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고성과 매리설산, 샹그릴라 그리고(1)
(2018년5월7일∼5월14일)
瓦也 정유순
언제나 그랬듯이 해외여행은 설레임이 수반한다. 특히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의 샹그릴라[(Shangri-La, 香格里拉(향격리납)]와 매리설산[梅里雪山, 메이리쉐샨(Méilǐ Xuěshān)], 차마고도(茶馬古道), 양장강 상류의 호도협(虎跳峽) 등 중국 윈난성[운남성(雲南省)]지역에 있는 명승지를 찾아보기 위해 중국 시안[서안(西安)]행 비행기에 오른다.
<운남성 위치>
시안은 비록 리장[Lijiang, 여강(麗江)]을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였지만, 주나라 문왕부터 진(秦)∙한(漢)∙당(唐)나라까지 13개의 왕조를 거친 역사적인 도시다. 진시황릉(秦始皇陵), 병마용갱(兵馬俑坑) 등의 문화유적이 자리하고 있으며 고대 실크로드의 관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나라의 멸망으로 시안도 쇠퇴했으나, 중국의 서부 내륙 육성정책에 따라 가오신[(高新), 하이테크]기술산업개발구가 설치됐으며 이후 여러 국가의 기업을 유치해 왔고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도 진출해 있다고 한다.
<병마용-네이버캡쳐>
오후 6시(현지시각)경에 리장공항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리장고성(麗江古城)의 밤거리 구경에 나선다. 리장고성은 위룽나시족자치현(玉龙纳西族自治县, 옥룡납서족자치현)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고성으로 대연진(大研镇)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란다. 리장(丽江, 여강) 중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역사문화명성 가운데 유일하게 성벽이 없는 고성(古城)이다.
<리장공항 건물>
<시안-리장간 항공기>
이는 리장(丽江)의 세습 통치자의 성이 목씨(木氏)로 성벽으로 둘러싸일 경우 ‘나무(木)가 입(口)안에 갇히는 괴로울 곤(困)’ 자의 의미처럼 될 수 있다고 여겨 성벽을 쌓지 않았다고 전한다. 고성(古城)은 해발(海拔) 2,400여m 지점에 위치하며 풍경이 수려하고 역사가 유구한 문화적 명성(名城)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소수민족의 고성(古城)이다. 리장고성의 밤거리는 사방가(四方街)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넘쳐나고 환한 불빛은 꺼질 것 같지 않다.
<리장고성의 중심-사방가>
<리장고성의 야경>
불야성을 이뤘던 리장고성의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숙소에서 조반을 마치고 어젯밤 걸었던 골목을 통해 전망대로 올라간다. 좁디좁은 골목길 옆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광경은 물도 풍부하고 수리시설이 잘되어 있다는 증거이리라. 그래서 리장고성을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리장고성의 수로>
나시족의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고성은 1996년 2월 진도 7의 큰 지진이 일어나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 고성 지역만 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역사문화명성으로 지정되었고 1997.12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리장고성의 아침>
리장고성의 옛 시가지를 벗어나자 헤이륭담[흑룡담(黑龍潭)]이 나온다. 옥천(玉泉)이라고도 알려진 헤이륭담공원으로 들어서자 호수 너머로 위룽쉐산[옥룡설산(玉龍雪山)]이 멀리 보인다. 이 호수도 위룽쉐산(옥룡설산)의 만년설(萬年雪)에서 흘러나온 물이라고 한다. 공원 안에는 주민들이 나와 손발이 아주 유연한 중국무예를 시연하는데 우리도 한번 따라 해보았으나 이미 굳을 대로 굳은 나의 뼈마디에서는 우두둑 소리가 난다.
<헤이륭담(흑룡담)공원 정문>
<헤이룽담호수와 위룽쉐산(옥룡설산)>
<중국전통무예 시연>
헤이륭담을 벗어나와 버스를 타고 양자강의 상류에 위한 호도협(虎跳峽)으로 이동한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뛰어 넘을 만큼 좁고 깊은 협곡’으로 인도대륙과 유라시아대륙의 충돌로 하나였던 산이 위룽쉐산[옥룡설산(玉龍雪山, 5,596m)]과 하바쉐산[합파설산(哈巴雪山, 5,396m)]으로 갈라놓은 사이로 고쟁이 샅 같은 틈으로 장강(長江)이 흘러들면서 16km의 길이에 고도 2,000m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졌다.
<호도협 입구>
<호도협>
중국에서 가장 긴 강 장강(長江, 6,300㎞)이 이곳에 오면 ‘금사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거대한 두 산의 발치로 접어든다. 주차장에서 가파른 데크계단을 이용하여 호랑이가 장강을 뛰어 넘을 때 디딤돌로 사용했다는 호도석(虎跳石)까지 내려가면 장강의 물살이 튕기며 굉음을 싣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중국대륙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는다. 그래서 장강을 중심으로 강의 북쪽을 강북(江北), 강의 남쪽을 강남(江南)으로 불리며, 강동(江東)은 강남의 동쪽이다. 계단 입구부터 곳곳에 가마꾼들이 진을 치고 호객을 한다.
<호도협 호도석 앞에서>
<장강 흐름도 표지석>
<장강(양쯔강)지도-네이버캡쳐>
협곡의 주변으로는 차마고도(茶馬古道)가 형성되어 있다. 차마고도는 운남성의 차(茶)와 티벳의 말(馬)을 교환하기 위해 개통된 5,000㎞에 달하는 운남성에서 티벳을 잇는 마방들의 무역로로 실크로드보다 오래된 옛길이다. 마방은 수십 마리의 말과 말잡이인 ‘간마런’으로 이루어지며 교역물품은 차와 말 외에 소금, 약재, 금·은, 버섯류 등 다양했다고 하나, 근래에 들어 차마고도를 따라 도로가 많이 건설되어 마방의 활동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호도협과 차마고도(강 좌측으로 난 길)>
호도협전망대에서 차마고도 트레킹을 위해 6인승 차를 이용해 28밴드(굽이길)를 굽이굽이 돌아 산으로 올라간다. 호도협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강의 여울소리는 해발 2,000m 이상의 높이에서도 협곡을 진동한다. 차창으로 비치는 협곡 아래는 아찔함 그 자체이다. 이곳 운전기사는 간이 콩알만큼 줄어드는 승객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구절양장(九折羊腸) 좁은 길을 안마당 휘젓듯이 마구 달린다.
<차마고도 28굽이길>
중도객잔에서 차마객잔으로 가는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은 운남지역 차마고도 트레킹 중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구간이다. 하바쉐산[합파설산(哈巴雪山, 5,396m)] 산허리를 깎아지른 절벽 길을 따라 굽이돌며 차(茶)를 싣고 티벳으로 가던 마방들의 자취를 따라 걷는 코스로, 호도협을 사이에 두고 하바쉐산 고도 2,400∼2,500m의 산허리에 난 길을 마주보이는 위룽쉐산[옥룡설산(玉龍雪山, 5,596m)]을 길동무하며 걷는다.
<중도객잔에서 차마객잔으로 가는 차마고도>
염소 등 가축들은 가파른 경사면을 아랑곳 하지 않고 풀을 뜯으며 옆에 사람이 지나가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산 아래 까마득한 곳에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선인장 종류도 있지만 이름 모르는 들꽃들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더욱이 무덤은 그 지방의 문화를 대표한 상징이다. 돌이 많은 지역이라 봉분(封墳)은 보이지 않고 돌무지무덤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도 빈부의 차이가 무덤을 통해 나타난다. 부자의 무덤은 좋은 돌로 장식을 하였으며, 그렇지 않으면 묘자리 흔적만 보인다.
<방목 중인 염소들>
<차마고도의 들꽃>
<차마고도 돌무지>
중간에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마침 집이 있어서 그 집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얼마를 걸었는지 목적지인 차마객잔(茶馬客棧)에 당도했을 때에는 해가 많이 기울었다. 만년설산 위룽쉐산은 구름과 숨바꼭질하면서 좀처럼 전체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가끔 구름사이로 보이는 모습은 신비의 모습이다. 객잔(客棧)은 조선시대 우리의 주막 같은 곳으로 물건을 거래하거나 상담을 하면서 중국 지방 상인들이 숙박하는 곳이다. 한 밤중에 별이라도 볼 심산으로 구름에 가린 밤하늘을 보았지만 북쪽으로 북두칠성만 반짝인다.
<차마객잔>
<저녘무렵의 위룽쉐산(옥룡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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