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세계튤립축제와 태안해변 노을 길
(꽃지해변∼백사장항, 2018년 4월 21일)
瓦也 정유순
매년 4∼5월이면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공원에서는 ‘태안해안 튤립 꽃 축제’가 열리는데, 2018년에도 4월19∼5월13일까지 ‘세계튤립축제’가 어김없이 열린다. 그래서 꽃 축제도 보면서 ‘태안해변 노을 길’을 걷기 위해 안면대교를 건너 안면도 꽃 축제장으로 달려간다. 특히 2002년과 2009년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가 열렸던 장소에서 열리는 만큼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장소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한다.
<세계튤립축제장 입구>
<세계튤립축제장 상징 조형물>
태안튤립축제에는 노란 튤립인 키코마치(KiKomachi), 보라색을 띄는 잭팟(Jackpot) 등 200여 품종이 전시된다. 국내 화훼 농가들의 노력으로 튤립 재배기술과 전시연출 기법의 수준을 크게 높임으로써, 2015년과 2017년에는 세계 튤립 대표자 회의(World Tulip Summit, WTS)에서 미국 스캐짓 밸리 튤립 축제(Skagit Valley Tulip Festival), 인도 스리나가르 튤립 축제(Srinagar Tulip Festival), 터키 이스탄불 튤립 축제(Istanbul Tulip Festival), 호주 캔버라 플로리아드 봄꽃 축제(Floriade Festival)와 함께 세계 5대 튤립축제로 선정되었다.
<세계튤립축제장>
<세계튤립축제장>
<세계튤립축제장>
또한, 튤립 알뿌리를 2단으로 심어 시차를 두고 꽃을 피워내는 2단 식재기법을 세계 최초로 선보여 튤립 화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튤립 훈장(The Orderof Tulip)을 받기도 하였다. 축제 기간 동안 전통 민속체험, 마술체험, 아로마체험 등 참여 형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로 해가 지면 LED 빛으로 더 아름다운 튤립을 만나볼 수 있다.
<세계튤립축제장>
<꼬마전구줄에 묶인 소나무>
<야간조명용 소나무>
해 뜰 무렵 새벽부터 달려와 오전 9시 조금 넘어 도착했지만 주차장에는 들어선 차들이 빼곡하다. 입장료는 1인당 12,000원이지만 단체로 관람하게 되어 1인당 10,000으로 입장권을 구입하여 들어선다. 큰 기대를 안고 막상 들어섰으나 입구부터 화단 주변에 장식용으로 심어 논 소나무 잎들이 노랗게 시들어 죽어가는 모습이 이 축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죽어가는 소나무>
<죽어가는 소나무>
<죽어가는 소나무>
네델란드의 국화인 튤립을 세계화하여 우리나라에서 축제를 여는 것은 누가 뭐래도 축하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 민족과 역사·문화 적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소나무를 주변에 심어 죽어가게 하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리고 축제장을 꼼꼼히 둘러보아도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하는 의구심만 들고, 그리고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 축제인지 심한 의문이 간다. 소태 씹은 기분으로 꽃 축제장을 빠져 나와 꽃다리를 건너 방포항을 지나 고개를 넘어 방포해변으로 간다.
<꽃다리>
<방포항>
<할미할애비 바위>
주변에는 천연기념물(제138호, 1962년 3월)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모감주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이다. 아직 이른 계절이라 잎이 나오기 직전이지만 꽃은 황색으로 7월에 피며 꽈리 모양의 열매 속에 생기는 씨는 익은 후 승려들의 염주로도 쓴다. 안면도 모감주나무는 중국의 산동지방에서 종자가 해류를 타고 흘러와 이곳에서 싹이 터서 자리를 잡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감주나무 군락지>
<방포해변으로 가는 고개 입구>
방포항에서 고개를 넘으면 방포해수욕장이 나온다.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있는 방포해수욕장은 모래 질이 좋아 가족휴양지로 최적이라고 소문이 난 곳이다. 바닷가 풍광을 간직하고 있어 조용하게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해변에는 이곳의 주산물인 꽃게와 주구미를 형상화한 급수대(給水臺)가 시선을 끈다.
<꽃게급수대>
<주구미급수대>
방포해변에서 곰솔 밭을 지나면 두에기해수욕장이다. 자연 그대로의 바닷가 풍광을 간직하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단다. 바닷가에는 굵은 자갈과 고운 모래가 함께 펼쳐져 있어 바닷물이 밀려오면 자갈이 구르는 독특한 소리가 난다. 바위에는 자연산 굴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바위가 물에 잠기는 만조 때는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양쪽 해변 끝으로는 갯바위가 많아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좋다.
<두에기해변>
두에기해변 뒤 전망대를 지나 또 고개를 넘으면 밧개해변이 드넓은 멍석처럼 펼쳐진다. 해수욕장 길이 3.4km, 폭 250m의 밧개해변은 백사장이 넓기도 하지만 ‘독살’로도 유명하다. 독살은 석방렴(石防簾)이라고도 한다. 밀물 때 물의 흐름에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안에 갇혀 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어업방식이다. 밧개독살은 백사장이 좋아 찾아오는 해수욕객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원형을 잘 보존한 채로 조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밧개해변 독살-2017년8월 촬영>
밧개해변에서 곰솔이 우거진 두여해변과 안면해수욕장이 하나의 해변으로 이어진다. 백사장 남쪽 끝으로는 ‘종주려’라는 바위섬이 자리한다. 옛날부터 도인들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도를 닦던 마을이라 ‘도여’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바닷가에 대나무를 촘촘히 박아 놓았으며, 두여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갯바위들은 마치 쟁기로 밭을 갈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모래 위에는 게들이 정화하여 토해 놓은 모래구슬들이 자연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종주려-바위섬>
<두여해변-2017년8월 촬영>
<게들이 만들어 놓은 모래구슬-안면해수욕장>
안면해수욕장 부쪽 끝 ‘안면관광로’의 창정교를 건너와 나무데크로 만든 길을 따라 약다시 숲길로 접어들어 약1㎞쯤 사구를 관찰하며 걸어가면서 모래언덕에 뿌리를 내린 숲을 관찰할 수 있다. 중간에 만들어 놓은 쉼터도 오늘은 한가롭다. 창정교 다리 아래로 흐르는 민물은 모래를 적시며 바다로 밀려들어간다.
<창정교-2017년8월 촬영>
<창정교 아래 민물이 흐르는 곳>
서해안 모래밭의 한 가지 공통점은 바닷가의 모래가 파도에 밀려와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곳 태안반도와 안면도의 해안은 바람과 파도에 밀려와 만들어진 모래언덕[사구(砂丘)]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사구는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해변으로 천연기념물(제431호, 2001년)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크고 작은 것을 떠나서 자연이 만들어 준 해안사구는 모래와 지하수를 저장해 주고, 해안 동·식물들의 서식지와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만들어 준다.
<사구탐방로-2017년8월 촬영>
또 한 고개를 넘으면 기지포해변이 나온다. 기지포해변도 태안반도의 크고 작은 여느 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울창한 곰솔 숲과 경사가 완만한 백사장이 일품이다. 태안해안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찾아오는 사람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솔밭 사이로 마을의 민박집의 간판도 보인다.
<태안해안국립공원 표지>
<기지포탐방지원센터>
바다 멀리에는 떠돌다 멈춘 섬들이 바람에 밀려 다가오는 것 같다. 여름이 그리운 피서객들은 벌써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여름을 기다리는 가 보다. 삼봉해변은 갯벌과 갯바위 그리고 백사장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곰솔로 이루어진 솔밭에서 캠핑을 하면 해수욕과 갯벌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삼봉(三峰)은 소나무를 머리에 인 세 개의 산봉우리(22m, 20m, 18m)가 큰 주먹밥을 뭉쳐 놓은 것처럼 서있다. 썰물 때면 갯바위가 드러나 석화, 조개, 고동, 게 등 어패류 등이 많다고 한다.
<삼봉>
노을 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노을은 보질 못했지만 모처럼 미세먼지가 아주 약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 온 모습은 더없는 붉은 노을이다. “♩사랑 그것은 정녕 그리움 노을빛처럼 타는가. 가슴 가득히 설레는 바람 잠들지 않는 물결…♬” 박인수와 이수용이 부른 ‘사랑의 테마’ 중에서 처음 구절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백사장항까지가 목적지였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붐벼 삼봉해변에서 오늘 길을 마무리 한다.
<삼봉해수욕장>
참고로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태안반도의 남쪽 끝으로 길게 뻗어 나와 천수만을 이룬 ‘태안곶’이었는데 조선 인조16년(1638)에 이곳 감사였던 ‘김유’라는 사람이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거둬들인 세곡(稅穀)을 한양으로 운송하는 뱃길을 새로 내어 지금 연육교가 들어선 남면과 안면도 사이의 ‘창기리’를 끊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 되는 큰 섬이 되었다.
<안면도 지도>
이 ‘안면 땅’을 섬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은 고려 인종12년(1134년) 때부터 천수만과 가로림만 사이를 물길로 연결하여 백오십리가 넘는 뱃길을 7㎞의 뱃길로 바꾸려고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4㎞ 정도의 땅을 파고 나머지 3㎞는 암반에 막혀 번 번히 실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1968년 연육교가 처음 개통되면서 다시 배를 타지 않고도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태안해변길(노을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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