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3)

와야 정유순 2018. 5. 17. 22:34

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3)

(201857514)

瓦也 정유순

   아침에 먼동이 트면서 관경천당(觀景天堂)호텔 객실 통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메이리쉐산[매리설산(梅里雪山)]의 전경은 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가끔 색상이 바뀌기도 하고 봉우리 위로는 흰 구름이 노닌다. 그러나 워낙 고산지대(해발 3,450)인지라 실내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괜히 숨이 가빠온다. 그래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지 조반은 급해진다.

<매리설산 전경>

<매리설산 전경>


   서둘러 차에 올라 약2시간 정도 달려야 트레킹이 시작되는 시땅온천 앞에 당도한다. 시땅온천(西當溫泉, 서당온천) 앞에서는 남중패스(고개 마루)까지 6.2를 올라가야 한다. 마침 말을 빌려주는 마방이 있어 남중패스까지 말(노새)을 이용하는데 비용은 정찰제로 235위안이다. 어차피 무거운 배낭이나 짐들은 노새를 이용하여 오늘과 내일 묵어야 할 숙소로 이동하여야 한다.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의 잡종으로 새끼를 낳지 못하며 힘이 좋다.

<시땅온천>

<말(노새)>


   말(노새)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발판을 밟고 올라가는 자세부터 몸이 굳어 서툴러 마부의 도움으로 겨우 올라간다. 안장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꼭 잡고 노새는 뒤뚱거리며 출발한다.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였으나 몽골에서 말을 타 본 경험이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찾아와 주변에 우거진 숲도 보인다. 길은 자동차도 다닐 정도로 넓은 임도(林道)로 확장된 것 같다.

<남중패스 올라가는 길>


   남중패스까지 쉼터는 3개소가 있는데 우리는 두 번째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미리 준비해 간 컵라면으로 점심을 한다.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던가. 평소 라면을 즐겨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곳에서 찐 달걀을 곁들여 맛보는 이 라면은 천하지제일미(天下之第一味)이다. 커피로 입가심을 한 후 다시 노새를 타고 남중패스(3,800)에 도착한다.

<컵라면으로 점심>

<쉼터>

<남중패스>


   남중패스에서 뒤돌아보면 백마설산이 멀리 보이고, 매리설산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남중패스부터는 내리막길이어서 두 발로 걸어 해발 3,200에 위치한 상위뻥(上雨崩, 상우붕)마을에 있는 매리관경제일객잔(梅里觀景第一客棧)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이곳 사람들의 뒷동산 같은 남중패스를 넘어오는데 우리는 하루가 걸렸다. 트레킹에 참여한 리장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의 특별 배려로 샹그릴라 시장에서 준비해 온 고기와 채소로 모처럼 입맛에 맞는 만찬으로 포식을 한다.

<더 가까워진 매리설산>

<위뻥마을 전경>


   어제 넘어오는 길이 힘들었던지 세상모르게 곤한 잠을 일찍 잠에서 깬다. 창문 커튼을 열고 밖을 보니 매리설산의 설봉이 바로 코앞이다. 새벽에 약간의 고산증세로 숨이 좀 가빴으나 현지에 계시는 분이 조제한 환약을 복용했더니 많이 안정이 된다. 이 환약은 중국에 도착하면서부터 조석으로 계속 복용해 왔다. 아침 식사 후 간단한 여장을 꾸리고 뻥후(氷湖, 빙호)를 향해 길을 나선다.

<객잔에서 본 매리설산>


   골목이 좁은 마을 거리에는 가게들이 늘어선 것으로 보아 찾아오는 외지인이 많은 것 같다. (노새) 등 가축들을 방목을 하여 어디를 가던 가축들의 분뇨는 거리를 온통 덮는다. 방목하는 돼지들도 많지만 돼지우리 안에는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돼지가 평화롭고, 동네 어귀 밭에는 푸른 보리가 이삭을 내밀며 자란다

<돼지우리>


   물 흐르는 개울에는 너와집이 있고 그 안에는 마니차(摩尼車)가 물의 힘으로 돌아간다. 개울 건너 평지가 끝나는 지점에는 온통 오색(五色, 청-백-적-녹-황) 타르쵸에 휩싸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사원이 자리한다. 타르쵸에는 티베트불교경전이 적혀 있고 가정의 안녕과 세상의 자비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산 정상이나 골짜기 등 조금만 신성하다고 느껴지는 곳에는 어느 곳이던 타르쵸가 만국기처럼 나부낀다.

<티베트사원>


   이제 서서히 경사가 가팔라진다. 고도가 높아서 평지를 걸어오는 것도 숨이 좀 찼는데 경사를 오를 때 숨이 더 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대한 걸음 속도를 늦추며 한 발짝씩 몸을 움직인다.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나무들은 빽빽하게 들어 차있고, 특히 침엽수마다 실타래 같은 것들이 치렁치렁 걸려 있는데, 기생식물 송라(松蘿)라고 한다.

<송라>


   송라는 소나무겨우살이라고도 한다. 안개가 잘 끼는 고산지역의 나무줄기와 가지에 붙어 실처럼 주렁주렁 달린다. 노란빛을 띤 녹색이 돌고 길이 1020cm 정도이고 윗부분이 굵으며 지름 11.5mm이다. 가는 관을 가는 철사로 꿰뚫은 것같이 보이며 가지가 갈라진다. 한방에서 이뇨제·해열제(폐결핵강심제·진해제·거담제로 사용하며, 온대지방의 높은 산에서부터 한대에 걸쳐 분포한다고 한다.

<송라에 감염되어 죽은 나무(가운데 하얀나무)>


   그리고 올라갈수록 침엽수와 함께 숲을 이루는 활엽수가 있었다. 나무의 생김새로 보아서는 자작나무 같은데 수피(水皮)가 붉다. 현지에서 합류하신 동료 도반에게 물어보니 붉은 자작나무라고 한다. 붉은 자작나무(red brich)는 주로 중국과 히말라야에 60여 종이 분포하며, 현지 안내판에도 홍화수(红桦树)’로 쓰여 있다. 그리고 붉은 자작나무 군락지에는 어느 종류인지 알 수 없으나 대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붉은 자작나무>

<대나무 군락>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기어 올라가자 타르쵸가 펄럭이는 것으로 보아 전망대가 있는 고개 정상에 다다른 것 같다. 잠시 숨을 고르고 데크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신령(神靈)처럼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는 진달래들이 제철을 만났다. 붉은 꽃망울은 꽃잎이 벌어지면서 연분홍색으로 변한다. 꽃길을 한참 걸어가면 소농목장(农牧场, Xiaonong Pasture)이 나온다.

<전망대에서 본 매리설산>

<진달래 꽃망울>

<매리설산 진달래>


   소농목장(农牧场)1991년 매리설산 등정을 위해 중일 합동원정대 17명이 등정을 시도하다가 정상부근에서 눈사태로 전원 실종되어 사망할 때 베이스캠프로 사용했던 곳이다. 이 때 산 뒤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산 앞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는데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산(神山)을 오르다가 화()를 당했다고 믿는다고 하며, 이후 중국정부는 매리설산에 대한 정상등반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농장 이정표>

<베이스캠프의 난로>


   베이스캠프에서 컵라면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뻥후를 향해 마지막 고개로 올라간다. 돌을 쌓아 놓은 곳에는 중국의 위안화를 돌 틈에 꽂아 놓았다. 이는 이곳 주민들의 자연숭배에 대한 열정이 아닌 가 생각해 본다. 또한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사물사물 마다 신의 영물(靈物)로 생각하는 것 같다.

<돌 틈에 낀 중국위안화>


   갈수록 숨은 더 가빠진다. 먼저 도착한 도반들이 손을 들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몸은 마음 같지 않다. 다섯 걸음 움직이는데 십리길 보다 멀게 느껴진다. 목까지 차오르는 바튼 숨을 몰아쉬며 겨우 정상에 올라서니 얼음호수가 발밑으로 보인다. 얼어 있어야 할 호수는 얼음이 다 녹아 푸른빛을 발한다.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은 란창강(瀾滄江)으로 들어가 메콩강과 합류한다.

<뻥후(얼음호수)>


   해발 4,100에 딛고 서 있는 내가 대견스럽다. 그곳에 서있노라면 모든 세상의 욕심은 사라지고 숙연해 진다. 어떤 미움도, 내 마음의 오욕의 찌꺼기도 다 끄집어내어 깨끗하게 씻어 준다. 태초의 속삭임이 기쁜 눈물이 되어 가슴으로 스며든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마저 잠든 영혼을 일깨운다. 매리설산과 마주보이는 백마설산도 멀리서 축하를 보내는 것 같다

<백마설산 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