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 -괴곡성벽길

와야 정유순 2020. 1. 8. 03:43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 -괴곡성벽길

(202014)

瓦也 정유순

   새해 벽두 새벽길은 충북 제천에 있는 청풍호 자드락길을 찾기 위해 스산한 찬바람을 가르고 어둠 속을 달린다. 제천지역 사람들이 청풍호로 부르는 충주호는 1985년에 완공된 충주댐으로 조성된 인공호수로 면적 67.5, 높이 97.5m, 길이 464m, 저수량 275,000t이다. 육지 속의 바다로 불릴 만큼 소양호(29t) 다음으로 담수량이 큰 호수로 충주호가 공식명칭이나, 전체면적의 60%를 차지하는 제천사람들은 청풍호(淸風湖)라 부르며, 주변 경관이 뛰어나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청풍호>


   오늘 출발지는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 옥순대교 입구다. 수산면(水山面)은청풍호반이 가로지르는 면적이 넓은 지역으로, 수려한 자연경관(옥순대교, 옥순봉, 능강계곡, 금수산, 가은산)이 일품이다. 구릉 지대가 많은 밭농사 위주의 산간지역이지만, 근래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남한강을 경계로 북부에는 산지가 많고, 남부에는 수산리·지곡리·괴곡리 같은 큰 취락(聚落)이 발달하였다. 현재 수산·내리·적곡 등 22개 법정리가 있다.

<청풍호 자드락길 안내도>


   괴곡리(槐谷里)는 조상거리마을에 수령 1,200년 된 느티나무가 있어 느티나무 괴()자를 써서 괴실 또는 괴곡(槐谷)이라 하였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지내던 동제(洞祭)가 매년 정월 초에 있었으나 마을이 수몰된 1985년 이후에는 동제가 중단되었다. 괴곡리 산9번지 청풍호 안에는 명승(48)으로 지정된 옥순봉이 있고, 청풍호를 가로질러 놓은 아름다운 옥순대교는 제천 시내는 물론 단양과 월악산 국립공원 관광 도로로 이어지는 다리로 길이 450m, 너비 10.5m 규모다.

<옥순대교>


   청풍호 자드락길-괴곡성벽길! 언어의 조합이 예쁘면서도 좀 오싹한 느낌이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말하고, 이 앞에 청풍호란 이름을 붙여 호수를 둘러싼 산간마을을 중심으로 길이 이어짐을 알 수 있는데, 괴곡리라는 지명에서 유래한 괴곡성(槐谷城)은 발음이 귀곡성(鬼哭聲)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드락길은 이웃집 가는 가벼운 길 같은 느낌이지만, 괴곡성벽길로 들어설 때는 스산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느낌이다.

<괴곡성벽길 이정표>


   청풍호 카누카약체험장 앞에 자드락길 이정표를 따라 괴곡성벽길로 들어선다. 가끔은 숨이 가쁘기도 하지만 비교적 부드러운 길이다. 여름에 그 무성했던 잎들은 낙엽(落葉)으로 쌓여 길바닥이 푹신하다. 청풍호는 나목(裸木) 사이로 맑은 수면이 엿보인다. 길가에는 부처손, 벌개미취, 꿩의다리, 둥굴레 등 야생화를 적은 손바닥만 한 표지판이 대신 겨울잠을 잔다. 괴곡성벽(槐谷城壁)은 자연이 만들어 준 천연 요새(要塞). 가끔은 능선 마루를 걸을 때는 마치 돌로 쌓은 성벽 위를 걷는 기분도 든다.

<시야가 흐린 청풍호>


   얼마나 걸어 올랐을까? <사진찍기 좋은 장소>라는 푯말이 보인다. 정자와 쉼터로 조성된 이곳 사진찍기 좋은 장소는 청풍호의 속살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선 몸체를 길게 늘어뜨린 청풍호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도처럼 이어진 산줄기를 관통하는 물줄기가 장쾌하지만, 옥순봉은 미세먼지 영향으로 시야가 흐리다. 옥순대교 건너 수산면 상천리 가늠산(477.3m) 자락에 조성된 단지는 머리에 도장병에 걸린 것처럼 흉하다.

<청풍호 건너 조성된 택지>


   괴곡성벽 마루 좁은 길에는 누구의 묘()인지는 모르게 비석도 없이 놓여있다. 옛말에 처녀가 죽으면 원혼이라도 외로움을 달래라고 사람의 왕래가 잦은 길옆에 묻곤 했지만, 벌초가 깨끗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후손이 있는 산소 같다. 후손들은 조상 덕에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이곳에 올라오는 운동을 할 것 같다. 성벽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영면(永眠)이나 제대로 하실까? 우문(愚問)도 해보며 전망대에 오른다.

<성벽길 중앙의 묘소>


   청풍호전망대 주변 정상에는 솟대가 있다. 솟대는 삼한(三韓) 이전부터 소도(蘇塗)를 표시하기 위하여 긴 장대 끝에 새 모양의 장식을 붙여 세워 놓은 것이다. 솟대가 세워진 소도에 도둑이 도망쳐 들어가도 함부로 들어가 잡지 못하는 신성한 지역이라고 전해온다. 그리고 제단에서는 신의 모습으로, 마을에서는 수호신 및 경계신의 상징으로, 농가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세우며, 개인적으로는 소원을 담아 하늘에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솟대>

<전망대에서 본 청풍호>


   나선형(螺旋形) 전망대에 오르면 청풍호는 내 발아래 길게 눕는다. 청풍호의 명승 옥순봉(玉筍峰) 이곳에서도 미세먼지로 희미하게 보인다.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고 하여 옥순봉이라고 이름 붙였다. 원래는 청풍군에 속하였으나, 조선초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직하던 때 돌벽에 단구동문(丹丘東門)’이라는 글을 암각(暗刻)하여 이곳이 단양의 관문이 되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물속에 잠겨 찾아보기 힘들다.

<청풍호 전망대>

<단원 김홍도 작 옥순봉-리움미술관 소장>


   전망대에서 왔던 길을 돌아 다불리로 향한다. 다불리(多佛里)는 두무산(頭舞山, 478m) 북쪽에 위치하며, 기암절벽(奇巖絶壁)이 마치 불상을 보는 듯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원래 비옥한 토지에서 30여 호 100여 명이 평안하게 살고 있었으나 청풍호의 담수로 수몰되어 주민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 지금은 20여 명이 거주한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리는 다불리에 백봉주막이 있다. 자드락길이 열리면서 생겨난 쉼터에서 잠시 막걸리로 목을 적시며 겨울의 조용한 산속 정경(情景)을 음미한다.

<백봉산마루주막>


   다불암(多佛庵) 표말과 함께 작은 석불이 이정표를 대신하고 있다. 이곳 다불암은 예전엔 정방사보다 더 큰절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쇠퇴하여 결국은 작은 암자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전해진다. 마을은 원래 다불암 밑에 자리했던 작은 사하촌(寺下村)이었다. 마을은 외부와 거의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고, 마을 밖에서는 마을이 어디에 자리하는지 좀처럼 알 수 없다. 다만 이 마을 출신이 육군 중장으로 승진하는 축하 현수막이 나부끼는 것으로 보아 길지(吉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불암 와불>


   백봉주막에서 포장도로인 임도를 따라가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지곡리 나루터로 향한다. 다불재 정상까지는 작은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다불재 정상은 괴불성벽길의 중간쯤 된다.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로 산길은 오르고 내리는 길이 반복된다. 기후변화로 남방한계선이 북상하는 가운데 이곳의 소나무는 오지랖 넓게 한겨울에도 늘 푸른 모습을 띠며 굳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괴곡성벽길 소나무>


   지곡리(池谷里)는 원래 강변에 윗늪과 아랫늪이 있어 늪실이라 하였다가 못[]이 있으므로, 못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지곡이라 하였고, 충주댐 건설로 대부분 수몰되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은 이곳에서 큰 인물이 날 것을 두려워하여 쇠말뚝을 박아 지세(地勢)가 기운 형상이었는데, 동행한 유성룡(柳成龍)이 이에 항의하여 늪실마을에 느티나무를 심어 균형을 잡았다. 그 후 늪실마을에 신창표씨(新昌表氏) 성을 가진 큰 부자가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고택과 사당인 숭모사(崇慕祠) 등은 수몰되기 전에 청풍문화재단지로 이전하여 영구보존하고 있다.

<지곡리마을 이정표>


   지곡리에서 괴곡성벽길 걷기를 끝내고 봉황의 날개를 타고 날아올라 청풍명월의 비경을 누비는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버스로 청풍면 물태리 청풍호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비봉산(飛鳳山)에 오른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왕복 운행하며, 10인승 캐빈 43대가 운행되고 그중 10개의 캐빈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으로 구성되어 발아래의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 수송능력은 시간당 최대 1,500, 일일 최대 15,000명까지다.

<청풍호반 케이블카 승강장>


   약 10분 만에 비봉산 꼭대기에 도달하며, 케이블카 상부 정차장인 비봉산은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청풍호 중앙에 있는 해발 531m의 명산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흡사 다도해를 보는 듯한 빼어난 풍광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어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편안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청풍호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비봉산 정상 전망대>


   비봉산 전망대의 옥상에서 사방에 다도해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멀리 남쪽으로 월악산과 주흘산, 북쪽에 작성산과 금수산, 동쪽에 소백산 줄기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타임캡슐을 저장하는 박스를 층층이 쌓은 설치미술 작품과 포토존도 조성했다. 특히 솟대 조형물은 우리 인간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하늘을 향한 희망이다. 솟대는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 총회에서 대한민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선정되었다.

<타임캡슐 조형>

<비봉산 솟대>


   비봉산에서 내려와 의림지 역사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의림지(義林池)는 충청북도 제천시 모산동 일대에 있는 삼한시대(三韓時代)의 인공 저수지이다. 1976년 충청북도의 기념물(11)로 지정되었다가, 200612월 대한민국의 명승(20) 제천 의림지와 제림으로 승격·지정되었다.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한국 고대 수리시설의 하나로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 등에 기록되어 있는 수리시설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러한 의림지를 소개하기 위해 역사박물관을 건립하였다.

<의림지 역사박물관-네이버캡쳐>


   제림(堤林)은 제방 위에 조성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으로 의림지와 역사를 같이하고 있으며, 현재는 아름다운 노송이 주종을 이루고 버드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등이 함께 자라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나 시간이 촉박하여 직접 들르지 못하고 먼발치로 인사만 했다. 청풍호반 케이블카 탑승권을 소지하고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가면 관람료가 면제되고, 제천시에서 발권한 지역 화폐 <모아(5,000원권)> 받아 제천시 관내 가맹점 4,000여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한다. 우리는 제천 동문시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마무리한다.

<제천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