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와 대청도에 가다(3)
(2018년11월19일∼21일)
瓦也 정유순
백령도 용기포신항에서 오후 1시30분경에 출발하여 대청도(大靑島) 선진포선착장에는 오후 2시경에 도착한다. 대청도는 인천시 옹진군 대청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12.63km2, 해안선길이 24.7km, 최고점은 삼각산(343m)이다.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약 171km, 옹진반도 남서쪽으로 약 40km 거리에 있는 백령도(白翎島)·소청도(小靑島)와 함께 군사분계선에 근접해 있다. 황해도 장산곶과 불과 19km 떨어진 곳으로 국가안보상 전략적 요충지이다. 농경지가 조금 있으나 산지가 많아 주민들의 주업은 어업이다.
<대청도 지도>
선착장에 미리 예약한 여행사에서 대기시켜 놓은 미니버스 편으로 숙소에 도착하여 여장(旅裝)을 다시 꾸린 다음 가까운 모래사막[사구(砂丘)]으로 간다. 이 모래사막은 서해의 바람과 거대한 파도가 옥죽동 해변으로 밀어붙인 모래들이 오랜 세월동안 해변과 산자락에 쌓여 이루어진 사구다. 대청도의 처녀 총각들은 결혼할 때까지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가고 장가를 갔을 정도로 바람에 모래가 많이 날린다 한다. 지금의 규모는 길이 1.5km, 폭 1km 정도 될 것 같다.
<오죽동 사막>
이 사막에는 멀리서 보면 틀림없는 낙타가 있다. 이는 모형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마 중동사막에 온 것처럼 정취를 살리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낙타가 있었으면 할 정도로 매력이 가는 사막이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길이가 2㎞가 넘는 큰 규모였으나, 사막이 점점 넓어지고 주민들도 아무 쓸모없는 모래땅이라고 여겨 주변에 소나무 등 방풍림을 만들어 농토로 만들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연적인 현상을 그대로 보존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앞선다고 한다.
<낙타모형>
<방풍림>
사구주변에는 해안습지(海岸濕地)가 발달되어 있다. 해안습지는 육지에서 하천을 따라 바다로 유입되는 곳에 발달하여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시켜 자연으로 환원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안습지는 경우에 따라 두터운 피트층을 형성하는데, 이는 해안습지가 해일의 충격을 완충하여 자연재해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피해의 재해예방책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사구습지>
사구와 습지를 돌아 나오는데 철조망이 쳐져있고 가운데에는 ‘지뢰’표지가 눈에 띤다. 최북단 접전지역이며 분단된 국토의 상징처럼 보여 씁쓸하다. “대청도는 백령도의 4분의 1밖에 안 되지만, 백사장은 백령도가 한 곳인 반면 대청도는 8개나 된다.”는 버스기사 겸 여행사 사장의 너스레를 들으며 대청도에서 가장 길고 넓다는 농여해변으로 들어선다.
<지뢰표지 철조망>
농여 해수욕장은 분위기도 한적하고 백령도가 마주 보인다. 모래사장은 규암(硅巖)으로 된 아주 가는 모래이며 비행기 활주로로 사용될 정도로 단단한 백사장이다. 농여해수욕장은 백령도의 사곶해변과 마주보고 있는데 썰물 때는 바다 가운데로 고래등 같은 풀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풀등은 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모래톱으로 풀이 자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수심이 얕아 조용한 곳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농여해변>
<풀등-백령도가 보인다>
그리고 모래도 좋지만 파도가 머물다가 간 자리가 남아 있는 백사장에 병풍처럼 서있는 기암괴석들이 더 매력적이다.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넘어가는 변혁기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층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꼬이며 만들어진 모습들이 압권이다. 고목의 화석처럼 생긴 고목바위는 나이가 20억 년이 넘었다고 한다. 다른 바위들도 제각기 자기 이름이나 전설들을 간직하고 있을 법 한데 이름표도 없고 전설도 없다. 아니 나만 모를 뿐이다.
<고목바위>
<농여해변의 기암들>
농여해변 옆에는 썰물 때만 접근할 수 있는 미아동해변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물결무늬가 모래 위뿐만 아니라 주변의 암석표면에도 특이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이곳 암석이 10억 년 전부터 퇴적될 때 생긴 현상인데, 지금의 환경이나 그 때의 환경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미아동해변은 파도가 만들어 낸 물결무늬와 바람이 다듬어 낸 주름무늬가 한데 어우러져 앙상블을 이루는 흥미로운 곳이다.
<미아동해변과 기암들>
미아동해변에서 차를 타고 대청초·중·고등학교가 있고, 대청도에서 제일 큰 마을이라는 양지동을 지나 서내동 매바위전망대(143m)에 도착한다. 이곳에 올라 앞을 바라보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닮은 매바위가 보인다. 옛날부터 대청도는 송골매의 일종인 ‘해동청’의 채집 지였다고 한다. 서내동에는 지금도 ‘매막골’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는데, 이는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는 매막이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고려 충렬왕 때는 매 사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을 두기도 했다.
<매바위전망대에서 본 수리봉>
이 전망대에는 날개를 활짝 핀 매 한 마리가 서있다. 매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빠른 비행능력이 있다. 특히 송골매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새로 먹이를 찾아가는 속도가 무려 370㎞/h나 된다고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매사냥그림이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도 오랜 옛날부터 성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문화 중 하나인 우리나라 매사냥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나 송골매의 개체수가 급감하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매바위전망대의 송골매상>
매바위전망대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모래울해변이 나온다. 이곳은 온 마을이 바닷바람에 날아온 모래로 뒤덮여 마치 모래밭 같다고 해서 모래울이라고 불렀고, 이를 한자화하여 사탄동(沙灘洞)이 되었으나 어감이 좋지 않아 최근에는 다시 모래울로 환원하였다. 이 해변의 양쪽에 있는 서풍받이와 말머리암벽이 거대한 만입(灣入)형태를 이루면서 서해안으로부터 바람이 증폭되어 휘몰아치고 파도가 강해 모래가 많이 날려서 쌓이게 된다고 한다.
<모래울동 표지석>
<모래울(사탄동)해변>
모래울해변 뒷산에는 섬에서는 보기 드문 적송(赤松)이 있는데, 수령이 80∼120년이며, 나무의 키 높이가 20∼25m나 되는150여 그루의 소나무가 무리지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2000년 4월) 되었다. 한편 이곳의 소나무를 기린송(麒麟松)이라고도 한다. 기린송은 원나라 순제가 태자 시절 대청도에 유배를 와서 모래울해변이 보이는 이곳에서 산책하던 중 소나무들에게 아들을 가져다주는 ‘기린송’이로구나 하였다 하여 붙여졌다. 중국에서는 기린송을 아들을 점지해준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기린송 또는 적송 숲>
드라마 ‘기황후’의 배경이 된 대청도는 1324년 중국 원나라 명종의 태자 도우첩목아(陶于帖木兒)가 계모의 모함으로 이곳에 유배를 왔다가 이듬해 원나라에 돌아가 황제(원순제 1320∼1370년)가 되었다. 순제는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로 부인이 고려출신 기황후다. 대청도는 드라마 기황후의 배경이 된 이후에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하며 실제로 대청도의 지명중에 이에 관련된 흔적이 남아있다.
<등굽은 기린송>
대청도 중앙에 위치한 삼각산(343m)은 천자나 왕의 도읍지에만 사용할 수 있는 지명이라고 하며, 삼각산 동북쪽의 옥죽포(玉竹浦)는 태자(太子)가 들어왔다고 해서 태자를 상징하는 옥(玉)자를 넣어서 지명이 되었고, 삼각산 남쪽 지금의 고주동(庫柱洞)은 창고를 지어 곡식을 쌓아 두었던 곳이었다. 또한 태자는 가족과 신하 100여 명과 함께 궁궐을 짓고 살았던 곳이 기와편이 발견된 지금의 대청초등학교 자리라고 한다.
<대청항의 야경>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해넘이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남쪽 해안 끝 바위산 아래 수면 위로 뾰족한 바위가 보인다. 어느 누가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외로운 바위라서 이름이 ‘독바위’다. 그러나 파도가 밀려와 포말을 일으켜도 끄떡없는 기품이 더 멋지다.
<독바위>
이미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어제 백령도에서 본 화려한 낙조는 아니지만 구름 속으로 숨어 내 품는 광채가 오늘도 아름답게 채색한다. 그리고 남쪽 바다 건너 멀리 소청도(小靑島)가 일(一)자로 길게 늘어선 채 한눈에 들어온다.
<대청도의 노을>
<소청도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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