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2017. 9. 9)
瓦也 정유순
일교차가 커지면서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새벽부터 안개가 자욱하여 마치 구름 낀 흐린 날씨 같지만 한 낯의 더위를 예고하는 것 같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옥자>라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어렸을 때 산골에 살면서 물놀이 하고 고기 잡던 곳으로도 소개된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이끼폭포를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추석이 멀지 않아서 그런지 하행선 고속도로는 수도권을 벗어날 때까지 벌초행렬 차들로 막힌다.
<천등산휴게소(상)>
중간에 들른 천등산휴게소에는 고구려 기상의 상징인 개마무사상(鎧馬武士像)을 역동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개마무사는 광개토대왕 때 나타나는데, 사람과 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철철편(鋼鐵鐵鞭)을 가죽으로 이어붙인 철갑(鐵甲)을 착용하고 긴 창(槍)을 주 무기로 사용함으로써 기동성과 공격력에 단단한 방어력을 부가하여 그 위용과 기세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 개마무사상을 설치해 놓은 연유는 옛 중원의 중심지인 충주지방까지 고구려의 혼과 기상이 뻗쳐 있기 때문이다.
<개마무사상(鎧馬武士像)>
태백시 고개를 넘어 삼척시 도계읍으로 접어들자 차창 밖으로 구절양장(九折羊腸) 산간도로가 아찔하다. 그래도 20여 년 전에는 차를 몰고 이 길을 갈 때는 구부러진 곡선이 더 심하였고, 경사도가 스키장 활공장 같았는데, 그동안 길도 넓히고 도로 성형공사를 많이 했는지 그 때보다는 많이 개선된 것 같다. 국도 제38호 국도를 벗어나 도계읍 산기길로 접어들어 버스가 올라가다가 모 골재공장 앞에서 더 이상 올라 갈 수 가 없어 하차한다. 무건리 이끼폭포까지는 3.8㎞라는 푯말이 보인다.
<석회석골재공장>
<석회석광산 갱도>
<이끼폭포 이정표>
무건리 이끼폭포는 육백산(1244m)의 아주 깊숙한 품안에 있다. 육백산은 고위평탄면(高位平坦面)으로 일찍이 화전(火田)으로 개간되었으며, 정상 면이 넓어 조[粟(속)]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하여 산 이름을 육백산이라 하였다. 육백산의 정상은 도계에서 신리로 넘어가는 재가 되어 문의치라고도 부른다. 산정 부근에는 신생대 제3기 중신세 때 일어난 융기운동으로 고도 500m이상에 형성된 고위평탄면인 육백산면이 넓게 나타나고 있어 한반도지형발달사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끼폭포 주변의 산>
하늘은 가을빛을 띄지만 콘크리트포장도로에 복사되는 한 낯의 태양열은 뜨겁게 몸의 땀을 짜낸다. 그나마 길가로 늘어선 물봉선화가 꽃망울을 활짝 피며 맞이한다. 물봉선화는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지에서 무리지어 자라는데 이곳의 땅도 고지대이지만 물기가 많은 습지인가 보다. 가까운 곳에 습지식물인 노루오줌도 하얀 꽃을 피워 고개를 내민다. 또한 길가의 공터에는 기암(奇巖) 위에 후∼하고 입으로 불면 넘어질 것 같은 돌탑들이 산골짜기의 거센 바람에도 중심을 잡고 서있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 정성을 들이면 바람도 피해가나 보다.
<물봉선화>
<노루오줌>
<돌탑>
<돌탑>
힘들게 첫 고개를 넘으면 길바닥에는 야자수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가 좀 수월하다. 고갯마루 국시재에는 나무 주위에 돌을 쌓아 당산(堂山)나무를 보호한다. 자동차도 여유 있게 오르내릴 수 있는 임도가 있으며, 숲속에는 잘 단장이 된 집도 보인다. 어느 늙은 소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송진을 공출 당하였는지 가슴팍에 깊은 상흔(傷痕)이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국시재 당산과 당나무>
<국시재 너머 숲속의 집>
<송진채취 상흔>
꽤 높이 올라왔음에도 습지식물인 금불초(金佛草)도 물봉선화 옆에서 금빛을 자랑하며 줄을 잇는다. 금불초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어린순은 나물 또는 국거리로 식용한다. 이 꽃을 말린 것이 선복화(旋覆花)라는 한약재인데 거담·진해·건위·진정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금불초>
야자수매트길 끝에는 목재계단이 급경사를 이룬다. 무건리 이끼폭포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내려갔다 올라올 때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신비의 세계를 보아야겠다는 욕심이 용기를 부채질한다. 무건리는 삼척시 도계읍의 육백산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다. 성황, 소치, 척비, 대포, 사기, 내무건, 외무건 등 자연마을이 있으며 처음에는 ‘물건네’라고 불러 오던 것이 와전되어 ‘무건(武巾)’이 되었다고 한다.
<이끼폭포 내려가는 계단>
나무계단 끝에는 푸른 이끼가 낀 바위틈으로 폭포수가 쏟아진다. 폭포의 규모와 물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목구멍 속에서는 ‘에개게∼’소리가 터지다가 만다. 물에 담그면 손이 너무 시린 폭포수 앞의 징검다리 돌들도 제법 날카롭고, 이끼 낀 바위들도 미끄럽다. 그러나 육백산 깊은 품에 안긴 이끼폭포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신비로움과 경외(敬畏)로움이 물씬 풍긴다.
<1단 이끼폭포>
이끼류는 원래 생태적으로 축축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지만 물속에서 사는 원시적인 수생식물이 육생식물로 진화해 가는 중간단계의 생물로 보고 있는 게 다수 의견이다. 물기를 좋아하는 이끼류이지만 정말로 살 수 없는 곳은 춥거나 건조하거나 더운 곳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오염된 지역에서만 살 수 없다고 한다. 이끼류는 약23,000여종으로 육상생활에 적응하는 식물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끼류가 있는 곳은 다른 생물들이 존재하는 곳이란다.
<1단 폭포 옆의 작은 이끼폭포>
이끼폭포는 2단 폭포로 되어있는데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으로 1단 폭포만 보고 2단 폭포는 공사관계로 올라가지 못하고 위치만 눈으로 확인한다. 원래 삼척시에서는 8월말까지 공사를 마무리 한다고 발표했으나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 같다. 대신 1단 폭포 옆의 부속 폭포를 보며 신비의 세계를 생각한다.
<2단 폭포 올라가는 철제계단 공사 중>
<무건리 이끼폭포-네이버캡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왕의 삼남길과 수원의 해우재 (0) | 2017.09.18 |
---|---|
서울둘레길을 걸으며(7-1, 봉산코스) (0) | 2017.09.16 |
백두대간 바람의 언덕에 추억을 띄우고 (0) | 2017.09.04 |
서울둘레길을 걸으며(6, 안양천코스) (0) | 2017.09.02 |
해파랑 길은 해피한 길(일곱 번째) (0) | 2017.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