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4 完)
(2018년5월7일∼5월14일)
瓦也 정유순
티베트인 코라(巡禮, 순례)의 필수코스인 뻥후(氷湖, 빙호)를 되짚어 돌아와 푹 쉬고 또 하나의 코라 코스인 션푸((神瀑, 신폭)를 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둔다. 상위뻥에서 하위뻥까지 약1시간 정도 걸어가서 말(노새)을 타고 션푸 아래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 간다. 그리고 매리설산에서 마지막 일정이기 때문에 다른 짐들은 말을 이용하여 오늘의 종점인 니농까지 운반한다.
<매리관경제일객잔>
매리설산 기슭에 위치한 위뻥마을이 세상이 알려진 것은 20세기에 들어 와서 라고 한다. 조금 신화적인 요소가 있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매리설산 뒤에 사는 한 노인이 가끔 란창강(瀾滄江) 기슭의 시땅마을(西當村, 서당촌)에 와서 식량을 꾸어가는데, 그 노인이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식량을 꾸어주고는 노인의 뒤를 따랐는데 갑자기 노인이 사라진다.
<위뻥마을>
그 뒤에 한 사람이 머리를 써서 노인이 또 오자 청과나 밀을 주지 않고 좁쌀을 꾸어 주었다. 그리고는 좁쌀을 담은 주머니에 작은 구멍을 뚫어 좁쌀이 조금씩 흘리게 만들어 사람들이 흘린 좁쌀을 따라 노인을 뒤좇아 가는데 큰 바위 앞에서 좁쌀 흔적이 사라졌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바위를 밀어내니 그 뒤에 마을이 하나 있었고, 그 마을이 지금의 위뻥마을이라고 한다.
<위뻥마을 너와집>
계곡에 아담하게 자리한 위뻥마을의 건물은 거의 목조건물 같다. 산세를 따라 산자락에 자리한 건물이나 좁은 공간에 비집고 들어앉은 건물 등은 모두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뿔닭과(Numididae)에 속하는 호로조(胡虜鳥)가 여유롭게 활보한다. 하얀 설산과 푸른 하늘, 푸른 풀, 아담한 가옥, 맑은 시냇물이 어울려 아름다움의 하모니를 이루고 마을 주변에는 오색의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면서 자연에 순응한다.
<호로조>
하위뻥마을 마방에는 우리가 타고 갈 말(노새)이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이용료는 션푸 아래 베이스캠프까지 정찰제로 175위안이었지만, 두 시간(원래 9시부터 영업) 먼저 이용한다고 50위안이 더 추가되어 225위안이 되었다. 올라가는 길도 시땅마을∼남중패스 구간보다 좁은 오솔길 같다. 노새가 급경사나 낭떠러지 가장자리로 갈 때에는 더 많은 스릴을 느낀다.
<말(노새)>
두 시간을 예상했으나 노새가 쉬지 않고 빨리 와주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여장을 점검하며 신발 끈을 동여맨다. ‘어제 얼음호수까지 갔다 온 경험이 있어 오늘은 좀 수월하겠지’ 생각하고 길을 나섰지만 고산적응이 덜 되었는지 아직은 조금 힘들다. 그러나 기왕에 나선 길 되돌아 갈 수 없어서 션푸(神瀑, 신폭)를 향해 더딘 발걸음을 옮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
올라가는 길은 오색(청-백-적-녹-황)의 사각천에 만트라나 티베트불교 경전을 목판으로 찍은 기도깃발(prayer flag)들을 만국기처럼 타르쵸를 걸어 놓아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곳 주민들이 신성시 하는 바위에는 동전을 붙여 놓았고 위안화 지폐를 꽂아 놓아 신심을 돈독히 함은 물론 자연을 진심으로 경배하는 마음 같다. 이곳은 허튼 것 하나 없이 각 자 존재의 가치가 있어 우주를 구성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신성한 바위>
<바위에 붙은 지폐와 동전>
숨이 더 가빠오는 것으로 보아 션푸(神瀑, 신폭)에 거의 온 것 같다. 한 시간 가량 예상했으나 30분이 더 걸렸다. 지구의 지붕 만장절벽에 걸린 한 줄기 비단 같은 션푸(神瀑, 신폭)는 절벽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하단에 이르러 영롱한 은구슬을 속세에 뿌리는 듯 기이하고 수려하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션푸(신폭) 원경>
<션푸(신폭)>
전하는 말에 의하면 션푸(神瀑, 신폭)를 본 사람은 신의 보우를 받아 가족 모두가 축복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죄를 진 사람은 아무리 해도 폭포의 물을 몸에 받지 못한다고 하며, 폭포의 물이 몸에 뿌려져야 설산이 기도하는 마음을 받은 것이라고도 한다. 욕심 같아서는 아래로 내려가 물을 맞고 싶었지만 시간도 용기도 허락하지 않는다.
<션푸(신폭) 물 맞이 대>
말(노새)을 타고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하위뻥마을로 내려온다. 말타고 앞만 보며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냇가의 정성들여 올려놓은 돌탑들도 보이고, 스투파와 타르쵸가 있는 티베트사원도 보인다. 하위뻥마을에서 오전을 마감하고 난창강(瀾滄江)을 따라 대협곡을 거쳐 니노마을까지 대장정을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위뻥마을을 떠나면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지 못한 것이 좀 섭섭했다.
<난창강변의 돌탑들>
<티베트사원과 타르쵸>
<스투파>
위뻥마을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이드가 길을 해매 잠시 혼란이 온다. 약15㎞를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에 강의 하류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옳은데 약간의 착각이 왔나보다. 협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장엄한 교향곡이 되어 들려온다. 어느 대목에선 엄마의 자장가소리처럼 잔잔하다가 아래로 내려올수록 영혼을 일깨우는 하늘의 소리로 들린다. 주변의 꽃들도 물소리에 맞춰 너울너울 춤을 춘다.
<난창강 계곡 길>
<난창강변의 꽃>
<난창강 계곡>
이렇게 깊은 산속에 왜 안 보이나 했던 뱀(독사)도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 때문에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친다. 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또 하나가 같이 내려온다. 매리설산 만년설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을 취수하여 아래로 내려 보내는 수도관이다. 생각 같아서는 하류 쪽에서 취수를 하면 수도관을 연결하기 위한 난공사도 덜 할 것 같은데 하는 의구심도 가졌으나 아래로 내려올수록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취수시설>
<등하교 하는 현지 어린이>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산세는 거의 수직으로 뻗어 있어 곧은 틈을 방불케 한다. 협곡의 바닥은 너무 깊어 내려다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이다.”라고 난창강의 대협곡을 표현 했는데, 지대가 좀 수월한 곳에서 탁족(濯足)을 하며 발의 피로를 풀고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까 현기증이 일어나 밑은 고사하고 옆을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로 대협곡(大峽谷)이다.
<탁족>
<난창강대협곡과 잔도>
<난창강대협곡>
난창강이 붉은 물이 흐르는 메콩강과 합류하는 지점을 벗어나도 벼랑은 끝까지 이어진다. 푸른 숲도 난창강과 함께 끝이 나고 헐벗은 산들은 줄을 선다. 황무지를 개발하려는 중장비 소리도 함께 들린다. 예정시간보다 좀 늦은 오후 7시쯤 니농마을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는 미니버스에 올라 샹그릴라로 이동하는 도중에 더친(德欽, 덕흠)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난창강과 메콩강의 합류지점>
중국의 고산지대에서는 자정이 되면 안전을 위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고, 만약에 운전 중에 자정이 되면 현지에 차를 세우고 아침이 올 때까지 차 안에서 수면을 하거나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서둘러 저녁식사를 하고 5월에 눈이 내린 백마설산 터널을 지나 바쁘게 샹그릴라 숙소(호텔)에 달려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40분경으로 좀 아슬아슬 했다.
<메콩강 상류>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어 좀 늦게 일어나 여장을 꾸린다. 이번 트레킹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지금 내가 와 있는 지역이 샹그릴라이지만 지나온 며칠간이 진정 나의 샹그릴라가 아니었던가? 영화 <샹그릴라>의 주인공처럼 이곳을 벗어나면 한 줌의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하며 짐을 꾸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샹그릴라 거리>
<샹그릴라 토성>
오늘 가고자 하는 곳은 샹그릴라현(香格里拉县, 향격리납현)에 있는 쑹짠린사(松赞林寺, 송찬림사)이다. 쑹짠린사는 해발 3,270m 지점에 위치하며 윈난(雲南, 운남)에서 가장 크면서 티베트 전승불교의 특색을 잘 갖추고 있는 사원으로, 승려의 수가 7백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티베트 주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布达拉宫, 포달납궁)의 배치를 모방하였고 건축물은 산 위에 층층이 세워져 있는데, 그 기세가 비범하여 ‘작은 포탈라궁(小布达拉宫, 소포달납궁)’으로도 불린다.
<쑹짠린사(송찬림사)>
<쑹짠린사 입구>
이곳에 들어가려면 시내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와야 한다. 사원이 배치된 언덕을 중심으로 그 밑에는 700여 명의 승려들이 마을을 형성하여 집단생활을 하는 것 같다. 입구 전각에 들어서면 쑹짠린사의 배치도가 걸려 있으며, 코끼리 등에 원숭이가 앉아 있고 원숭이 머리 위에는 토끼가 앉아 천도복숭아를 따는 그림이 걸려 있다. 이는 싸우지 않고 서로 협력하면 천도복숭아를 얻을 수 있다는 부처의 교훈을 그림으로 표현 한 것이다.
<쑹짠린사 전도>
<상생협력도>
높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시계방향으로 3개의 궁을 관람하도록 되어 있는데 사진촬영은 안된다고 한다. 좌측에 있는 첫 번째 궁은 5대 달라이라마(达赖喇嘛, 달라라마)인 락상가조(洛桑嘉措)를 모시는 궁이다. 중앙에 있는 두 번째 궁은 승려들이 모여 법회도 하고 회합을 하는 곳이며, 우측에 있는 세 번째 궁은 석가모니를 모신 곳으로 특이한 것은 부처님의 오른 손에 칼을 들고 있다. 각 2층으로 되어 있어 다 돌아보고 나와 우리나라의 윤장대(輪藏臺) 같은 마니차(摩尼車)를 돌려 본다.
<마니차>
사원을 나와 샹그릴라고성으로 이동하여 우리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반주를 겸한 오찬으로 고향음식을 맛본다. 샹그릴라고성은 1,300여 년 전인 당나라 시절부터 조성된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주요 경유지로 조성된 고성이었으나, 2014년 1월에 대형화재로 인해 고대건물과 주택 등이 90%이상 소실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그동안의 많은 복구 작업으로 샹그릴라고성이 복구되면서 점차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있다.
<샹그릴라 고성>
샹그릴라고성의 중앙에는 티베트불교의 상징인 스투파가 있으며, 아래 단에는 코라(순례)를 하면서 손으로 돌릴 수 있게 마니차를 달아 놓았다. 티베트불경이 새겨진 마니차(摩尼車)는 글자를 모르는 티베트인을 위해 달아 놓았는데, 순례를 하면서 마니차를 돌리기만 하면 불경을 읽은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마니차는 주먹만큼 아주 작은 것부터 거대한 탑과 같이 아주 큰 것도 있다고 한다.
<샹그릴라 스투파>
샹글릴라고성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고 더친(德欽, 덕흠)공항에서 비행기로 청두솽류국제공항(成都双流国际空港, 성도쌍류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인천국제공항에 2018년 5월 14일 새벽 5시에 도착하여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참고로 쓰촨성(泗川省, 사천성)의 성도인 청두(成都, 성도)는 일찍이 삼국 시대 때 유비(劉備)가 세운 촉(蜀)나라의 수도였으며, 비옥한 청두 평원이 펼쳐져 강과 산과 들녘에서 나는 물자가 풍부하다. 그리고 중국 4대 요리 중의 하나인 사천요리가 유명하고 팬더곰의 서식지이다.(終)
<중국 삼국시대 지도-네이버캡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강 천 삼 백리 길을 따라(네 번째-1) (0) | 2018.05.30 |
---|---|
해남 달마고도와 미황사 (0) | 2018.05.22 |
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3) (0) | 2018.05.17 |
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2) (0) | 2018.05.16 |
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1) (0) | 2018.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