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을 따라서(1)
(정서진∼계양역, 2019년 1월 20일)
瓦也 정유순
2012년 아라뱃길은 원래 있었던 굴포천의 홍수 때 바다로 물을 빼는 방수로를 좀 더 확장하여 한강과 연결한 운하로 길이 18km, 폭 80m, 수심 6.3m 규모다. 땅을 파서 육지로 물길을 낸 것은 1638년(조선 인조18)에 안면반도를 끊어 섬으로 만든 이후 처음이다. 한강 하구가 북한과 접경을 이루면서 한강을 통한 바다 진입이 불가능한 것을 아라뱃길을 통해 곧장 인천 앞바다로 물길이 통하게 되어 한강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염하강과 한강 지도>
한강과 서해를 안전하면서도 빠른 뱃길로 연결시키려는 경인아라뱃길 개척시도는 800여 년 전인 고려 고종 때 시작되었다. 당시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중앙정부로 운송하던 뱃길은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강을 거쳐 서울의 마포 경창으로 들어가는 항로였으나, 염하강은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강화군 불은면 광성리 해안)은 뱃길이 매우 험했다.
<경인아라뱃길 지도-네이버캡쳐>
이에 안정적인 조운(漕運)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당시 실권자인 최충헌(崔忠獻)의 아들 최이(崔怡)는 손돌목을 피해서 갈 수 있도록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하기 위해 인천시 서구 가좌동 부근 해안에서 원통현(일명 원통이 고개)과 지금의 굴포천을 거쳐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운하를 시도하였지만, 원통현 400m 구간의 암석층을 뚫지 못해 결국 운하건설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경인항인천여객터미널 전망대>
그러다 1987년 굴포천유역의 대홍수로 큰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방수로를 신설하여 홍수량 일부를 서해로 방류하는 내용의 굴포천 치수대책을 수립하게 되었고, 또한 방수로시작점(굴포천유역)에서 한강 쪽으로 조금만 더 연결해주면 홍수대비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운하로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민자사업자까지 선정하여 사업이 탄력을 받는 듯 하였으나, 환경단체의 반대와 경제성 논란 등으로 사업은 수년간이나 지연되었고, 굴포천유역의 홍수피해가 계속되자 임시방수로공사만 우선 착수하게 되었다.
<경인아라뱃길 하구>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경인운하 사업계획 및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계속되었고 두 번에 걸친 용역수행 결과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됨에 따라 2008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민자사업에서 공공사업으로 전환하여 사업시행자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로 변경, 2009년 3월 착공하여 2012년 5월 25일 준공 되었다. 그리고 아라뱃길의 ‘아라’는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인 ‘아라리요’의 ‘아라’에서 따온 말이자 바다를 뜻하는 옛말이다.
<경인아라뱃길>
아라뱃길을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청라국제도시역에서 하차한다. 2014년 6월에 개통된 이 역은 인천광역시 서구에 있으며, 청라지구는 원래 갯벌이었던 곳을 1979년부터 1989년까지 간척(干拓)으로 만들어진 땅으로, 2000년대까지 농지로 활용되었다. 지명(地名)은 매립되어 육지로 연결된 ‘청라도(菁蘿島)’라는 섬에서 유래된 것으로, 한자로는 ‘菁蘿’라고 써야 하나, 청라국제도시의 한자 표기를 정할 때 위의 풀초 부수를 임의로 떼어버렸기 때문에 국토교통부 고시에서는 ‘靑羅(청라)’라고 표기되어 있다.
<청라국제도시역>
청라국제도시역에서 정서진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정서진(正西津)은 강릉에 있는 정동진(正東津)의 대칭개념이며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서 쪽 지역인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다. 고려 때에는 수도 개경으로 가는 길목으로 정서진 일대는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으며, 남부 지방에서 개경으로 가는 나그네들이 하루 묵어가는 곳이었다. 당시 전라도에 사는 대갓집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가면서 이곳 여각(여관)에 묵었는데, 여각 집 딸과 서로 첫눈에 반해 정서진의 노을을 보며 사랑을 다짐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정서진 표지석>
아라뱃길 초입에는 경인항 인천터미널이 있으나 승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멀리서 큰 범선(帆船) 같은 청사 건물만 바라본다. 아라빛섬과 인천터미널물류단지를 지나 아라뱃길 도보 길로 접어든다. 도보 길과 자전거 길은 아라뱃길을 따라 남북 양안으로 시원하게 뻗었으며, 남쪽 호안을 따라 길을 걷는다. 아라뱃길 위로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경인아라교가 가로지른다.
<경인항 인천여객터미널>
<인천터미널 물류단지>
<제2수도권순환고속도로 경인아라교>
아라뱃길 북쪽 호안으로는 수도권쓰레기광역매립장이 나란히 한다. 이 매립장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난지도매립장이 1980년도 중반에 포화상태에 이르자, 수도권은 국가사업으로 확대하여 환경부가 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 3개 시·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매립하기 위해 동아건설에서 추진 중이던 김포지구공유수면 매립지역 628만평을 1987년 11월에 매입하여 1991년 9월부터 본격적인 매립이 시작되었다.
<수도권광역쓰레기매립장>
쓰레기매립장은 악취와 비산먼지 등 때문에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지만 쓰레기는 자원으로 활용되고 매립 현장이 환경교육장으로 변신한다. 매립가스를 포집해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용으로 전환해 꽃도 재배하여 봄에는 야생식물전시회를 열고 가을에는 백 만송이 국화축제를 연다. 혐오시설로 출발한 쓰레기매립장은 드림파크(Dream Park)로 변신한다. 또한 쓰레기매립이 완료된 제1매립장에는 36홀의 골프장이 조성됐으며, 주변에 수영장과 승마장 등이 건설되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으로 활용되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드림파크CC>
<쓰레기매립장 매탄가스 저장고>
아라뱃길 남쪽 호안으로는 종합환경연구단지가 조성되었다. 종합환경연구단지는 2002년 7월 19일 완공된 환경전문 연구단지이다.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부지에 종합환경연구단지를 조성한 것은 혐오시설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1992년 계획을 수립하여 약 15만평(49만여m2) 규모로 2002년 7월 완공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인력개발원, 한국환경공단 등 연구기관이 들어서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종합환경연구의 본산으로 탈바꿈 하였다. 추가로 환경산업연구단지가 조성 중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종합환경연구단지를 지나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톨게이트 아래로 백석대교가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그 아래에는 봉수마당이 펼쳐진다. <세종실록 제148권>에 의하면 “백석산(101.1m) 봉수는 김포 서쪽 20리에 있는 봉수로 남쪽 부평의 축곶산(해발 79.8m)에서 연락을 받아 북서쪽 김포 통진 약산 봉수로 전달했다”고 되어 있으며, 백석대교가 지나가는 도로를 ‘봉수대로’로 명명하였다.
<백석대교>
<봉수대>
시천가람터를 지나고 매화동산이 나온다. 매화동산은 검여 류희강(劍如 柳熙綱, 1911∼1976)의 생가마을로 인천 서구 시천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고 1937년 명륜전문학원(형 성균관대학교)을 졸업하고 중국에 건너가 서화 및 금석학을 연구했다. 1946년 귀국 후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냈고, 서울 인사동에 검여서실을 열어 서예연구와 후학지도에 힘썼다. 1968년 뇌출혈로 인한 우측 반신마비를 극복하고 왼손으로 서예를 계속하여 인간승리의 일화를 남겼다고 한다.
<매화동산 표지석-다음캡쳐>
아라뱃길 건너편에는 아라마루휴게소와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원형 전망대가 보이고, 그 옆으로 인공으로 만든 아라폭포가 겨울잠을 잔다. 이곳은 아라뱃길 수향팔경 중 전망이 제일 좋다는 곳이며, 옆으로 지나는 목상교는 큰 무지개를 그린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산을 깎아 만든 절벽에 콘크리트 덮어 만든 구조물’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기왕에 우리의 좋은 기술로 우리고유의 무지개다리를 가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건물도 교량도 우리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의식이 있었으면 한다.
<아라마라휴게소와 원형전망대>
<목상교>
멀리 인천 제2시립요양병원이 건너 보이는 다남교 아래 계단을 타고 계양역으로 이동하여 마무리 한다. 정서진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아라뱃길로는 한 척의 배도 움직이지 않는다.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7t급 여객선이 104회 가량 운항했으나, 이후 서울시가 환경단체 등이 포함된 한강시민위원회가 반대하여 한강운항 불허 조치를 내려 현재까지 유람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제2인천시립노인요양병원>
<계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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