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괴산 칠보산(七寶山)

와야 정유순 2017. 10. 3. 05:15

괴산 칠보산(七寶山)

(2017930)

瓦也 정유순

오늘은 충북 괴산의 칠보산(七寶山)을 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제법 쌀쌀하다. 오늘 산행의 출발지인 떡바위 입구에 도착해서는 겉옷 하나를 벗어 배낭에 넣었는데 좀 이른 가 했으나 숲속으로 들어가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벗기를 잘했다고 느껴진다. 나무다리를 건너는 초입부터 계곡이 깊어지고 경사도가 있는 계곡을 기어오른다.

<칠보산 떡바위 입구>

<칠보산 계곡의 나무다리>

<칠보산 초입 계곡>


   칠보산(七寶山, 778)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에 있는 산으로 속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는 산이다. 일곱 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 같은데, 옛날에는 칠봉산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너덜바위가 있는 가 하면 나무토막으로 지탱해 놓은 계단 사이는 흙이 많이 패여 깊은 발걸음을 해야 했다.

<칠보산 떡바위쪽계곡>

<칠보산 통나무 계단>


   바람이 만들고 세월이 다듬은 바위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 거린다.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가 했더니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정상을 향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몇 걸음 더 나갔더니 이제는 바위가 갓을 머리에 이고 조용히 눈 감으며 명상에 잠긴다. 그 앞에는 바람이 할퀸 자국이 보석처럼 박혀 있고, 새색시 발걸음처럼 조용한 물소리를 따라 눈을 돌리니 박사(薄紗) 같은 물줄기로 바위를 적시며 폭포를 이룬다.

<가오리바위 상단>

<갓바위>

<발톱자국 바위>

<박사폭포-얇은 물이 흐르는 바위>


   세월의 무게에 어긋난 통나무계단을 타고 힘겹게 청석골사거리까지 올라가 각연사 가는 길목에서 우측으로 굽어지면 낙락장송(落落長松)과 너럭바위가 펼쳐진다. 계단은 갈수록 더 가파르다. 민마늘이라고도 불리는 산부추가 보라색 꽃을 피웠고 옆의 M자형 바위는 다산을 기원하는 우리의 토속신앙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소나무는 큰 바위에 뿌리를 박고 질긴 생명력으로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어긋난 통나무 계단>

<산부추>

<M자 바위>

<바위에 주저 앉은 소나무>


   다 올라왔나 싶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눈앞을 가로 막기를 몇 번 되풀이 하다가 칠보산 정상에 오른다. 칠보(七寶)는 불교에서 ··산호·거저(바다조개마노(석영파리(수정진주등을 아름다운 보석이라 하여 칠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이곳의 칠보는 보이는 바위마다 보석이로다.

<칠보산의 연봉>


   올라오는 동안 곳곳에 송이버섯 채취금지표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도 송이(松栮)의 산지인 것 같다. 정상의 남쪽 전망대에서는 장성봉(915), 대야산(931), 옥녀봉(596), 군자산(948), 보배산(750)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들을 손가락으로 짚어본다. 너른 바위에서 까먹는 점심도시락 맛은 가히 보배로다.

<칠보산 정상

<칠보산 경관>


   올라온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마치 유격훈련을 방불케 한다. 늘어뜨린 밧줄을 잡고 걸음걸음 마다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스릴은 또 다른 쾌감을 불러 오는 것일까. 내려오는 도중에 뒤돌아다 본 칠보산의 봉우리는 예쁜 꽃봉오리로다. 또 한 번 안기고 싶은 마음인지 거북바위도 목을 위로 쑥 뽑는다.

<밧줄 바위>

<뒤 돌아 본 칠보산>

<거북바위>


   사다리 같은 수직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짜릿함은 이곳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정경이다. 후들거리는 다리의 떨림은 또 하나의 쾌감이다. 비석(碑石)바위는 칠보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듯 자리를 지키고, 크고 작은 봉우리는 오르고 내림의 연속이다.

<사다리 계단>

<비석바위>


   부처 손 같은 소나무 가지는 길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고 가르쳐 주는 대로 내려오면 졸졸졸 흐르는 쌍곡계곡의 물소리는 한결 청아하다. 차디찬 계곡 물에 발을 담그니 묵었던 피로가 순간에 다 날라 간다. 눈에 잘 안 띠는 숲속의 작은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도 콧노래로 들린다.

<부처 손 소나무>

<칠보산 쌍곡 계곡>

 <칠보산 작은폭포>


  이제 다 왔나 싶어 긴장이 풀릴 즈음에 쌍곡폭포(雙谷瀑布)가 기다린다. 처음 푯말을 보고 간 곳은 폭포의 상단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만 보여, 다시 밖으로 나와 하단으로 찾아가니 넓은 소()가 나온다. 쌍곡폭포는 쌍곡구곡 중 제7곡으로 8정도의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마치 수줍게 웃고 있는 여인의 치마폭처럼 단아하고 우아한 자태다. 660넓이의 소는 햇볕이 들지 않는 날이면 고독하고 슬픈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청명함은 그 배가 된다고 한다.

<쌍곡폭포(상)>

<쌍곡폭포(하)>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주차장 쪽으로 한참을 내려오면 오늘 지나왔던 칠봉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봉우리들의 풍경이다. 칠보산이라 하여 일곱 개의 봉우리인줄 알고 자세하게 몇 개의 봉우리인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몇 걸음이면 오르는 봉, 몇 발짝만 뛰면 내려가는 봉, 비켜 돌아가는 봉 등 10여개가 훨씬 넘는 특성 있는 봉우리에 빠져 넘다보면 지루하다거나 힘든 줄 모르는 보기 드문 명산이었다.

<칠보산 탐방지원센터>

<칠보산>

<칠보산 산행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