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주도를 찾아서-3(찬아숲길)

와야 정유순 2018. 11. 18. 19:16

제주도를 찾아서-3(찬아숲길)

(20181110)

瓦也 정유순

   제주도와 전라남도 땅 끝인 해남 사이에 있는 추자도에 가는 방법은 제주나 목포와 완도에서 가능하다. 제주목포 간 운항하는 쾌속선 핑크돌핀호는 아침 930분에 출발하여 추자항(1040분 도착)을 경유하고, 오후 410분에 추자항을 출발하여 제주로 돌아가며, 제주완도 간 한일카페리호는 완도에서 오전 730분에 출발하여 오전 1030분에 하추자도의 신양항을 경유하여 제주항으로 간다. 쾌속선은 한 시간 남짓 걸리지만 강풍에 약하고, 카페리호는 두 시간 이상 걸리지만 바람에는 강하다.

<신양항여객선대합실>


   조반을 마치고 상추자도에서 공영버스를 타고 하추자도 신양항으로 이동한다. 비바람 몰아치던 첫날의 신양리는 윤곽을 잡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돈대산을 배경으로 하는 마을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신양리는 약 300여 년 전 해남윤씨와 전주이씨, 동복오씨 등이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항은 지역어선 및 동중국해 출어선의 거점어항 역할을 하며, 신양항을 통해 배편으로 제주항과 연결되고, 방파제 확충 등 접안시설을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신양리마을>


   자연의 뜻으로 본의 아니게 하룻밤 더 머물다 가지만 발길을 돌리려는 마음은 오랜 세월동안 정들었던 곳을 이별하는 심정으로 자꾸 뒤돌아본다. 수속을 밟고 승선하여 갑판으로 올라가 멀어져 가는 추자도를 향해 두 손을 들어 흔들어 본다. 배도 뱃고동 대신 검은 연기를 내 품으며 거친 파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여러 섬들이 떠나가는 배를 따라 같이 움직인다. 추자도에 들어올 때 흐린 날씨 때문에 지나쳤던 사자바위도 추자도를 수호하기 위해 포효한다.

<막 출항하는 페리호>

<사자바위> 


   바닷바람과 포옹하다가 선실로 내려와 잠시 눈을 부쳐본다. 방랑시인 김삿갓(18071863)은 경북 영주 부석사에 들렸다가 무량수전 앞으로 펼쳐지는 백두대간 소백산 자락을 보며 읊은 감회어린 시구처럼 백 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이미 늙었는데. 또 시인 박용철(朴龍喆, 19041938)이 젊은 나이로 세상을 하직하기 전인 1930년에 쓴 <떠나가는 배>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나 두 야 가련다/나의 이 젊은 나이를/눈물로야 보낼 거냐/나 두 야 간다.”

<사자바위-뒷면>


   신양항을 떠나가는 배는 제주항으로 들어오는 배가 되어 방파제를 지나 제주항 부두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며 되돌아본 페리호의 크기가 엄청나다. 저 정도는 돼야 웬만한 파도에 견딜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1100고지를 지나 영실입구 맞은편 18림반 돌오름 입구에 내려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며 제주도에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돌오름은 꼭대기와 꼭대기 주변에 돌무더기가 서 있는데, 이것에서 오름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제주항 등대>

<카페리호>

<돌오름 입구>


   임반(林班)은 산림의 위치와 넓이를 표시하여 측량작업이 편리하도록 산림을 구분하는 큰 단위인데, 한라산을 중심으로 몇 개의 임반이 지정되어 있는지는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모르겠다. 입구부터 조릿대가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라산 중턱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제주도의 지형 특성상 웨만하면 물이 고이지 않는데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조금이라도 움푹 페인 길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다.

<조릿대>

<물이 고인 웅덩이>


   약간의 높낮이가 있지만 찬아숲길로 쑥 들어가니 엄청난 규모의 표고버섯 밭이 나온다. 표고버섯은 송이과에 속하는 버섯으로 밤나무·졸참나무·상수리나무 등의 마른나무에 자라는 것으로 자연의 임야에서 생산될 뿐 아니라 인공재배에 의한 생산량도 매우 많다. 표고버섯의 인공재배 시에는 2025년생이 적당하다. 그러나 어린 나무나 지나치게 늙은 나무는 좋지 않다고 한다. 표고버섯의 효능은 에리다데민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핏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에 좋다고 한다.

<표고버섯 재배단지>

<버섯목의 표고버섯>


   이 숲길은 표고 밭 사이를 지나면 길은 조릿대가 완전히 점령한 약간 경사진 길이었다. 바람에 뿌리 채 뽑혀 길을 막고 쓰러진 나무는 허리를 굽히며 세상을 겸손하게 살라고 한다. 굴곡은 심하지 않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숲에서 좀 쉬어가라는 듯 작고 큰 바위로 덮여있는 숲길은 걸음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길바닥에 뻗어 나온 넝쿨들은 가끔 발목을 잡기도 한다. 숲속에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산삼을 연구하는 제주산삼연구소표지판도 보인다. 혹시 좋다고 소문만 들었던 산양산삼을 배양하는 곳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라산 원경>

<제주산삼연구소 팻말>


   제주의 어느 곳이던 나무 밑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천남성이 포도송이처럼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열려 땅바닥에 붙어 있다. 본래 천남성은 남쪽에 뜨는 별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식물의 성질이 양기가 강해 별 중 가장 양기가 강한 천남성을 빗대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조선 숙종 때 장희빈의 사약으로 사용했다는 천남성은 독성이 강한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리고 뱀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사두화(蛇頭花)’라고도 한다.

<천남성 열매>


   멀리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는 한대오름 가는 길목에서 저녁시간을 맞추기 위해 가던 길을 되돌아선다. 되돌아오면서 표고버섯 농장에 들러 제주 토종돼지삼겹살과 함께 궁합을 맞출 표고버섯을 사들고 숙소로 향한다. 까악까악울어대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는 조릿대와 함께 한라산의 대표 생물?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의 트레킹은 어제 강풍으로 인한 배의 결항으로 추자도에 더 머무른 만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멀리 한라산을 바라보며 가볍게 아주 가볍게 제주도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몸을 풀었다.

<표고버섯>

<까마귀의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