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네 번째-1)

와야 정유순 2019. 5. 30. 00:40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네 번째-1)

(어라연→각동리, 201952526)

瓦也 정유순

   5월로 접어들자 봄기운은 모퉁이를 돌아 저만큼 달아난다. 그래도 쪽동백, 이팝나무, 불두화 등 하얀 꽃을 바람에 휘날리며 계절의 여왕답게 위엄을 갖추더니 하순에 들어서자마자 폭염주의보를 날리며 온 세상이 쉽게 달아오른다. 오늘의 한강 걷기 시작점인 동강(東江)12경 중 제11경에 해당하는 어라연(魚羅淵)찾아가기 위해 영월읍 거운리 봉래초등학교 거운분교장 부근의 삼옥탐방안내소 앞으로 이동한다.

<동강 삼옥탐방안내소>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고 감입곡류(嵌入曲流)로 흐르는 동강 여울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만지관리소옆에는 전산옥(全山玉, 19091987) 주막 터가 있던 만지나루다. 만지(滿池)나루는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가 떼꾼들 무덤이라고 불리던 위험구간으로 거칠게 흐르던 물이 어라연을 휘돌아 천천히 숨을 고를 때쯤 만나는 곳이다. 사지를 넘어선 뗏목은 전산옥 주막에서 따뜻한 국밥에 술 한상에 쉬어가던 떼꾼들의 쉼터였다.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 잠시 잠깐이라네.

돈 쓰던 사람이 돈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 맞은 국화라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가세요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띄어 놓았네.

만지산의 전산옥(全山玉)이야 술상 차려 놓게나

<정선아리랑 중에서>

<쪽동백>

  정선지방에서 베어낸 통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타고 내려와 된꼬까리 거친 물살과 목숨을 건 씨름을 벌이다가 겨우 빠져나와 주막의 주모 전산옥의 정선아리랑 한 곡조에 모든 시름 털어내고 다시 뗏목을 저어 서울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전산옥은 빼어난 미모에 입심이 좋아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잘 불러 인기가 최고였다. 그래서 만지산 전산옥은 서울에서도 떼군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했으며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전산옥 주막 터>


   임도가 끝나고 풀이 우거진 생태 숲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어라연이 바로 코앞이다. 다시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오르면 어라연전망대다. 어라연(魚羅淵)은 물속 조화가 많은 물고기 떼가 강물에서 유영하며 놀 때 물고기들의 비늘이 마치 비단 같이 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월 동쪽에서 흘러오는 어라연은 영월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움에 감싸인 계곡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4(200412)로 지정 되었다.

<어라연길>


   어라연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차량출입이 통제되어 트레킹으로 잣봉을 경유하여 어라연을 돌아보는 방법(3시간 소요)과 래프팅을 타고 둘러보는 방법(2시간3시간 소요)이 있다.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강의 상부, 중부, 하부에 삼선암(三仙岩)이 있고, 3개의 소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소의 중앙에 암반이 물속으로부터 솟아있고 기암괴석들이 총총히 서 있는 모습이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이나 부처로 또는 짐승으로 그 모양이 달라진다.

<어라연>


   바튼 숨을 몰아쉬며 잣봉(537m)으로 오른다. 정상에 올라서면 어라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라연은 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푸른 물속에서 솟아오른 괴암괴석 틈새로 솟아난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곳으로 옛날부터 선인들이 내려와 놀았다 하여 상선암 또는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어라연을 바라보는 잣봉은 소나무를 비롯한 숲이 우거져 동강과 어울려 신비감을 보여주는 산이다.

<잣봉>


   어라연에는 수백 년 전 큰 뱀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운리에 사는 정씨가 어라연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 줄을 당기고 있었는데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커다란 뱀이 나타나 정씨의 몸을 칭칭 감아 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 물속에서 황쏘가리 한 마리가 뛰어 올라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로 배를 쳤고, 뱀은 피를 흘리며 물속으로 도망쳤다. 목숨을 구한 정씨는 집으로 돌아가 있었던 일을 가족 모두에게 들려주었고, 은혜를 입은 거운리와 삼옥리에 거주하는 정씨들은 황쏘가리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잣봉에서 본 어라연>


   또한 조선조 6대 임금인 단종대왕이 영월에서 죽자 그 혼령이 태백산 산신령이 되기 위해 황쏘가리로 변하여 남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던 중 경치 좋은 어라연에서 머물고 갔다고 하여 어라연 상류인 문산리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도 단종대왕의 혼령인 어라연 용왕을 모시는 용왕굿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이 두 이야기는 황쏘가리가 어라연과 지역주민들을 지켜주는 수호자였음을 말해준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어라연을 향해 마음을 담은 기원을 올리고, 뱀을 만나면 황쏘가리!’라고 외친다고 한다.

<어라연계곡>


   뗏목이 흐르던 동강은 떼군들의 마음을 쏙 앗아 가버렸던 전산옥도 터만 남아 있고, 물살을 가르던 뗏목 대신 여름이면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우리도 처음에는 래프팅을 하면서 어라연을 둘러볼까 했는데 아직 이른 철이라 래프팅을 못하고 강변을 따라 잣봉을 올라와 다시 거운분교 쪽으로 원점 회귀한다. 태양은 머리 위로 솟아 오전나절이 금방 지나간다.

<어라연>


   오후에는 영월읍 거운리(巨雲里)와 삼옥리(三玉里)를 연결하는 거운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라연이 있는 거운리는 단애(斷崖)를 이루는 산마루에 큰 구름이 걸쳐 있다는 뜻이며,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산간마을로 화전과 밭농사가 이루어지는 마을이었다. 삼옥리는 동강 하류의 마을로 물굽이에 퇴적된 모래가 많아 사모개로 부른 것이 변해 삼옥으로 되었다. 또한 산여옥(山如玉), 수여옥(水如玉), 인여옥(人如玉)이라 해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거운교>


   삼옥리 어라연주차장에서 동강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영월동강생태공원이 나온다. 야외공연장과 영월곤충박물관 등 부대시설이 갖추어진 생태공원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희귀동식물을 비롯해 수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동강은 태고 적 원시의 생태를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구불구불한 뱀 모양의 사행천에 수달과 원앙이 살고,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동굴과 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명산들 까지 천혜의 비경, 그대로를 담아 흐르는 강으로 영월 동강생태공원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강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영월동강생태공원>


   옛날 안돌마을에서 윗벌말로 건너다니던 삼옥나루터 자리에는 삼옥교가 들어섰다. 동강을 따라 병풍을 두르는 단애(斷崖)들은 그 자체가 자연이 만든 걸작이다. 삼옥터널은 땅을 굴착하여 만든 것이 아니고 절벽 아래로 낙석방지를 위해 도로 위에 콘크리트를 덮어씌워 만든 구조물이다. 그리고 터널 밖으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따로 만들어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삼옥교>

<동강의 단애>

<삼옥터널>


   삼옥리의 번재마을 앞에 있는 큰 바위 자연암(紫煙岩)은 마을에서 바라보면 둥글다 하여 일명 둥글바위라고도 한다. 이 바위는 번재마을의 넓은 백사장과 봉래산의 충암절벽이 어우러진 동강 가운데 우뚝 솟은 큰 너럭바위로 백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큰 바위라고 <영월군지>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바위는 두꺼비가 잉어를 물고 있는 형상 같다하여 두꺼비바위라고도 한다. 

<둥글바위(자연암)>



   두꺼비바위 전설은 삼옥마을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하여 근심하자 신령이 나타나 강대바위에 올라 치성을 드리면 두꺼비가 물고 온 잉어를 약으로 쓰면 낫는다 하여 그대로 행하니 시아버지의 병은 쾌유되었고, 다시 밖으로 나가 강을 바라보니 두꺼비는 바위로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일설에는 봉래산에서 뻗어 내린 너럭바위가 곡류를 이뤄 뗏목의 흐름이 불편해지자 봉래산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떼군들이 곡류절단(曲流絶斷)하여 지금의 둥글바위가 되었다고도 한다.

<봉래산과 둥글바위(자연암)>


   영월역 부근을 지날 때 강 건너에는 영월의 금강정(錦江亭)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금강정은 1428(세종10)에 김복항(金福恒)이 건립하였다는 정자로1684(숙종10)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금강정기(錦江亭記)>를 썼다는 정자지만, 영월에서 단종을 모셨던 하인과 시녀들이 단종이 죽자 금강정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정자 옆 비문에는 그 때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영월 금강정>


   동강에는 강 건너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섶다리가 있다. 섶다리는 통나무, 소나무가지, 진흙으로 놓여 진 임시다리를 말하는데, 강을 사이에 둔 마을주민들의 소통과 왕래를 위해 매년 물이 줄어든 겨울 초입에 놓았다가 여름철 불어난 물에 의해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된다. 예전에는 영월과 정선 일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대적인 교량이 들어서 인정과 함께 대부분 사라져버리는데 이색풍물이 되어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섶다리>


   동강은 정선읍 가수리에서 조양강을 이어받아 정선군 평창군 영월군으로 65가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섶다리를 건너 다다른 동강둔치체육공원 앞에서 서강과 해후하여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서강은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하여 평창강을 이루다가 영월군 한반도면에서 주천강과 합류하여 서강이 되고, 한반도지형과 청령포, 선돌 등 자연의 걸작을 어우르며 60흐르다가 동강을 만나면서 남한강으로 더 성숙해진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