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따라(아홉 번째-2)
(2018년10월27일∼28일, 창녕유어면∼밀양초동면)
瓦也 정유순
개비리길 끝 지점에는 용산리마을이 있고 강 건너에는 남강(南江)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남강은 남덕유산(1503m)에서 발원하는 남계천(濫溪川)이 원류이며 지리산 뱀사골과 전북 남원의 운봉에서 흘러나오는 람천, 거창에서 흘러나오는 경호강 등과 합류하여 진주의 진양호(晉陽湖)를 이루고, 진양호를 지나면서부터 남강으로 부르며, 함안군과 의령군을 거쳐 창녕군 남지 앞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남강과 합류지점 지도>
<남강과 합류지점>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와 의병들이 육지에서 첫 승리를 거둔 ‘기음강전투’가 바로 이곳이다. 홍의장군이 외가인 의령을 갔다가 왜구가 출몰했다는 통문에 급하게 기음강을 도강(渡江)하다가 붉은색 한쪽신발은 낙동강 물에 떠내려가고 한쪽신발은 창나루 쪽 강변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 붉은 신만 잘 보관하면 왜구들이 침입하지 못한다.”하여 주민들이 보관하여 오다가 일제강점기 때 왜놈들에게 뺏겨 낙동강에 던져버려졌다.
<기음강(남강합류지점)>
그 후 창나리마을 주민들은 마분산 말무덤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어느 날 마을이장 꿈에 곽재우장군이 나타나 잃어버리지 않을 “붉은색 돌 신을 줄 터이니 보존을 잘해서 더 이상 왜침이 없길 바란다.” 하셨다. 현몽(現夢)한 곳을 가보니 실제로 붉은색을 띤 신모양의 돌이 기음강 주변 땅속에서 발견하여, 창나리 주민들이 고유제(告由祭)를 지내고 지금 자리에 모시게 되었다.
<홍의장군 붉은 돌 신발>
마분산(馬墳山, 180m)은 개비리길의 주산으로 원래는 창나리마을에 ‘창(倉)이 있던 나루’라는 뜻으로 창진(倉津)마을과 같이 창진산(倉津山)으로 부르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망우당 곽재우장군은 자신의 말에 벌통을 매달아 적진으로 돌격하게 하여 벌떼공격을 받은 적군의 혼란을 틈타 기습공격 하여 큰 힘 들이지 않고 대승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 말은 적탄을 맞아 죽게 되자 이곳에 묻어 이름이 마분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마분산 지도>
마분산과 개비리길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최후방어선’으로 남지철교와 함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창녕지역을 맡은 미 제24사단은 낙동강 박진나루를 중심으로 당시 북한의 최정예부대인 제4사단과 대치하였다. 부산점령을 코앞에 두고 급해진 북한군과 미군은 서로 쫓고 쫓기는 혈전을 벌이다가 9월15일 미군이 승리함으로써 적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고, 아군은 전세를 역전시켜 낙동강을 건너 반격하게 되었으며,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압록강까지 진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격전지였다.
<마분산부근의 낙동강>
남지철교(南旨鐵橋)는 창녕군 남지읍과 함안군 칠서면을 이어주는 다리로 1933년에 개통한 구마 국도상의 철교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근대식 트러스 교량이다. 8·15광복 이후에는 경상남도 마산과 평안북도 중강진을 연결하는 국도 5호선의 교량으로 1994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차량이 금지되기까지 60여 년간 사용되었다. 한국전쟁 때는 중앙 부분 25m 폭파된 부분을 1953년 복구한 후, 2004년 12월 31일 등록문화재 제145호로 지정되었으며 창녕군 소유이다. 바로 옆으로는 4차선의 새 남지교가 건설되었다.
<남지철교>
햇살이 옆으로 길게 누울 때 강 건너 함안군 칠서면 강가에는 성채(城砦) 같은 시설이 눈을 끈다. 칠서면 계내리에 있는 칠서정수장으로 물을 유입해 주는 양수장인지 또는 빗물을 내보내는 배수장인지는 확인할 수 없고, 옆으로 병풍처럼 서있는 바위의 자태도 자연바위인지 인공바위인지 헷갈리지만, 규모로 보아 자연석으로 추정해 본다. 경기도 양평∼창원을 연결하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낙동강대교 밑으로 펼쳐지는 억새밭은 내일의 풍요를 저축한다.
<함안군 칠서양수장(?)>
<중부내륙고속도로 낙동강대교>
<낙동강의 석양과 억새밭>
벌써 겨울이 왔나 싶을 정도로 쌀쌀한 아침공기를 가르고 창녕군 도천면 송진리에 있는 송진 쇠나루공원에서 상쾌하고 높은 하늘을 바라본다. 느티나무가 우뚝 선 야트막한 봉우리를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니 화왕산(火旺山, 756m) 삼지구천에서 발원해 송진 쇠나루 옆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계성천 하류는 우포늪에 버금가는 늪 같다. 송진 쇠나루의 늪지대는 물버들 사이로 가을 물들어 화려하게 억새와 갈대의 향연이 펼쳐지는 꼭꼭 숨겨 놓은 보물이로다.
<송진 쇠나루공원 느티나무>
<송진 쇠나루공원>
낙동강이 흐르는 대구부터 창녕까지의 지역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왜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망우당 곽재우장군의 유적이 많은 곳이다. 송진나루에서 하류로 조금만 내려오면 ‘곽재우 유허비’가 있는 망우동산이다. 도천면 우강리에 있는 이 동산에는 곽재우장군이 홍의장군(紅衣將軍)으로 불리면서 세운 전공(戰功)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1789년(정조13) 유림들의 뜻을 모아 유허비(遺墟碑)를 세웠고 망우정(忘憂亭)이란 사당(?)건물이 낙동강을 굽어본다.
<망우당곽선생유허비>
<망우정>
길을 잃어버리거나 끊기면 되돌아와서 다시 나가고, 여의치 못하면 유격훈련을 하듯 새 길을 뚫고 나간다. 또한 삥 돌아가게 만든 길을 직선으로 바로 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아온 4대강사업이 한 가지 고마운 것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아 강 따라 걸으면서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따라 형성된 갯벌을 볼 때마다 자연의 순리를 생각하게 한다.
<잘 정비된 강변길>
<길을 잃어 버리면~>
창녕군 도천면에서 길곡면으로 들어서면 낙동강 현장수질대응 센터가 나오고 바로 이어 창녕·함안보가 나온다. 현장수질대응 센터는 환경부가 4대강 유역환경청을 통해 수질의 변화와 상태를 측정하여 현장에서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보(洑)가 있는 곳이나 중요한 지점에 현장대응하기 위하여 설치하였다.
<낙동강 현장 수질대응센터>
창녕·함안보(昌寧·咸安洑)는 함안군 칠북면 봉촌리와 창녕군 길곡면 증산리에 걸쳐 낙동강에 조성된 보로 4대 강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옛 함안보의 자리에 2012년 6월 30일에 건립되었다. 이 보의 구조는 144m의 가동보와 405.3m의 고정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길이는 549.3m이다. 또한 이 보에는 1,250㎾의 소수력발전기 4기가 건립되어 총 5,000㎾ 규모의 발전이 가능하다. 2018년 10월부터 보의 수문을 열어 수질개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창녕-함안보>
옛날에는 창녕·함안보가 있던 자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1960년대까지 있었던 멸포나루터였다. 멸포(蔑浦)는 함안군 칠북면 봉촌리 외봉촌에 있는 지금의 밀포(密浦)로 보인다. 바닷물의 조수가 처음에는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臨海津)까지 영향력을 미쳤으나, 이후 임해진으로부터 상류 서북쪽 3㎞ 떨어진 지점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밀포라 하였다고 한다. 1970년대 이후 도로가 발달하여 거의 이용되지 않았고, 관개 사업 등으로 지형이 많이 변형되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창녕-함안보 공도교>
창녕·함안보에서 하류로 약5㎞쯤 내려오면 79호국도와 1022호지방도가 갈라지는 부곡면 청암리의 임해진(臨海津)삼거리이다. 옛날에는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 왔다. 이 삼거리에는 문이 굳게 닫힌 소우정이란 정자가 있다. 소우정(消憂亭)은 벽진이씨(碧珍李氏) 이도일(李道一, 1581∼1667)의 유적이다. 이도일은 1597년 정유재란과 1636년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의병으로 참여하여 김상헌(金尙憲) 등의 천거로 칠원현감(漆原縣監)에 제수되었으나 사양하고, 만년에 이 정자를 지어 소요자적(逍遙自適) 했다고 한다.
<소우정>
오후에는 비비산자락을 지나 부곡면 학포리 들녘이 펼쳐진다. 부곡면(釜谷面)은 78℃의 온천이 1973년 1월에 발굴되어 휴양지로 급부상한 지역이다. 한 때는 부곡온천에 다녀온 것이 자랑으로 여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호황기를 지나 사양기로 접어든 곳이다. 창년군의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남부는 낙동강 평야지대, 서북부는 산악지대로 되어 있다. 부곡면 학포리에 접한 낙동강에는 길이 약2㎞, 최대 폭 약0.25㎞의 하중도(河中島)가 형성되어 있다. 하중도는 강물에 떠내려온 모래 등이 퇴적되어 형성된 섬이다.
<낙동강(부곡)의 하중도>
옛날 낙동강의 ‘나루 중의 나루’였던 본포(本浦)나루에는 육중한 본포대교가 놓여 있고, 푸른 강물 은빛 모래는 4대강 사업으로 산 그림자만 품는다. 본포교를 지나 학포리 끝 지점에 있는 청도천(淸道川)의 반학교를 건너면 밀양시 초동면 대곡리이다. 청도천은 밀양시 청도면 두곡리 호암산에서 발원하여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본포교>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청도천>
<밀양시 초동면 초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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