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물소리 길5(흑천길)
(2020년 2월 11일, 원덕역∼용문역)
瓦也 정유순
양평읍 원덕리에 있는 원덕역(元德驛)은 중앙선의 역(驛)으로 양평역과 용문역 사이에 있으며, 부역명(副驛名)은 추읍산이다. 1939년에 간이역으로 설치되어 1940년 4월 1일 역무원이 있는 배치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시작한 뒤 1965년 보통역으로 승격하였다가 1995년 12월 1일 승차권 발매를 중지하였다. 2009년 12월 국수∼용문간 복선전철이 개통되어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운행된다. 코레일(Korail) 수도권동부본부 소속으로 역사는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원덕흑천길 136번지(원덕리 302-2)에 있다.
<원덕역>
흑천(黑川)은 양평군 동쪽의 청운면 신론리(新論里) 성지봉(聖地峰)에서 발원하여 군의 중앙부를 따라 남서부로 흐르다가 개군면 앙덕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흑천은 냇물 바닥의 돌이 검어 물빛이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지역 주민들은 흑천을 거무내라고도 부르며 옛 전곡천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흑천어적(黑川漁笛)은 용문팔경 중 하나다. 양평군 내륙의 중심 하천이며, 하천 변을 따라 경작지와 취락(聚落)이 발달해 있다.
<흑천하류>
참고로 용문팔경(龍門八景)은 1. 용문사 새벽 종소리(龍門寺 晨鐘) 2. 조계골 열두 여울(鳥溪 十二灘) 3. 윤필암의 돌아가는 구름(潤筆庵 歸雲) 4. 봉황대의 맑은 바람(鳳凰臺 淸風) 5. 칠보산의 아지랑이(七寶山 晴靄) 6. 중원산 폭포(中元山 瀑布) 7. 흑천 어부의 피리 소리(黑川 漁笛) 8. 백운봉의 저녁노을(白雲峯 落照)이다. 이 팔경을 좌대(座臺)에 올려놓은 것 같은 수석(壽石) 한 점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로다.
<흑천의 바위>
흑천을 따라 원덕리를 벗어나면 양평군 용문면 삼성리다. 용문면(龍門面)은 용문산과 용문사에서 지명이 유래하였다. 북동쪽으로 단월면(丹月面), 서쪽으로 옥천면(玉泉面)·양평읍, 남쪽으로 개군면·지평면(砥平面)과 접한다. 북부에는 도일봉(道一峰, 864m), 서부에 용문산(龍門山, 1,157m)·백운봉(白雲峰, 940m), 남부에 추읍산(趨揖山, 583m), 동부에 중원산(中元山, 800m)·괘일산(卦日山, 468m)이 솟아 있으며, 남부의 흑천(黑川) 유역에 경작지가 형성되어 있다.
<용문산과 백운봉-2019년 10월>
<흑천과 추읍산>
원덕역에서 흑천을 따라 상류로 올라갈수록 추읍산을 더 가깝게 다가온다. 추읍산은 양평군 개군면에 위치한 산이다. 개군면 주읍리·내리와 용문면 삼성리 경계에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주읍산(注邑山)으로 불려왔으나, 1995년 고유지명인 추읍산으로 환원되었다. 유명한 지관(地官)이 마을 뒷산에 올라보니 이 산이 ‘용문산을 뒤쫓는 형상’이므로 추읍산(趨揖山)이라 명명했다고도 전한다. 추읍산을 “맑은 날 산 정상에 올라서면 일곱 고을이 내려다 보인다.”고 하여 칠읍산(七邑山)으로도 불린다.
<추읍산>
그러나 풍류를 아는 사람들은 추읍산이 있는 이 지역을 “칠보산(칠읍산)의 높고 험준한 봉우리가 남으로 십 리나 뻗은 것이 기세는 하늘 둑과 같고, 겹말이 놀라 달아나듯 하구나. 산봉우리에 구름이 돌아간 자리에는 아지랑이 일고, 한 송이 연꽃처럼 아름다운 산은 쪽빛같이 푸르다. <겸재(謙齋) 양창석(梁昌錫) 작>”라고 읊으며 용문 8경 중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칠보산 아지랑이(七寶山 晴靄 : 칠보산 청애)’가 일품이라고 한다.
<칠보산(추읍산)-2019년10월>
흑천의 맑은 물을 확보하려는 민관(民官)의 노력이 보인다. 용문면 삼성리에는 소규모 마을 공공하수처리시설이 가동 중이다.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하수(下水) 및 오폐수(汚廢水)를 우수(雨水)와 섞이지 않게 배관(配管)을 하여 하수처리장에서 처리공정에 의해 일정 기간 처리하여 흑천으로 방류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환경보전(環境保全)에 주력하는 이유는 현재의 삶의 질 향상도 있지만, 후손들에게 물려줄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리 소규모공공하수처리장>
삼성리(三星里)는 흑천이 가로질러 흐르며, 추읍산이 바로 앞이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상성리, 중성리, 월성리, 흑천리와 동종면의 원당리 일부가 합쳐 삼성리가 되어 용문면에 편입되었다. 자연마을로는 거무내, 건너비레, 백고개, 비레, 섬실 등이 있다. 특히 거무내마을은 냇물 바닥 돌이 검은색이어서 물빛이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흑천(黑川)의 유래가 된 것 같다. 삼성리의 으뜸 마을은 비레(성리)마을이다.
<삼성교와 솟대>
흑천 서안(西岸)을 따라 걷다가 삼성교를 건너 동안(東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류로 조금 올라가니 낯익은 수진원(修眞園) 간판이 보인다. 수진원농장은 정두화회장이 손수 일구어낸 구두약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일본의 화학조미료에 뺏긴 우리 입맛을 찾기 위해 1970년 이 농장을 세웠다. 2000년대 초반 우연히 이곳에 들렸을 때 정회장이 내민 명함에 찍힌 직함(職銜)은 그 흔한 회장 사장도 아니고 그냥 머슴이었다. 이유를 묻자 ‘일은 머슴이 하지 주인은 안한다’는 것이다.
<수진원농장 입구>
머슴 정두화는 우리나라 전통 궁중 장류(醬類) 중 간장·된장·고추장을 재현하기 위해 간장은 5년, 된장은 3년간 발효시켜 만든다고 한다. 그 정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손수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해마다 수백 개의 옹기그릇을 바꾸어 주면서 세심하게 관찰한다고 한다. 그의 혈관에는 피 대신 간장이 흐르는 것 같았다. 만날 때마다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선생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셨던 그 머슴은 10여 년 전 내가 이곳에 들렀을 때는 이미 고인이 되었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수진원농장>
머슴의 우리 것에 대한 순수한 정신이 계승되기를 빌면서 흑천길을 재촉한다. 수진원농장 뒤편의 길옆에는 <물소리길 도보인증대>가 있어 날인(捺印)하는데, 잉크가 말라 선명하지 않다.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은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말을 갈아타고 흑수(黑水)로 들어가니 섬강(원주 蟾江)이 어디더냐. 치악(雉嶽, 원주 치악산)이 여기로다”라고 썼는데, 여기서 ‘흑수’는 여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양평군이다. 송강이 관동으로 넘나들었던 길을 따라 백산교를 건넌다.
<흑천 갈대밭 길>
용문역으로 가까워질수록 빈 건물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백산교 건너에 있는 P콘도도 창문이 뜯긴 채 흉물로 변한 지 오래된 것 같다. 자연을 지키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거늘 마음대로 훼손해 놓고 방치(放置)하는 것도 더 큰 잘못이리라. 다시 천변으로 들어가 물소리 들으며 내딛는 발걸음은 상큼하다. 마을 사람들이 흑천 주변 산책로에 왕벚나무를 심고 코스모스를 심어 봄에는 벚꽃길, 가을에는 코스모스길을 만들었다고 하니 제철에 오면 더 아름다운 길이 될 것 같다.
<흉물로 변한 P콘도>
용문면 삼성리를 지나면 다문리다. 다문리(多文里)는 <지덕원>이라는 객사가 있어 글을 읽는 선비들이 많이 모였다고 하여 다문리라 하였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장대리, 하진리, 상진리와 하서면 마천리 일부를 합쳐 다문리가 되어 용문면에 편입되었다. 면사무소와 용문역을 비롯한 행정복지시설이 다문리에 몰려 있는 용문면의 중심지다.
<용문역>
양평군 청운면에서 발원하여 다문리 남쪽으로 흐르는 흑천(黑川)은 항상 물이 맑다. 이 하천에는 많은 어종(魚種)이 서식하여 물고기를 천렵(川獵)과 탐어(探魚)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여름철에 냇가에서 투망(投網)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징검다리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세상을 걸어가는 나그네의 피곤한 육신을 풀어주는 청량제다. 산과 물과 들이 어우러진 흑천 주변은 바라만 보아도 풍요로움이 절로 솟구친다.
<흑천 징검다리>
<흑천과 삼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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