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산 탕정둘레길

와야 정유순 2020. 1. 22. 22:42

아산 탕정둘레길

(2020118)

瓦也 정유순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둘레길을 가기 위해 도착한 염치읍 현충사 충무교육원 주차장 한 곳에는 必死卽生 必生卽死(필사즉생 필생즉사)를 초서체로 갈겨 쓴 비석이 눈길을 끈다. 이 글은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명량대첩(鳴梁大捷)을 하루 앞둔 1597915, 장졸(將卒)들을 모아 놓고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요, 살기를 꾀하며 싸우면 죽을 것이다.”라고 한 말이다. 우수영에 정박한 13척의 전함으로 왜의 함대 300여 척과 싸워야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토로하였던 것을 난중일기(亂中日記)에 기록하였다.

<필사즉생(必死卽生)비>


   충무교육원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호국 얼이 담긴 방화산 기슭 아래에 위치하며 충무공을 비롯한 성현들의 충효 정신을 이어받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도덕성을 함양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인격체를 기르고자 1974년 개원하였다. 이웃에 있는 현충사(顯忠祠)는 임진왜란 때 순국한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1706년에 창건하고, 1707년 숙종이顯忠祠라 사액(賜額)하였다. 그 뒤 일본의 국권 침탈로 돌볼 수 없게 되어 한때 퇴락했으나, 해방 후 1967년 국가에서 현충사 성역화 사업을 마쳤다.

<충무교육원>


   아산시 염치읍(鹽峙邑)은 아산시(牙山市)의 남쪽에 있다 하여 아남면(牙南面)이라 불리었다. 1914년 군, 면 폐합에 따라 아산군 삼서면의 8개 마을과 온양군 일북면의 일부, 서면의 실옥리 일부 지역을 병합하여 염치면으로 독립하였으며, 199041일 읍으로 승격하였다. 남쪽으로 곡교천이 흘러 신창면과 경계를 이루고, 북쪽은 영인산 등의 잔구성(殘丘性) 산지가 발달해 있다. 백암리에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가 있다. 현재 염성리·산양리·강청리·서원리·중방리 등 14개 법정리가 있다

<염치읍 방화산 길>


   충무교육원 좌측 숲길로 올라가 방화산을 지나면 바로 탕정둘레길과 만난다. 아산시 탕정면의 탕정(湯井)은 문자 그대로 따뜻한 물이 샘물처럼 솟아난다는 뜻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온양(溫陽)의 옛 이름이며 백제 때부터 탕정군(湯井郡)’으로 불려 왔다. 온양은 조선조 때 어실(御室)을 만들어 왕들이 온천욕을 즐겼던 곳이다. 1442(세종 24)세종이 이곳에 행차한 뒤 온양군이 되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아산군 탕정면이 되었으며, 1995년 아산군과 온양시가 통합되어 아산시가 되었다.

<탕정둘레길 이정표>

<방화산>


   방화산(芳花山, 163.1m) 정상 자락에는 모 교회의 묘원(墓園)이 조성되어 있고, 물한산(284.5m)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라서면 물한산성이 있다. 물한산성은 탕정면 용두리와 음봉면 송촌리·동천리가 접하는 동고서저 형태의 포곡식(包谷式) 석축 산성이다. 성을 언제 쌓았는지는 불명확하며, 백제 때부터 있었던 성으로 구전(口傳)된다. 성벽은 대부분 무너지고 성문터와 건물터, 기와 조각 등이 확인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둘레 1,420()에 높이 10()으로 수한산성(水漢山城)으로 기록되어 있다.

<물한산성>

<물한산성 돌탑>


   물한산성에서 동쪽으로 약 500m쯤 오르내리면 꾀꼴산성이다. 이 산성은 탕정면 용두리 산골과 음봉면 송촌리 경계에 있는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성의 모양이 마치 꾀꼬리가 집을 지은 것처럼 생겼기 때문에 유래한 지명이다. 성안 바위 아래에 굴이 있어서 불을 때면 20여 리 밖 영인면 백석포 강 한가운데에서 연기가 난다는 설화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축조연대는 백제 시대로 전해지며 둘레는 655(), 높이는 7()의 폐성으로 앵리산성(鶯里山城)으로 기록되어 있고, 물한산성과 이어져 있다.


<꾀꼴산성과 돌탑>


   꾀꼬리산(270.6m)에서 좀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아산시 음봉면 동암리(銅岩里). 음봉면은 본래 아산군 일동면 지역으로서 16개리를 관할하다가,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이동면의 16개리와 천안군 환성면의 공수리를 병합하여 이 지방에 있는 아산의 옛 이름인 음봉(陰峯)의 이름을 따서 음봉면이라 칭했다. 동천리(東川里)에는 윤보선(尹潽善, 18971990)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고, 산정리(山亭里)에는 이충무공(李忠武公) 묘소가 있어 참배객이 많이 찾아온다.

<음봉면 동암리 공업지역>


   산에서 내려와 탕정면 명암리에 있는 지중해마을로 이동한다. 이 일대는 몇 해 전까지 포도나무 농사를 주로 짓던 시골 마을이었다. 이곳 460여 만의 산업단지에 삼성디스플레이시티가 조성되면서 원주민 63명이 단지 내 이주자 택지로 옮겨와 조성한 마을이다. 지중해마을은 산토리니, 프로방스, 파르테논 등 세 가지 양식으로 꾸몄는데, 파르테논은 패션 거리, 산토리니는 공방과 카페가 있는 예술문화 거리, 프로방스는 뷰티&식음료 거리로 조성하였다. 이곳에 우리 고유의 멋이 가미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중해마을>


   지중해마을에서 식사와 차()로 시간을 보낸 후 서울로 오는 길에 천안과 아산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용곡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한다. 용곡공원은 에코힐링 황톳길 산책로로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계절상 겨울로 황토는 낙엽에 가려 있다. 2.5길이의 순환형 구조로 나무숲이 우거진 황톳길을 걷다 보면 맨발에 닿는 황토의 감촉과 흙냄새가 기분을 맑고, 상쾌하게 해줄 것 같다. 가까운 곳에 KTX 천안아산역과 전철 1호선 아산역이 있어서 접근도 쉽다.

<용곡공원 황톳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