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강촌구곡 길과 물깨말구구리 길
(2018년 3월 8일)
瓦也 정유순
봄[春]내[川] 물깨말구구리길과 강촌구곡 길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데 봄비가 내린다. 빗방울도 굵지 않고 오랜만에 찾아오는 봄의 전령이라 봄을 싣고 오는 비를 어찌 우산으로 가릴 수 있을까? 채색이 안 된 봄의 밑그림을 마음속에 그리며 전철을 몇 번인가 갈아타고 경춘선 강촌역에 도착한다.
<강촌역>
강촌역은 1939년 7월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다가 1961년 역무원이 있는 간이역으로 조정되었으며, 2010년 12월 전철복선 경춘선이 개통하면서 북한강변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에 있던 역이 지금의 방촌리로 이전하였으며, 코레일(Korail) 수도권동부본부 소속이다.
<강촌역에서 바라보이는 삼악산>
“날이 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날으는/꽃피고 새가 우는 논밭에 묻혀서/씨뿌려 가꾸면서 땀을 흘리며/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서/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싶네//해가 지면 뻐꾹새가 구슬프게 우는 밤/희미한 등불 밑에 모여 앉아서/다정한 친구들과/흙냄새 마시며 내일 위해 일하며/조용히 실고파라 강촌에 살고싶네”<김성휘 작사 감학송 작곡>
강촌은 1969년 가수 나훈아가 불러 히트한 가요 <강촌에 살고 싶네>의 노랫말을 탄생시킨 곳이다. 그동안 노래에 나오는 ‘강촌’이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인지, 일반적인 강가의 마을을 이르는 말인지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작사자 김성휘(2002년 작고)가 생존해 있을 때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의 ‘강촌’인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산기슭에 자리 잡은 강촌역의 풍경에 매료되어, 배를 타고 들어가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느낀 소회를 노랫말로 만들었으며, 강촌리에는 ‘강촌에 살고 싶네’ 노래비가 2005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강촌에 살고 싶네 노래비-다음에서 캡쳐>
역 마당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방향감각이 무뎌진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강변 벼랑 중턱에 매달려 강물을 굽어보는 새집 같은 강촌역’만 생각했지 내륙으로 약1㎞ 정도 옮겨 지은 새로운 역사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비가 그친 뒤 끝이라 주변의 산과 풍경들이 운무에 가려 헷갈리기도 했다. 강촌구곡 길은 역 앞에 있는 강촌삼거리에서 구곡폭포까지 이어지는 약3㎞의 평탄한 길이다.
<강촌구곡 길>
봄내길 제2구간인 물깨말구구리 길은 강촌역에서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을 경유하여 강촌역으로 원점 회귀하는 13.7㎞ 구간이다. 물깨말구구리는 이름이 길기도 하고 특이하다. 물깨말은 강촌의 옛 이름이란다. 물깨 즉 물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구구리는 골이 깊고 아홉 구비를 돌아든다 해서 구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곡폭포 입구>
<구곡폭포 옆의 하늘벽>
주차장을 경유하여 구곡폭포 가는 길로 진입한다. 웬만하면 폭포가 뿜어내는 물기둥소리가 들려옴직한데 잔설 녹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만 구곡정(九曲亭) 아래에서 봄의 교향악으로 변주된다. 비탈진 오르막으로 한참을 오르다가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하얀 빙벽이 다가온다.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데크로 만든 계단을 타고 전망대까지 기어오른다.
<구곡폭포 시냇물>
<구곡정>
봉화산(520m) 기슭에 있는 높이 50m의 구곡폭포다. 구곡폭포는 아홉 굽이를 돌아서 떨어지는 폭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1981년 2월 13일 춘천시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얼음 벽 틈새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틈새로 들어오는 봄바람에 의해 겨우 기지개를 편다. 폭포 주변에는 하늘 벽 바위 등의 기암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이 있어 빙벽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구곡폭포>
<구곡폭포>
<구곡폭포>
구곡폭포 입구에서 오른쪽 검봉산(530m) 능선길로 길을 잡아 비탈길을 좀 가파르게 넘으면 산 정상처럼 보이는 분지마을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200년 전부터 화전민들이 일구어 만들어진 문배마을이다. 문배마을은 돌배보다는 조금 크고 일반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마을의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하여 문배마을이 됐다는 설 등이 있다.
<문배마을 이정표>
<구곡폭포에서 문배마을 가는 길>
그리고 구곡폭포의 옛 지명인 문폭 뒤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문배마을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눈어림으로 2만여 평의 분지인 이곳 문배마을의 시골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향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마을에는 10여 호의 가옥들이 골짜기를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주민들이 운영하는 토속음식점에서 산채비빔밥과 토종닭백숙 등 내방객에게 별미를 제공한다.
<문배마을 전경>
마을 앞에는 생태연못을 만들어 놓아 옥잠화 수련 등 수생식물을 이용하여 물을 정화하고 사시사철 구곡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폭포의 수량을 확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연못 옆에는 문배마을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처리하여 구곡폭포관광지를 자연친화형 청정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문배마을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이곳은 한국전쟁도 피해갔던 오지임에 틀림없다.
<문배마을 생태연못>
<구곡폭포로 가는 물길>
<문배마을 오수처리시설>
마을에서 점심을 한 후 마을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고 봉화산자락 길을 따라 구곡폭포 주차장을 향해 걸어 나온다. 봉화산은 조선시대에 피웠던 봉수대가 정상에 있어 봉화산이라고 불렀다고 하며, 산 북쪽에 검봉산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종주 등반도 가능하다고 한다. 임도는 주민차량이 출입하는 마을의 기간도로가 되었고,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이 녹아 질펀해진 봉화산자락 길을 따라 구곡폭포주차장까지 신발을 흙탕물에 적신다. 그리고 강촌역으로 원점 회귀하여 봄내(春川)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다시 듣는다.
<봉화산 고개 질퍽한 길>
<봉하산 자락길>
<구곡폭포 주변 팬션>
<구곡폭포 주차장>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암산 둘레길과 경춘선 숲길 (0) | 2018.03.16 |
---|---|
육지가 된 섬-석모도 바람길 (0) | 2018.03.12 |
낙동강 천 삼 백리 길을 따라(첫 번째-2) (0) | 2018.02.28 |
낙동강 천 삼 백리 길을 따라(첫 번째-1) (0) | 2018.02.27 |
한성백제의 발자취를 따라서(3 完) (0) | 201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