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보랏빛 연정 퍼플(Purple)섬

와야 정유순 2022. 3. 29. 00:31

보랏빛 연정 퍼플(Purple)

(2022 3 6)

瓦也 정유순

  보랏빛 향기가 번지는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에 있는 퍼플(Purple)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가기 위해 새벽공기를 가른다. 퍼플섬계획은 평생을 박지도에서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두 발로 걸어서 육지로 나오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소원을 접한 신안군은 2007년 안좌면 두리선착장과 박지도,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총 길이 1,460의 목조교(木造橋)를 놓았다

<반월-박지도>
 

  그리고 어떻게 하면 특색 있는 섬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 하다가 마침 그때 왕도라지꽃, 꿀풀꽃 등 보랏빛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주민들은 섬을 보랏빛 섬으로 꾸며보기 위해 신안군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다고 한다. 이후 보라색 섬으로 특성화 하겠다는 제안으로 2016년에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되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민들은 섬마을 지붕을 보라색으로 예쁘게 꾸미는 것은 물론 2019년부터 보라색 꽃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퍼플섬 입구>
 

  그러던 중 이에 두 섬의 주민들은 서로 힘을 모아 약 4천 평의 대지에, 4만 주의 라벤더를 심어 라벤더정원을 만들었고, 반월도 주민들은 1.5에 이르는 섬 길에 보라 루드비키아 6만 주와 접시꽃 6만 주를 심어 보라꽃 섬을 만들었으며, 박지도 주민들은 보라국화인 아스타 27천 주를 심어 1.8에 달하는 보랏빛 섬 길을 만들었다. 섬마을 사림들의 보랏빛 꿈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단도로 가는 길>
 

  10년이 넘어 노후화된 목조교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반월도-박지도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다리를 전면 교체하였다. 그리고 신안군은 여행자들이 퍼플섬을 보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2020년 두리마을의 단도와 반월도 간 총 380 부교(浮橋) 문브릿지(Moon bridge)’를 새로 놓았다. 이로서 두리마을-반월도-박지도-두리마을로 이어지는 다리의 길이는 1,842로 늘어났고,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 섬을 퍼플섬과 퍼플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좌도 갯벌>
 

  반월도와 박지도는 신안 안좌면 남쪽 끝자락에 마주하는 섬으로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신안 사람도 잘 모르던 외딴섬이었다. 섬마을 곳곳에 보라색을 입히고, 퍼플섬이란 새 이름을 단 뒤 반월도와 박지도의 명성은 달라졌다. 노인들만 남았던 쓸쓸한 섬이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섬으로 탈바꿈했다. 퍼플섬은 ‘2021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됐다

<신안갯벌도립공원 표지석>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인구 15000명 미만의 전 세계 농어촌마을을 대상으로 문화·자연자원, 경제·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 안전성 등을 따져 32개국 44개 마을을 선정했는데, 퍼플섬도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섬마을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 관광 잠재성 등을 두루 인정받은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수원화성 야간 관광 등과 함께 ‘2021 한국 관광의 별에도 올랐으며, 문체부·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관광지로 이름을 올렸다

<관광안내소>
 

  버스는 함평교차로를 빠져 나와 육지인 무안군 운남면 성내리와 섬인 신안군 압해읍 복룡리를 연결한 연육교인 김대중대교와 압해도를 지나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를 가로 지른다. 우리나라에서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4번째로 길다는 천사대교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국도 제2호선의 교량으로, 압해도와 암태도(巖泰島)를 연결하는 연도교다

<천사대교-네이버캡쳐>
 

  천사대교(千四大橋)는 국내 최초 사장교(斜張橋)와 현수교(懸垂橋)를 동시에 배치한 교량으로 총연장은 10.8km이며, 2019 4 4일 개통과 동시에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되었다. 국도 제2호선은 원래 목포부산 간 동서로 이어지는 도로인데, 천사대교가 개통됨으로서 기점이 목포에서 신안으로 변경·연장되었다

<천사대교-네이버캡쳐>
 

  암태도를 지나면 팔금도를 경유하여 서울에서 출발한지 다섯 시간이 지나서 안좌도(안좌면) 소곡리 두리마을 퍼플섬 입구에 도착하고, 제방을 따라가면 단도(單島)에 설치된 매표소에 당도한다. 입장료는 5,000원이나 모자, 목도리, ·하의, 신발 중 하나가 보라색이면 요금이 면제가 되며, 입장료를 낸다 해도 지역상품권으로 대신 하기 때문에 현지 가게나 식당 등에서 소비하면 된다

<퍼플섬 입구>
 

  단도 매표소를 지나면 보라색으로 치장한 <천사의 다리>인 목교(木橋)를 따라 반월도의 관문인 토촌마을로 들어선다. 두리마을반월도로 이어지는 문브릿지는 간만의 차이에 따라 물 위에 뜨는 부교(浮橋)로 되어 있으며 도보로만 이용할 수 있고 자전거로도 왕래할 수 있는 다리다. 그래서 무거운 짐이나 자동차 등은 안좌도 두리선착장에서 선박을 이용하여야 한다. 두리마을박지도, 반월도박지도를 연결한 퍼플교도 인도로만 활용된다. 배가 지나가는 물길에는 상판을 더 높게 설치했다

<반월도와 문브릿지(부교)>
 

  반월도에 도착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어간다. 반월도(半月島)는 섬의 생김새가 사방 어느 곳에서 보아도 반달모양 같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면적 2.05, 해안선길이 6.7km이다. 섬 중앙에 위치한 최고봉인 어깨산[210m)은 산의 지형이 사람의 어깨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일명 견산(肩山)이라 한다. 섬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졌으며 해안은 사빈해안(沙濱海岸)이 대부분이다. 일부 도반들은 어깨산을 넘어 남쪽으로 가로 질러 가지만 우리는 해안을 따라 보라색 추억을 쌓는다

<반월도 어깨산>
 

  섬 주위에는 간석지가 발달되어 간척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진 섬으로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나, 농업에 더 많이 종사한다. 주요 농산물은 보리이고, ··마늘·참깨·고추 등이 함께 생산된다. 근해에서는 잡어가 잡히며, 자연산 돌김이 난다. 그러나 농사는 인구 감소 현상인지는 몰라도 주변의 농토가 거의 묵히는 것 같다. 때로는 봄바람을 쌔게 가슴으로 안으며 때로는 등에 밀려 해안 길 완주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 반월도의 두 개의 취락마을 중 하나인 동쪽 해안가에 있는 반월마을이 나온다

<반월마을>
 

  반월마을은 인동장씨(仁同張氏) 집성촌으로 경북 칠곡에서 반월도에 들어와 정착하였다고 전해온다. 재실 입구에 인동장씨세장산(仁同張氏世葬山)이라는 비석과 인동장씨 유래가 새겨진 비석이 있는데, 비문에는 시조 김용으로부터 시작된 인동장씨 황상파가 반월도에 정착한 것은 1670년경 경북 인동에서 28세손으로 태어난 김남이 입주하면서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산나무에서 조금 더 가면 왼쪽에 인동장씨 재실(齋室)이 보인다

<인동장씨세장산비와 재실>
 

  마을에는 주민이 입도하면서 식재한 수목이 당 숲을 이루고 있다. 당 주변으로 평균 수령 300년 정도 된 느릅나무, 팽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송악, 마삭줄 등의 난대수종이 숲을 이룬다. 매년 정월 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던 제단 흔적이 당 숲 안에 있지만 지금은 당제가 중단되었다. 당 숲 바로 위쪽으로는 반월교회가 있으며, 학교 같은 건물이 있어서 가까이 가보았으나 건물에는 <반월-반지도출장소> 간판이 걸려 있다

<반월마을 당숲>
 

  마을을 지나 반월도의 관문인 토촌마을로 향하는데 바다 갯벌에는 남해안의 전통 어업방식인 죽방렴(竹防廉) 같은 둥근 울타리가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낙지산란장이다. 이곳은 갯벌이 잘 발달되어 낙지잡이가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그래서 낙지의 어종 보호를 위해서 신안군 연안바다목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되었으며, 낙지 자원의 지속적인 보호와 활용을 위해 어업인 스스로 관리하는 기반시설이라고 한다

<낙지산란장과 박지도>
 

  반월도 일주가 끝나는 토촌마을을 약600 남은 지점에는 반월도와 박지도를 연결하는 915의 퍼플교가 기다린다. 이 목조교(木造橋)가 생기기 전에는 썰물 때 갯벌이 들어나면 디딤돌을 놓아서 두 섬을 잇는 노둣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는 노둣길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박지도와 반월도 뒷산에도 아담한 암자가 각각 있었는데, 박지도 암자에는 젊은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반월도 암자에는 비구 스님 한 분이 살았다

<반월-박지도 퍼플교>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던 스님과 비구니는 썰물 때면 돌무더기를 바다에 쌓아 징검다리를 만들면서 두 섬을 이어 나갔다. 길을 만들며 수년이 지나 얼굴에 잔주름이 생겨날 때 두 사람은 바다 한 가운데 돌무더기에서 서로 만나 얼싸 안았지만, 그만 밀물에 휩쓸려 두 스님은 사라지고 만다. 지금도 노둣길의 흔적은 갯벌 위에 남아있는데 갯벌에 돌무더기로 놓여 진 길을 스님이 놓았다 하여 중노둣길이라 부르며, 주민들은 아직도 전설 속의 두 주인공을 추모하고 있다고 한다

<반월-박지도 퍼플교 원경>
 

  박지도는 섬의 생김새가 박(바가지)을 닮았다 하여 박지도라 부르게 되었으며 바기섬 또는 배기섬이라고도 한다. 구전(口傳)에 의하면 고씨(高氏)가 맨 처음 마을을 형성하였다고 한다. 그 후 김해김씨(金海金氏) 김성택(金成澤) 1700년대에 이주하여 정착하였다고 한다. 해발 130 되는 마을 뒷산 정상에 있는 당()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질병퇴치를 위해 흠 없는 송아지를 각을 떠서 당제(堂祭)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 면적은 1.75, 해안선 길이 4.6이다

<박지도 표지>
 

  박지도에는 900년 우물이 있어서 등산로를 따라간다. 당산 정상에서 표지판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는 ‘900년의 우물은 전설에 의하면 오래전부터 이곳 당산에서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정월 대보름날 제를 올렸는데, 제주는 제를 올리기 전 이 우물에서 목욕재계 후 제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우물의 형태는 900년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평범한 약수터 같다. 그리고 바람의 언덕에 위치한 라벤다 정원 4~6월에 꽃이 피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퍼플길 간이휴게소>

 

  박지도 동북부 해안에는 혹이 붙은 예덕나무(또는 이당나무) 군락지가 있다. 예덕나무는 줄기나 잎이 오동나무를 많이 닮아 야오동(野梧桐)’으로도 부른다. 뜨거운 밥을 예덕나무 잎으로 싸면 나무의 향기가 밥알에 배어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타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한방에서 위()를 튼튼하게 하는 건위제(健胃劑)로 사용한다. 열매와 나무껍질을 염료로 이용하며, 잎은 치질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원래 목피(木皮)가 매끈한데 이곳 나무는 혹이 붙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혹이 붙은 예덕나무>


 
  시간에 쫓겨 박지도를 다 살피지 못하고 박지두리 구간 퍼플교(547)를 따라 안좌도 두리선착장으로 나온다그런데 반월도에서 박지도를 건너온 퍼플교와 박지도에서 두리선착장으로 연결된 퍼플교에 세워진 교각기둥과 문이 일본 신사(神社)의 정문인 도리이[鳥居]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언젠가 대마도에 갔을 때 썰물 때 걸어 들어가는 일본 신사의 도리이처럼 내 눈에는 강하게 느껴진다

<박지-두리 구간 퍼플교>

 

<대마도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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