 홍어가 이곳에서 많이 잡혀 흑산도로 매매되어 내려간다는 사실도 알았다. 저녁자리에서 홍어 값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별도로 주문하여 맛 본 싱싱한 홍어회는 또 다른 일품이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음주를 한 후 숙면(熟眠)을 하였다. 숙소에서 조반을 마치고 짐을 꾸려 나오는데, 지방간에 좋다는 구기자(枸杞子)가 어찌하여 과음했냐며 문안을 한다.
<싱싱한 홍어회>
<구기자>
어제는 도로를 따라 섬을 일주했는데, 오늘은 어제 못 들린 곳을 찾아간다. 처음 당도한 곳은 북서쪽에 있는 지두리해변이다. ‘지두리’는 해변의 모양이 문짝의 경첩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 지역의 토속어다. 이곳은 다양한 성분의 지층이 매우 큰 압력에 의해 구불구불하게 구부러지고, 강하게 접힌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지층면[stratification, 층리(層理)]이 강한 압력에 의하여 방향이 바뀐 것[foliation, 엽리(葉理)]을 볼 수 있어서 대청도 형성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지두리해변>
인근의 동백나무자생지를 건너뛰고 서쪽해안을 볼 수 있는 광난두해변으로 이동한다. 섬에서 서쪽으로 손가락처럼 길게 뻗어 나온 지형이다. 이 길은 광난두정자각을 출발하여 서풍받이와 조각바위 그리고 마당바위를 거쳐서 갈대원과 기름아가리 해안을 돌아보고 광난두정자각으로 다시 돌아오는 산책로로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정도 걸리는 구간이다.
<광난두해변길>
산책로 입구로 들어서자 ‘해병할머니 무덤’이라는 비석이 보인다. 궁금해 연유를 알아보니 2012년에 돌아가신 이 할머니는 1951년부터 60여 년이 넘게 해병장병들을 자식·손주처럼 생각하여 손수 밥을 지어주고, 헤어진 군복도 꿰매주며 참 사랑으로 돌봐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청도를 거쳐 간 해병들은 이 할머니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자식이 뭍으로 나오시라고 해도 이를 거절했고 홀로 사실 때는 해병들이 친자식 이상으로 보은을 했다고 하며, 돌아가신 후에는 해병들이 장례를 치르고 유언대로 이곳에 모셨다고 한다.
<해병할머니의 묘>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서풍받이’다. 서풍받이는 ‘서해를 거쳐 중국에서 불어오는 강한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주는 바위’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특히 이곳은 해안절벽이 둘러싸여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돌출해안과 웅장한 절벽의 자태가 눈을 사로잡는 곳이다. 이 주변 또한 갯바위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으로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생선의 참 맛을 파도와 벗 삼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풍받이>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길을 데크 등 안전시설이 갖추어 있어 안전하게 걸으며 해와 달과 별 등 하늘의 기운을 받아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여 천혜의 비경을 담아 갈 수 있는 이곳은 과히 신선들이 내려와 휴식할 수 있는 천하의 공간이로다. 신선들의 공간인 하늘전망대를에 올라서자 수면 위로 얼굴형상을 한 대갑죽도가 보인다. 정말 하늘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 섬은 예로부터 하늘을 향해 어민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곳으로 대청도에서는 중요한 섬이라고 한다.
<하늘전망대>
<대갑죽도>
해안으로 돌출된 바위들은 각양각색의 형태를 나타낸다. 햇빛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대청도의 비경들 중 이 해변을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우연찮게 ‘웃고 있는 사자의 얼굴’이 보인다. 이 걸작들은 도대체 누구의 솜씨란 말인가? 사람의 손길이 스치기만 해도 금방 표가 나는 걸. 도저히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 앞에 경외(敬畏)로울 뿐이다.
<사자웃음바위>
한 30여분 걸었을까∼ 또 다른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절로 숙인다. 수만 년 전부터 대륙에서 몰아치는 강한 북서풍과 그 바람이 일으키는 큰 파도들이 조각을 이어와 어루만져 탄생한 ‘조각바위 언덕’이 절경을 이룬다. 조각바위 언덕은 100m가 넘는 금빛 병풍바위가 햇빛을 받아 사방으로 반사하면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빛의 향연으로 아름다움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원나라 순제도 유배 때 단연 으뜸으로 꼽았던 곳이며, 황제가 될 기운을 받았다는 후문으로 ‘좋은 기’를 받기 위한 명소이기도 하다.
<조각바위 언덕>
조각바위를 지나 대청도 손가락 끝을 향해 내려가면 숲들이 우거진 길을 따라 마당바위를 찾아간다. 마당바위는 완만한 경사로 넓고 평평하게 섬 끝자락을 에두르며 넓은 띠처럼 펼쳐진다. 바위에 온 몸을 눕히어 세상의 온갖 애환을 잊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마당바위 옆을 지키는 소나무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또 누가 뭐라고 해도 개의치 않고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물기에 젖으면 미끄러질 것 같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당바위>
<마당바위 옆 소나무>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을 되돌아서 들어온 길로 올라오다가 광난두해변을 따라 갈대원으로 방향을 잡는다. 갈대원의 갈대는 그 푸르던 빛도, 바람에 흔들리는 갈꽃도 이미 시들어 흔적도 찾기 힘들다. 갈대원과 함께 있는 기름아가리해변은 파도만 철석 거린다. ‘기름아가리’란 이 일대에 기름을 얻을 수 있는 식물들이 많이 자라서 이름이 연유했다는 설도 있고, 구멍 뚫린 바위들이 해변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라는 설도 있다. 남으로 아가리를 벌린 기름아가리는 아무리 봐도 천혜의 낚시어장이로다.
<갈대원표지판>
<기름아가리 해변>
광난두정자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 후 원나라 순제가 태자시절 귀양 와서 창고를 지었다는 고주동을 지나 선진포선착장에 도착한다. 주업이 ‘백령도는 농업이고 대청도는 어업’이라는 말처럼 선진포구에는 자동차들이 더 바쁘게 들락거린다. 오후 배로 인천으로 나갈 승선권 구입을 마치고 이번 여정을 마무리 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움은 추억으로 가져가고 대신 정만 이곳에 깊숙이 묻어둔다, “백 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이미 늙었는데” 김삿갓의 푸념을 읊조리면서…
<광난두정자각>
<선진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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