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모악산과 구이저수지

와야 정유순 2016. 4. 25. 23:07

모악산과 구이저수지

(2016423)

瓦也 정유순

   오늘은 모악산 마실 길 걷기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바삐 길을 나선다.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에서 주최하는 행사다. 세 시간 넘게 버스로 현지에 도착하니 열시가 조금 넘었다. 행사장에는 완주군수를 비롯한 마을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나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사전 의식을 간단하게 마치고 곧 바로 마실 길로 접어들어 모악산(母岳山)을 향해 힘차게 걷는다.


   모악산(794m)은 전주에서 남서쪽으로 약12km지점에 위치하며, 서쪽으로는 김제만경평야가 펼쳐져 지평선을 이루고, 정상에는 어미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의 바위가 있다하여 모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옛날에는 금산(金山)으로 불리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래서 서쪽 아래로 금산사(金山寺)란 절이 있고, 예로부터 금()이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동남쪽의 구이면은 금광(金鑛)이 많았고, 서쪽의 김제시 금산면(金山面)과 금구면(金溝面)에서는 지금도 사금(砂金)을 캐고 있다.

<모악산 전경>

   그리고 예로부터 모악산 주변은 계룡산 신도안(新都安), 소백산 풍기읍의 금계동(金鷄洞)과 함께 명당(名堂)이라 하여 난리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각종 무속 신앙의 본거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또한 미륵신앙이나 풍수지리설 등의 영향으로 여러 신흥종교의 집회소가 있는데, 특히 금산면 백운동은 모악산이 후천세계(後天世界)의 중심지라 믿으며 신도들이 집단 이주하여 증산교(甑山敎)의 종교취락을 이루었다고 한다. 모악산은 197112월에 전라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동쪽으로는 완주군 구이면(九耳面)이 위치하고 오늘 행사의 중심지인 안덕마을은 모악산의 남쪽으로 곧게 뻗은 계곡사이에 포근하게 감싸여 있는 형국으로 곳곳이 명당 같다. 그리고 안덕마을은 자연과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주변 경치가 뛰어나다. 건강과 힐링을 추구하는 마을답게 한옥 황토펜션뿐만 아니라 황토한증막 등을 갖추고 있어 추운 겨울에 설경을 즐기며 뜨끈한 찜질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행사장 뒤편으로 요초당(樂草堂)이 보인다. 요초당은 이 마을에 있던 서원건물을 옮긴 것으로 다례(茶禮)와 전통혼례체험 등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칠순이나 결혼 50주년을 맞아 전통혼례를 다시 치르고자 하는 체험 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전통문화체험뿐 아니라 단체(10여명 내외) 숙박이나 세미나실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마을주민이 설명해 준다.


 <요초당(樂草堂)-귀공자님>

   모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마실 길로 막 진입하여 올라가는데 황토펜션에는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띤다. 필자와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아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유유순명인관으로, 이곳에 명인관이 있다는 소문만 들었었는데 현장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유순 음식명인은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여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꾼으로 이곳에서 살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황토 한옥으로 지은 안덕의원과 안덕한의원도 특이하다. 시간이 없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지나치는데 창문을 통하여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실루엣처럼 엿보이고, 별채 황토방으로 꾸며진 입원실도 보인다. 아마 장기요양이 필요하신 분들이 이용하는 것 같다.


  마을을 약간 벗어나자 마실 길은 등산로로 변한다. 올라가는 길목엔 황매가 무리지어 꽃을 활짝 피어 있고, 계곡 물이 흐르는 도랑은 발목을 적실 것 같은 기세로 물이 흐른다. 숨을 몰아쉬며 올라간 곳에 재(고개)가 나온다. 더 높은 곳으로는 모악산정상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데, 화살표는 안덕마을 주차장으로 가라고 방향을 지시한다. 턱 밑에서 모악산정상을 밟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지만 어쩌랴 지시에 따를 수밖에


<황매>


  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능선을 따라 마을주차장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능선 길은 바위가 없어 안정감을 주는 것 같지만 바위가 있다면 폭이 좁은 칼 능선처럼 날카로울 것 같다. 참나무 가지에는 연초록 새잎들이 돋아났고 철쭉은 만개했다. 어느 참나무는 세상에 나올 때 얼마나 시련을 겪었는지 밑 둥이 뒷간에서 볼일 보는 엉덩이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한참을 내려오니 앞이 확 트인 전망 좋은 곳이 나오는데, 중간에 안내하시는 분이 모악산 지네명당의 기()를 받고 가라고 한다. 폭이 좁은 능선으로 묘가 일렬로 모셔져 있는 것으로 보아 한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 같고, 아래로 뻗은 기상은 계곡과 계곡 사이를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지네형상이다.


   이곳은 전의 이씨 이창수(李昌壽) 내외분이 합장으로 모셔진 산소로 500년 이상 호남을 대표하는 대명당으로 알려졌으며, 후손들이 대를 이어 문무백관으로 출세를 하여 풍수지리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장군대좌혈(將軍對座穴)” 또는 오공비천혈(蜈蚣飛天穴)”로 지정하였다 하고, 속칭 지네명당으로 더 유명하다. 지네는 절지동물로 많은 다리가 자손의 번성(繁盛)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자손이 자주 많이 찾아오면 명당(明堂)이고, 찾아오는 후손이 없으면 흉당(凶堂)”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


   안덕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민들이 정성들여 준비한 육개장으로 점심을 하고,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행사장 무대에서는 참석자들의 노래자랑이 한창이고, 노래가 끝나면 산나물 등으로 마련한 상품을 타가느라 분주하다. 가끔 가곡을 뽑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 전통가요를 구성지게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식사 후 소화 하나는 잘 되었고 행사가 일찍 마무리되어 마을을 빠져 나와 구이저수지로 향한다.


   구이저수지는 모악산에서 발원하는 전주삼천(全州三川)의 상류에 농업용으로 축조(築造)된 저수지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 전주삼천은 만경강의 지천(支川)으로 전주에서 전주천과 합류하여 만경강으로 들어가 새만금방조제를 거쳐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구이저수지에도 둘레길이 마련되어 있어 저수지 상류 쪽에서부터 걸어들어 간다. 저수지 옆의 밭에는 복분자(覆盆子)가 푸르게 자라고 있고, 밭둑에 있는 자운영은 눈길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그러나 초입에서부터 길이 막힌다. 건너야할 도랑에 물이 가득 차서 건너기가 난망이다. 그래서 조금 더 올라가서 대밭사이로 억지로 길을 내어 들어선다.


<복분자나무>


   안으로 들어가니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울창한 숲이 안정감을 준다. 쭉쭉 뻗은 소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오르고 내리는 길은 등산로 못지않다. 지난날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지 허리가 꺾인 나무가 가끔 길을 방해하기도 하고, 길옆의 으름넝쿨은 꽃을 피워 끈적끈적한 수액을 향기와 함께 내보낸다.


  인근의 경각산(鯨角山 660m) 활공장(滑空場)에서 패러글라이더는 날개를 펴고 훨훨 하늘을 난다. 경각산은 모악산과 마주하는 산으로 모악산에 가려 찾는 사람이 적지만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경각산은 고래경()자에 뿔각()자를 써서 고래 등에 난 뿔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모습이 고래 형상이고, 정상에 있는 두 개의 바위는 고래 등에 난 뿔의 형상이라고 한다.


<패러글라이딩-차리님> 

  중간지점의 호젓한 공간에서는 진행자의 지휘에 따라 오빠생각등 노래를 합창하여 숲속의 음악회가 즉석에서 열리기도 한다. 가파른 고갯길을 몇 고비 넘겨서 저수지 둑에 도착한다. 둑 밑으로는 벚나무가 도열해 있는 것으로 보아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벚꽃이 만발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화사한 봄을 선물하고도 남을 만하다.


<숲속의 합창-여행님>

  구이저수지 둘레 길은 약4km로 가볍게 덤으로 걷는다는 진행자의 말을 믿고 따라 나섰다가 두 배 이상으로 힘든 산행을 하였는데, 진행자나 따라 나선 자나 아름답게 속이고 속은 것 같다. 덕분에 여름으로 치닫는 따뜻한 봄날에 나를 위한 힐링을 맘껏 해보았다. 그런데 나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