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주도를 찾아서-4(노꼬메와 저지리)

와야 정유순 2018. 11. 23. 00:50

제주도를 찾아서-4(노꼬메와 저지리)

(20181110)

瓦也 정유순

   제주의 아침 바깥바람은 쌀쌀하다. 깊어가는 가을에 대비하여 여벌의 옷가지를 배낭에 준비하고 노꼬메오름을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숙소가 있는 제주시 한림읍에서 약30여 분 중산간을 달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입구에 도착한다. 주차장에는 소형차만 들어가고 대형 차는 들어가지 못하여 입구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고개 하나를 넘는다. 주차장까지 가는 중간에는 목장이 있어 말() 한 마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는다.

<소길공동목장 입구>

<말의 망중한>


  노꼬메오름은 일찍부터 놉고메로 부르고 한자를 차용하여 고산, 고고산(高山, 高古山)으로 표기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놉고메노꼬메로 바뀌게 되고 이것을 다시 한자 차용표기하면 녹고산(鹿高山)으로 쓰기도 하나 사슴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노꼬메오름은 큰노꼬메오름(833)과 족은(작은)노꼬메오름(774) 그리고 궷물오름을 포함하여 오름 군을 이룬다. 큰노꼬메는 위가 뾰족하게 도드라진 데다 가파르며 분화구는 말굽 형태의 화구를 이루고 있으며,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은 애월곶자왈을 만들었다.

<노꼬메 종합안내판>

<노꼬메 전경>


   노꼬메오름의 식생은 서어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등 다양한 목본류와 천남성, 둥굴레 등 초본류 그리고 고사리, 고비 관중 등 각종 양치류들이 균형 있게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숲속에는 환경부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노루, 제주족제비, 오소리 등의 포유동물과 황조롱이, 직박구리, 휘파람새 등 조류 그리고 쇠살모사, 유혈목이, 줄장지뱀, 북방산개구리, 산개구리 등 파충류와 양서류가 서식하여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관중>


   오름이 멀리서는 높게 보여 힘들겠다 싶었는데, 막상 오르다 보니 두어 군데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바로 능선 마루에 올라서서 말굽형 분석구를 웃으면서 산책하듯 가볍게 들어서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의 춤사위에 맞춰 약 2㎞쯤 기분 좋게 걸어가면 노꼬메오름 정상과 마주친다. 동쪽에서 남쪽으로 약간 비틀은 곳에는 한라산 백록담 봉우리가 하늘과 맞닿는데, 마치 한라산 정상과 구름 사이에는 하나의 하늘 강이 도도히 흐르는 것처럼 연출한다.

<큰노꼬메 올라가는 길>

<노꼬메오름 능선과 억새밭>

<한라산과 구름이 만든 하늘강>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억새와 잠시 희롱을 하며 숨바꼭질하듯 마냥 동심으로 돌아간다. 바람은 머릿결을 매만지며 살금살금 속살을 간질이고, 철모르는 진달래는 억새 사이에서 겸연쩍은 듯 얼굴만 붉힌다. 노꼬메의 한자차용이름인 녹고산(鹿高山)에는 사슴이 살지 않지만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사슴의 마음으로 만드는 묘약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노꼬메란 이름으로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큰노꼬메 정상>

<노꼬메 분석구>

<철모르는 진달래>


   노꼬메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정표를 따라 족은노꼬메오름 쪽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경사가 올라올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조심스레 내려와서 두 오름 사이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 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계곡 끝에는 목장용 초지(草地)를 조성한 밀밭이 나오고, 이를 가로질러 올라간 야트막한 언덕이 억새꽃이 만발한 궷물오름이다. 궷물오름은 오름 동쪽 굼부리[분화구]궷물이라는 샘이 솟아난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족은노꾸메>

<편백나무 숲>

<목장용 초지>

<궷물오름에서 본 노꼬메>


  궷물오름 주변은 조선 초기인 1492(세종11)에 제주에 관립 목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지금도 상잣성 원형이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궷물오름 중심으로 장전리 마을목장이 형성되어 근래까지도 소와 말을 방목하였으며, 오름 정상에서 매년 음력 7월 보름이면 무사방목을 기원하는 백중고사를 지냈다. 내려오는 길목에는 제주방언으로 목동이라는 뜻의 테우리들이 쉴 수 있는 쉼터(막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테우리막사>


   주변에 있는 승마공원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음 일정인 저지리곶자왈(제주올레길 14-1코스)을 가기 위해 서귀포시 한경면에 있는 저지리마을 입구로 이동한다. 저지예술인마을은 현장 경험과 예술 교육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이 문화 예술을 이해할 수 있고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도록 문화예술관, 공동 작업장, 야외 전시장, 전통문화 공간, 개인 작업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외지인이 제주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숙박하며 민속과 전통예절 등의 체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저지오름>

<저지리문화예술인마을>


   마을 입구 정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제주도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먼나무. 큰키나무로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달리는 나무를 보고 저게 무슨 나무냐"라고 물어보면 답이 ()나무로 돌아와서 물어 본 사람을 머쓱하게 하는 나무다. 원래 이 나무는 바닷가 숲에 자라는 상록수로 꽃은 56월에 암수딴그루로 피며, 열매는 난상 구형으로 붉게 익고 정원수로 이용한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생한다. 일본, 중국, 대만(타이완), 베트남에 분포한다.

<먼나무>

<먼나무 열매>


   밭마다 잘 익은 감귤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어느 집 대문 앞에는 상자 안에 귤을 가득 담아 놓고 실컷 먹고 가라 한다. 그리고 사족으로 귤 따실 분 환영! 혼저옵서예!”라고 써놓았다. 이 글을 보는 순간 감귤을 공짜로 먹는다는 것이 쑥스러워지기도 한다. 전국 어느 농장이던 일손이 모자라는 것이 공통사항이기는 하지만 이곳도 귤 따는 인부들이 부족한 것 같다.

<감귤밭>


   한라봉을 재배하는 시설 농장 옆을 지난다. 한라봉 하면 제주도로 바로 연상이 되나, 개발은 원래 일본의 구마모토현 부지화(不知火) 마을에서 개발되어 이름도 부지화였다. 그리고 전라남도 나주에서 1989년부터 재배하여 처음 이름은 나주 부지화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재배한 제주도가 더 잘 자라고 생산량이 많아지자 나주 부지화가 나주 한라봉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또한 생산 조건이 제주도와 딱 맞아 생산지도 제주도로 자리를 잡았고 덩달아 이름도 제주도 특성을 살려 한라봉이 되어 명품이 되었다.

<한라봉 시설재배단지>


   구름이 끼어 날씨가 흐리긴 하나 바람도 솔솔 불어와 걷기엔 최상이다. 난대성과 온대성 식물이 혼재된 한경면 저지리 곶자왈은 올레 14-1코스다. ‘곶자왈은 숲()과 자갈(자왈)의 합성어로 제주도 방언이다. 자왈은 용암이 분출해 식으면서 자갈 형태로 굳어져 흙과 지표면을 형성하여 풀과 나무들이 자라 원시림이 천연의 형태를 이루어져 있어 생태계의 보고.


<저지곶자왈 전경>


   ‘저지오름(닥물오름)’ 입구에서 출발하여 사설 목장을 가로질러 강정동의 인공습지를 거쳐 문도지오름까지 저지리 길을 더듬는다. 동구 밖 팽나무는 성황당을 지키는 당산나무가 되었고, ‘문도지오름에 올라 곶자왈을 내려다보니 아주 멀리까지 넓게 펼쳐진다. 저지곶자왈과 오름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과 산림유전자원 보전지역에 속한 곳이다.


 <팽나무>

<문도지오름 지도>


   길가에는 자연의 천이 현상으로 가시덩굴이 진을 치고 있어 숲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지만, 원시의 아름다운 속살은 우리들을 또 다른 흥분으로 빠져들게 한다. 길을 걷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덜어주고 쉼터를 제공하는 공간에는 세계 각국의 목선들을 만들어 놓아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쉬는 시간에 동행한 도반의 오카리나 연주에 맞춰 노래도 불러본다.

<거북선 모형>


   그러나 곶자왈 원시림 숲속을 거닐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제선충(材線蟲)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내는 기계톱 소리가 가슴을 쥐어박는다. 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으로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등이 소나무에 옮긴다. 재선충에 감염되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소나무가 말라죽고 한번 감염되면 전염 속도가 빠르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무조건 잘라내는 방법 밖에 없다.

<제선충감염으로 잘린 소나무>


   이른 봄이면 꽃향기 진동하는 백서향 군락지에는 제주의 토종 꺼먹돼지가 먹이를 찾아 나왔다가 인기척에 놀라 줄행랑이다. 제선충으로 잘려나가는 소나무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나마 돼지가 눈에 띄어 좀 위안이 된다. 백서향(白瑞香)은 제주도의 곶자왈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다. 백서향은 쌍떡잎식물 팥꽃나무과의 늘 푸른 떨기나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꽃은 24월에 가지 끝에 흰색으로 핀다. 꽃에서 매우 좋은 향기가 나며, 57월에 익는 붉은 열매는 단맛이 나지만 독성이 있다.

<제주꺼먹돼지>

<백서향>


   맑은 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부챗살처럼 뻗쳐 온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일행이 없이 혼자 걷는다면 틀림없이 길을 잃고 말 것 같은 밀림 속에서 돌부리와 삭정이에 발을 부딪치며 어둠의 장막을 걷히듯 숲 밖으로 나가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며 녹차 밭이 넓게 펼쳐진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대단위 녹차 밭으로 오설록이란 곳이다.

<녹차밭>


   오설록은 19833월 한 기업가의 정신으로 황무지 495000m²(15만 평)을 일궈 다원과 녹차 공장을 만들었다. ‘오설록이란 이름은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녹차의 생명력에 대한 감탄의 표현'‘origin of sulloc’, 즉 이곳이 설록차의 고향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전통차 문화를 계승보급하고 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차() 종합 전시관을 20019월 개관하였다.

<오설록티뮤지움>


   오설록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휴식을 취하다가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가장자리 화단에는 소철 암꽃 화서가 열매를 한 아름 보듬고 있다. 소철(蘇鐵)은 철수(鐵樹피화초(避火蕉풍미초(風尾蕉)라고도 부르며, 중국 동남부와 일본 남부지방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제주에서는 뜰에서 자라지만 기타 지역에서는 온실이나 집안에서 가꾸는 관상수이다. 높이는 14m로 원줄기는 잎자루로 덮이고 가지가 없으며 끝에서 많은 잎이 사방으로 젖혀진다. 암수가 따로 꽃피우며 열매는 한방으로 거풍 해독 늑막염 등에 이용한다.

<소철암꽃(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