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속초의 외옹치 바다향기로

와야 정유순 2018. 4. 20. 15:35

속초의 외옹치 바다향기로

(2018417)

瓦也 정유순

   1953727일 한국전쟁이 휴전을 맺으면서 출입이 통제되었던 속초의 외옹치해변이 65년 동안의 베일을 벗고 지난 2018412()바다향기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총 길이는 1.74의 산책로로 속초에 계시는 지인의 초청으로 살랑대는 봄바람을 타고 다녀왔다.

<속초 바다향기로 사진-네이버 뉴시스 캡쳐>

   이 산책로 중앙에는 속초해수욕장과 대포항을 경계하는 큰 언덕이 동해바다를 향해 도전적으로 서있고, 그 위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 대형리조트를 세워 전망 좋은 곳을 독점하였다. 아마 허가 당시에는 군사 통제지역이었을 텐데어차피 출입통제를 풀 계획이었다면 차라리 해안공원을 만들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스친다.

<속초 바다향기로>

<바다향기로 입구의 연리근>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타고 설악산 입구에서 하차하여 대포항(大浦港)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대포항은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大浦洞)에 있는 조그만 어항이었으나 설악산과 동해안이 전국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면서 관광어항으로 관광객과 어선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요즘도 어시장에는 싱싱한 생선들이 넘쳐난다.

<대포항 표지>

<속초 대포항 전경-네이버 캡쳐>


   대포항에서 싱싱한 횟감으로 점심을 두둑이 하고 해변을 따라 북으로 향한다. 대포항을 벗어나면 바로 외옹치항이다. 외옹치항은 대포항과 속초해수욕장을 경계하는 큰 언덕 남쪽해안에 위치하는 작은 어항으로 대포항보다는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한 곳이다. 그래서 해돋이를 보며 조용히 쉬어 가는 실속을 차리는 여행객들이 의외로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속초 외옹치항 지도>


   외옹치항을 돌아 들머리로 하여 데크를 따라 바다향기로길이 펼쳐진다. 바다향기로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자는 길이라는 뜻의 ()’가 아닌 가 생각해 본다. 리조트가 자리한 언덕 아래 해변을 따라 약20여분 걸으면 바다향기로는 끝나고 바로 속초해변으로 연결된다. 파도는 봄바람에 바람난 처녀처럼 치마폭을 치켜들고 뭍으로 달려온다.

<속초 바다향기로 파도>


   속초해수욕장의 해안선의 길이 약2km이며, 백사장의 길이 약500m,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여 설악산과 척산온천(尺山溫泉) 등지를 경유하는 관광객이 여름에 많이 찾는다.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 인접해 있고, 남쪽의 대포동(大浦洞)에 이르는 바닷가에 호텔 등의 숙박시설과 위락·편의 시설이 들어서 있어 가족 피서지로 알맞다. 그러나 기세등등한 파도도 백사장 가장자리에 다다르면 힘이 부치는지 해안의 모래는 푹 꺼져 절벽을 이룬다.

<속초해수욕장>


   속초해변 어느 정자에서는 여성 색소폰연주자의 <바닷가에서> 음률이 지나가는 나그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깨진 양재기 소리로 질러본다.

♬♩파도소리 들리는/쓸쓸한 바닷가에/나 홀로 외로이/추억을 더듬네/그대 내 곁을 떠나/멀리 있다 하여도/내 마음 속 깊이/떠나지 않는 꿈/서러워라//새소리만 바람타고/처량하게 들려오는/백사장이 고요해//파도소리 들리는/쓸쓸한 바닷가에/흘러간 옛날의/추억에 잠겨/나 홀로 있네♩♬”(안다성 노래, 박춘석 작사 작곡)

<색소폰연주에 맞춰 노래 한곡>


   속초해변 북단 앞에는 새들이 많이 찾아와서 이름이 조도(鳥島)’가 된 무인도가 등대를 이고 외로이 서있다. 조도는 해변 백사장과 어우러져 주변 경관을 더해주고 있어 속초의 소야팔경(所野八景)에 논산조양(論山朝陽)’이라 하여 이 일대의 일출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속초팔경 조도>


   석호(潟湖)인 청초호(靑草湖)가 있어 지명이 된 청호동(靑湖洞)에는 1·4후퇴 당시 국군을 따라 남하한 함경도 출신 피난민들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없게 되자, 휴전선에서 가까운 바닷가 허허벌판에 집을 짓고 집단촌락을 형성하여 마을이 된 아바이마을이 있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어른을 가리키는데 당시 노인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붙여진 것 같다.

<속초 아바이마을로 가는 설악대교>


   실향민 1세는 거의 없고 2세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결집력과 생활력이 강하고, 어황도 풍부해 많을 때는 6,000여 명이 거주하였으나, 어업활동이 줄어들면서 인구도 줄고 있으며, 주민의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지만,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함경도 별미인 아바이순대가 인기를 끌고, 낚싯배 영업이나 횟집 등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주민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아바이마을 전경>


   예전의 교통수단인 갯배를 이용해 아바이마을에서 중앙동(中央洞) 갯배나루(오구도선장)까지 배를 타고 건넌다. 갯배는 30여 명이 탈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거룻배로, 한 쪽에서 다른 한 쪽까지 연결된 쇠줄에 고리를 걸고 잡아당겨 건너 속초시의 중앙으로 들어선다. 청초호와 화랑의 전설이 깃든 북쪽의 영랑호가 설악산의 정기를 받아 동해와 더불어 사계절이 반짝인다.

<갯배>


   속초(束草)의 지명에 관한 유래가 많이 있지만, 필자가 아는 유래는 울산의 바위가 금강산으로 옮겨 가다가 금강산까지 가지 못하고 설악산에 떨어졌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울산의 원님이 울산바위에 관한 산세(山貰)를 달라고 하자 설악산의 동자승이 울산 원님에게 우리는 산세를 줄 수 없으니 썩은 풀로 묶어서 가져가면 그간 밀린 세금까지 다 주겠다고 하자, 이를 행하지 못해 분쟁이 해결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묶을 속()자와 풀 초()자를 써서 속초라는 지명이 되었다고 한다. 속초에서 머물며 걷는 동안 봄기운에 묶여 풀풀 나르는 기분 좋은 하루였다.

<설악산 울산바위-네이버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