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원축만제(서호)에서 의왕왕송호까지(2)

와야 정유순 2017. 9. 29. 21:38

수원축만제(서호)에서 의왕왕송호까지(2)

(2017928)

瓦也 정유순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수원의 축만제(祝萬堤, 일명 서호)와 일월저수지를 거쳐 의왕시에 있는 왕송저수지를 둘러보기 위해 전철 1호선 수원 화서역에서 출발하여 서호꽃뫼공원을 가로질러 농민회관 입구로 하여 서호로 들어선다. 화서역 주변에는 이 외에도 서호공원이 서호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고, 여기산(麗妓山, 104.8)공원이 있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간다면 충분한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축만제(서호) 주변 지도>


   축만제(祝萬堤, 일명 서호)는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에 있는 저수지로 1799(정조23) 수원화성을 건설할 때 정조의 내탕금(內帑金) 3만 냥을 들여 여기산 밑에 축조한 호수이다. 축만제의 규모는 문헌상 제방의 길이가 1,246(), 높이 8, 두께 7.5, 수심 7, 수문 2개로 되어 있다. 제방에는 제언절목(堤堰節目)에 따라 심은 듯 아직도 낙락장송(落落長松)들이 서있다.

<축만제 표지석>

<축만제(서호) 낙락장송>


   보수관리는 축제 후 4년만에 축만제둔(祝萬堤屯)을 설치하여 도감관(都監官)감관(監官)농감(農監) 등을 두어 관수와 전장관리를 맡게 하고, 이에서 생기는 도조는 수원성의 축성고(築城庫)에 납입하였다는 것을 보면 제방 아래 몽리구역의 농지는 국둔전(國屯田)이었던 것 같다. 현재는 농촌진흥청 및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시험답(試驗畓)과 인근 논의 관개용 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축만제(祝萬堤)만석의 꿈을 축원하는 뜻을 내포한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시험답>


   둔전(屯田)농사도 짓고 전쟁도 수행한다는 취지하에 부근의 한광지(閑曠地)를 개간, 경작해 군량을 현지에서 조달함으로써 군량운반의 수고를 덜고 국방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후대에는 관청의 경비를 보충하기 위해 설치한 토지도 둔전이라 하였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는 전자를 국둔전(國屯田), 후자를 관둔전(官屯田)이라 하여 서로 구별하였다. 지금의 서둔동(西屯洞)화성의 서쪽에 있는 둔전(屯田)’이라는 뜻이다.

<축만제(서호) 동쪽의 팔달산>


   당시 수원성의 동서남북에는 네 개의 호수[四湖]’를 축조하였다. 북지(北池)는 수원성 북문 북쪽에 위치한 일명 만석거(萬石渠)를 말하는 것으로 1795년에 완성한 속칭 조기정방죽을 가리킨다. 또한 남지(南池)는 원명 만년제(萬年堤)’라 하여 1797년에 화산 남쪽의 사도세자 묘역 근처에 시설한 것이다. 그리고 동지는 수원시 지동에 위치하였다고 하나 현재는 형체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축만제(서호) 전경>


   201611월에는 축만제가 전북 김제의 벽골제(碧骨堤)와 함께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에서 선정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Haritage Irrigation Structures>으로 선정되어 등재되었다.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1950년에 설립된 관개(灌漑)배수(排水)홍수조절하천개수 및 환경보전 등 농어촌정비사업에 관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국제교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이다. 우리나라는 1969년에 가입하여 사단법인 한국관개배수위원회(KICID)ICID의 한국지부로 활동한다.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경축 현수막>

<축만제(서호)에서 잉어 뛰노는 못습을 잡기 위한 기다림>


   서호의 남쪽 물이 흘러나가는 수문 우측부근에는 항미정(杭眉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1831(순조31) 당시 화성유수(華城留守)였던 박기수라는 사람이 정자를 세웠고, 그 뒤 유수 신석희와 관찰사 오익영이 중수하였다고 한다. 홑처마 목조건물로 'L'자형 납도리집 구조이며 건축 면적은 43.64m²이다. 화강암제의 2단 기단을 쌓은 다음 초석 위에 각주를 세웠으며,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정자의 이름은 항주(杭州)의 미목(眉目)’이라는 소동파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항미정>


   축만제(祝萬堤, 일명 서호)를 제방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농민회관 입구로 하여 서호천 길로 접어든다. 서호천(西湖川)수원시의 북쪽 파장동의 광교산(光敎山, 582)에서 발원하여 파장저수지와 서호를 거쳐 장지동에서 황구지천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서호천 주변에는 많은 농경지가 있었으나 인구의 증가로 지금은 대부분 시가지나 주거지로 바뀌었다. 원래 명칭은 고문헌 등에 의해 사근천(沙近川)으로 추정되나 서호로 유입되는 하천이라 서호천으로 된 것 같다.

<서호천>


   서호천은 11.5의 길이로 본래 물이 맑은 하천이었으나 생활하수와 각종 오폐수로 오염되고 집중호우 시 가옥과 농경지가 상습적으로 침수되자, 1998년부터 체계적인 하천정비사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하천가에 갯버들과 갈대를 심고 산책로를 만드는 등 생태도심하천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수초가 잘 발달된 하천 길을 따라가다가 여기산공원 입구로 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조립식아파트를 건설한 구운동 삼환아파트를 지나 일월공원으로 접어든다.

<서호천 징검다리>

<여기산>

<삼환아파트-국내최초 조립식>


   일월공원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과 장안구 천천동에 걸쳐 있는 공원으로 총면적 38의 부지에 잔디 광장·야외 음악당·생태 공원을 갖춘 대규모 문화 공간이다.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만들었다가 주변이 도시화되면서 주민들의 휴식 터로 이용되어 온 일월저수지를 끼고 있다. 저수지를 빙 둘러 산책로가 나 있고, 체력 단련 기구와 벤치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2007년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과 수원시가 공원 내 670의 부지에 보리귀리 등을 심어 자연 학습장을 조성하였다

<일월저수지 주변 지도>

<일월저수지 전경>


   초입에 있는 일월도서관을 지나면 제철을 만난 코스모스가 가을을 물들인다. 물놀이 터를 비롯한 저수지 주변 벚꽃나무 숲 터널을 따라 수초가 반쯤 채워진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본다. 호수의 북쪽으로는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가 보인다. 성균관은 고구려의 태학(太學), 고려의 국자감(國子監)과 성균관, 조선의 성균관 등으로 맥()을 이어오던 우리 전통의 국가교육기관이 사설교육기관으로 전락하였고, 일제가 세운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이 국가교육기관으로 둔갑하였다.

<일월도서관>

<코스모스>

<벚꽃나무 숲길>

<일월저수지 수초>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수초가 잘 발달된 상류 쪽으로는 ‘2012531일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수원청개구리서식처로 생태체험교육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수원청개구리는 몸의 길이가 2540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구리 중 가장 작다. 등은 초록색을 띠지만 진한초록색이나 흑갈색을 띤 불규칙한 무늬를 갖고 있다. 청개구리보다 더 낮고 날카롭게 운다. 우리의 고유종으로 말라죽은 나무에서 동면하고 주로 평지에 있는 관목이나 풀잎 위에서 서식한다.

<청개구리 캐리커쳐>

<청개구리 서식처>


   호수 옆 논의 벼는 누렇게 익어 가는데 얄밉게도 바람은 지나가다가 잠시 쉬어 갔는지 논에 바람자리를 깔아 놓았다. 참나무에서는 익은 열매가 무거운지 상수리가 뚝뚝 떨어지고 주민들은 줍기가 바쁘다. 호수 가운데에는 물을 정화하려는 시설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다. 호수로 진입하는 데크를 따라 수초도 만져보며 관찰을 하였으나 태반이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바람이 머물고 간 자리>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

<호수 안의 시설들>


   호수를 빠져 나와 일월2공원주변에서 점심으로 오전을 마무리하고 구운지하보도를 지나 서수원버스터미널과 수원농산물종합유통센터(하나로클럽) 앞을 지나 황구지천 길로 접어든다. 황구지천(黃口池川)안성천(安城川)의 제2지류이다. 의왕시 초평동에서 시작하여 수원시를 지나 평택시 서탄동에서 진위천(振威川)과 합류하여 안성천으로 흘러 들어가 아산만에서 서해와 만난다.

<구운동 지하보도 벽화>

<황구지천>


   하천주변으로 논 등 농경지가 잘 발달되어 있으나 제거할 인력이 없어서 벼가 익어가는 논에는 피가 너무 많다. 힘이 없는 사람을 보고 너는 피죽도 못 먹었냐?”고 하던 피는 벼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며 나쁜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해 구황작물로 이용되어 왔다. 장기 저장하는 장점이 있으며 쌀과의 혼식 이외에 떡, 엿 등을 만들고 된장, 간장, 술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옛날에는 벼의 생육과 쌀의 증산을 위해 피를 잡초처럼 제거하였다.

<피가 점령한 논>


   또한 제사상에 첫 번째로 올라가는 대추도 붉게 물들이며 주렁주렁 열렸고, 콩도 여물어 간다. 왕송저수지로 가는 길목에는 벼가 고개 숙이며 인사 한다. 한해살이 덩굴식물인 유홍초도 가을을 붉게 점찍는다. 멀리 수리산이 보이는데, 수리산은 속리산에서 시작하여 안성의 칠현산에서 뻗어 나온 한남정맥(漢南正脈)이 수원의 광교산과 의왕의 오봉산과 김포의 문수산을 이어주는 산이다. 한남정맥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13개 정맥 중의 하나로 한강 남쪽의 산맥을 구성한다.

<대추>

<유홍초>

<수리산 전경>


   왕송호수는 경기도 의왕시 부곡동에 있는 저수지이다. 19481월에 조성된 저수지로 수면이 넓어 호반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붕어와 잉어 등이 많이 잡혀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던 곳이다. 제방 길이 640 m, 높이 8.2 m, 만수면적 0.96의 호수이다. 이름은 설치 당시 수원군 일왕면과 매송면의 자를 따서 붙여졌다.

<왕송호수의 제방과 레일바이크 레일>


   이 호수는 인공호수로 2014년까지는 공식 명칭이 왕송저수지였지만, 2014년 제3차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왕송호에 공원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의 명칭인 왕송호수로 바꾸었다. 또한 20164월에 개장한 레일바이크는 서울근교에 위치한 국내최초 호수순환레일바이크를 탑승할 수 있는 곳이다. 포토존, 조류생태존, 스피드존 등으로 코스 구성이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에 자연학습공원, 조류생태과학관, 철도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왕송호수 지도>

<호수열차>


   호수 주변으로는 레일바이크와 호수열차가 가끔 움직인다. 제방 쪽으로는 부레옥잠 같은 부초(浮草)들이 군락을 이루고, 백로들은 그 위에서 먹이를 찾아 잔치를 한다. 호수의 북쪽에 있는 연꽃습지는 지난여름 꽃 잔치를 끝내고 연밥[연실(蓮實)]도 누가 따갔는지 목이 없는 연 줄기들만 썰렁하다. 그러나 다행이도 물옥잠도 꽃을 피웠고, 수련과 빅토리아가시연도 철늦은 꽃을 피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머리에 이고 호수 길을 걷는 것은 참으로 맞이하기 힘든 모처럼의 호사였다.

<왕송호수 부레옥잠>

<수련>

<수련>

<큰가시연(학명:Victoria regia)>

<하늘과  왕송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