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나흘(3-1)
(2022년 3월 31일∼4월 3일)
瓦也 정유순
3-1. 관음도와 삼선암(2022년 4월 2일)
어제 남(도동)에서 성인봉을 경유하여 북(추산)으로 종단하면서 울릉도의 속살을 보아서 그런지 오늘은 아침부터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아니 누가 숙제를 준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못다 푼 숙제를 시원하게 푼 것 같다. 창밖으로 눈만 뜨면 반갑게 다가오던 고암바위(코끼리바위)도 더 가깝게 있는 것 같고, 길게 호흡하는 바다의 파도도 그저 잔잔한 숨소리로 들린다. 덩달아 관음도로 가는 발걸음은 공중에 붕 뜬 것 같다.
<공암(코끼리바위)>
버스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홀로 우뚝 선 딴바위가 보인다. ‘딴바위’는 바위가 홀로 떨어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곳 방언으로 ‘딴방우’로도 부른다. 자료에 의하면 인근의 삼선암 보다 먼저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해식(海蝕)작용과 풍화(風化)작용에 의해 발달된 단애(斷崖)와 벌집처럼 구멍이 생긴 타포니, 5∼6각형 형태의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었다고 하는데,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눈요기만 한다.
<딴바위>
버스로 숙소에서 관음도 매표소까지 가는 내내 삼선암도 우리를 따라 둥둥 떠오는 것 같다. 매표소 앞 섬목터널에서 내려 표를 구입한 후 승강기를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가 해안 절벽을 보니 갈매기들의 보금자리다. 뒤를 돌아보면 버스를 타고 온 도로가 굴곡진 해안을 따라 곡선을 그린다. 데크를 따라가면 관음도로 이어진 현수교(懸垂橋)가 앞길을 열어준다.
<삼선암>
<울릉도 북부해안도로와 삼선암>
관음도는 울릉도 부속 도서 중 독도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며 화산암의 일종인 조면암과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무인도로 일명 깍새섬 또는 깍개섬이라고 한다. 이는 굶주린 주민들이 이 섬에서 깍새(슴새)를 잡아먹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북동쪽 절벽에는 해식(海蝕)동굴로 이루어진 <관음쌍굴>이 있으며, 40여종의 특산식물과 서쪽에 위치한 <영감추>라는 암초 주변은 갈조류(褐藻類)와 해조류(海藻類)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어우러져 수중의 아름다움을 자아내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었다.
<관음도와 보행인도교>
도보전용 인도교를 건너가 데크계단을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울릉도 쪽 섬목해안은 방사상주상절리로 이루어졌다. 주상절리(柱狀節理)는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생긴 기둥모양의 틈 또는 결을 의미한다. 보통 고온의 마그마 또는 용암이 찬 공기나 물과 만날 때 급격한 냉각과정에서 수축되면서 생성되는데, 보통 이 과정에서 생기는 절리에 의해 기둥모양 돌들이 다발로 나타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릉도 해안 주상절리>
관음도 마루 입구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 늦게 핀 동백꽃도 다른 꽃 못지않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울릉군의 군화(郡花)로 지정된 동백꽃은 꽃이 없는 겨울에도 능히 아름다운 꽃이 피어 봄철까지 홀로 자태를 자랑한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어 벌 대신 특유의 자태로 동박새를 불러 꿀을 제공해 주는 조매화(鳥媒花)다. 동백꽃은 대개 붉은 꽃이 주를 이루나 간혹 여러 색이 혼합된 색동동백꽃이 있으며, 특히 흰 동백꽃은 서상(瑞祥)이라 하여 소중히 보호하고 있다.
<동백꽃>
많은 사람들이 동백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이 질 때 어떤 미련을 전혀 갖지 않고 꽃봉오리 채 뚝 떨어진다. 그리고 낙화(落花)된 후에도 다른 꽃처럼 지저분하거나 불쾌감을 전혀 주지 않고 오히려 떨어진 꽃잎을 보며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삶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백꽃은 세 번 피는데 처음에는 동백나무에 피고, 두 번째는 땅에 피고, 마지막으로는 꽃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핀다고 한다.
<땅에 핀 동백꽃>
군목(郡木)으로 지정된 후박(厚朴)나무는 겨울 산의 해 질 녘 석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울릉도도 너도밤나무와 함께 주종을 이루는 상록수림이다. 전형적인 바닷가 어촌 마을에는 옛날부터 후박나무 노거수 아래에 제당을 짓고 풍어와 어민들의 무사 안녕을 비는 곳이 많았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후박나무는 사동의 흑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있는 후박나무 숲이나 도동의 관해정(觀海亭) 뜰에 있는 커다란 후박나무를 말하는데, 이곳 관음도에도 동백나무와 함께 섬을 지키는 대표적인 나무가 후박나무다.
<후박나무(우)와 동백나무 숲>
섬 마루길로 접어들어 삼선암이 잘보이는 제2전망대를 돌아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울릉도의 희귀 특산물인 섬꼬리풀과 섬시호 복원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두 풀은 세계적으로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특산물로 산림유전자원으로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자산이다. 그러나 기후온난화에 따른 생태환경 변화와 난개발로 인한 자생지의 교란으로 개체수가 점차 감소되어 멸종위기종(Ⅱ급)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지속가능한 보존을 위해 자생지의 생태적 특성과 증식법 개발을 통해 대량증식에 성공하여 관음도에 복원하였다.
<섬꼬리풀-네이버캡쳐>
<섬시호>
관음도 북동쪽 하부 해안절벽에는 높이 14m 가량의 두 동굴이 있는데, 이를 관음쌍굴이라고 부르며, 해식으로 조면암에 발달한 주상절리와 수평절리를 따라 암석이 무너져 내려 생성되었다. 예전에는 해적의 소굴로 이용되었다고 전해지며,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설이 있다. 이를 보기 위해서는 유람선을 타고 해상관광을 하여야 하는데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유감이다.
<관음쌍굴>
관음도에서 나오는 인도교 아래 쪽빛 바다에서는 갈매기들이 비상을 한다. 섬목터널 앞에서부터 울릉순환로를 따라 삼선암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삼선암은 북면 천부리 앞바다에 있는 기암으로, 우리 숙소 앞에 있는 공암(코끼리바위), 관음도의 쌍굴과 함께 울릉도 3대 비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높이는 각각 107m, 89m, 58m에 이른다. 삼선암에는 지상으로 놀러온 세 선녀에 얽힌 전설이 내려온다.
<갈매기의 군무>
옛날 하늘나라의 세 선녀가 울릉도에 내려와 목욕을 하곤 했는데 울릉도의 비경에 반하여 하늘로 돌아가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는데,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세 선녀는 바위가 되었고 제일 늑장을 부린 막내 바위는 나란히 서있는 두 언니바위와 떨어져 외롭게 있으며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다고 한다. 막내 바위는 일선암이라 하며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 있어 가위바위라고도 불리는데 울릉순환도로를 지날 때마다 토끼처럼 보이던 바위가 바로 일선암이었다.
<삼선암>
다른 두 바위는 이선암, 삼선암이라 하며 합쳐서 부부바위라고도 부른다. 북면 천부리에서 울릉읍 도동리로 가는 뱃길에서 가장 물결이 거센 곳이 삼선암 부근인데, 1년에 한 번씩 처녀를 용왕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도 한다. 울릉도에서 물 빛이 가장 곱고, 섬과 바위가 빚어내는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 북면 일대로, 북면의 육상 관광코스는 현포항~현포해양박물관~공암(코끼리바위)~천부항~나리분지~죽암몽돌해변~딴바위~삼선암~선창이다.
<울릉도 북부해안>
그리고 관음도를 돌아보면서 가깝게 보이던 죽도가 가물거린다. 죽도는 섬 안에 대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죽도(竹島)는 행정구역상 울릉읍 저동리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20만 7,818㎡, 해발고도는 116m이다. 섬 둘레를 따라 도는 산책로는 약 4㎞ 길이다. 울릉도 부속섬 44개(유인도 4, 무인도 40) 중 가장 큰 섬으로,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대섬·대나무섬·댓섬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기 때문에, 독도와 혼동되기도 한다.
<죽도>
수직에 가까운 절벽 위에 평평하게 수평을 이루면서 직육면체 모양을 나타내며, 절벽은 여러 가지 형태의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1993년 관광개발사업에 착수하여 선착장을 확장하고, 유일한 진입로인 나선형으로 이어진 계단의 수는 364개에 이른다고 한다. 특산물로는 단맛이 많이 나는 수박과 더덕, 울릉도에서만 나는 산마늘(명이)이 있다. 배편은 도동항에서 죽도까지 비정기유람선이 여름철에만 운항하고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관음도에서 멀리 바라만 보았다.
<명이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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