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기(2)
(2016년 3월 8일∼12일)
瓦也 정유순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인도네시아 바탐이란 섬으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배를 한 시간 넘게 타고 간다. 적도와 더 가깝게 다가가니 태양이 더 뜨겁다. 바탐 섬은 인도네시아 리아우(Riau) 제도에 속해 있는 섬이다. 행정 구역 상으로는 리아우 제도 주에 속하며 지리적으로는 싱가포르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빈탄 섬 등과 함께 리아우 제도를 이루는 여러 섬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어를 썩 잘하는 원주민 가이드는 “안동역 앞에서” 등 우리나라 가요를 유창하게 뽑는다. 한국에 간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한 번도 가 본적이 없고 앞으로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바탐섬이 원래는 싱가포르 보다 더 큰 섬이었는데, 싱가포르는 경제성장으로 계속 개발되어 매립지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바탐 섬보다 더 커졌다”고 한다. 역시 이곳도 싱가포르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덤으로 들렀다 가는 곳인가 보다.
바탐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로 한참을 이동하여 이곳 원주민 마을로 간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니 마을이 시원한 나무 그늘로 덮여 있다. 나무에 핑크빛 열매가 열려 있는데 무화과(無花果)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는 무화과와 전혀 다르다. 원주민의 청에 의해 맛을 보니 우리의 생대추를 닮은 맛이 난다. 주민들이 짧은 한국말 한마디 정도는 던지는 것으로 보아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짐작이 간다.
민속공연장에서는 우리를 환영하는 민속춤과 음악으로 팡파르를 울린다. 젊은 원주민 여인들과 전통 악기를 다루는 남자들의 음악에 맞춰 낮선 이방인을 향해 환영하는 춤을 춘다. 한 마당의 춤판이 끝나자 갑자기 악수를 청하며 무대 위로 올라가서 춤을 추자고 하여 같이 춤을 춰본다. 역시 음치는 면한 것 같은데 몸치는 면하지 못한 것 같다. 옆방에서는 이곳 커피열매로 만든 커피의 쓴맛을 보게 하는데, 인심은 달콤한 망고 맛 같다. 그리고 오전이 후딱 지나간다.
수상음식점(아마존씨푸드)에서 바닷게로 맛 갈 나게 마련한 반찬으로 점심을 하고 바탐의 중심도시인 요코하마로 간다. 요코하마라는 이름은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잠시 점령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나 이곳에도 중국화교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이슬람국가 이면서도 중국의 불교사원이 있다고 하여 잠시 들러본다. 불교는 중국의 정화(鄭和)라는 사람이 최초로 전래하여 오늘에 이르는데, 선박으로 들어오는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사원주변에는 천수관음보살 상, 달마대사 상, 삼천갑자동방삭 상,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상 등이 조형되어 있고, 사원입구 내부에는 야구방망이만한 큰 향을 사르느라 향내가 진동한다. 사원 중앙에는 천정에 붉은 등을 켜 놓고 향을 사르며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의 정성이 충만하다.
재래시장에 들러 고약한 냄새로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과일 중의 과일이라는 두리안과 열대과일의 대표 격인 망고를 구입하여 숙소로 돌아온다. 바쁘게 돌아 다녔는데도 본 것은 별로 없고 전신 마사지 자국만 남은 것 같다.
<호텔 후원>
인도네시아 바탐섬에서 다시 선박을 이용하여 싱가포르로 온다. 항구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멋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용 아파트건물이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토지는 국가소유 정책으로 개인용 토지는 없고, 건물이나 주거용은 건물만 개인용으로 건축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모양이 같은 건물은 허가가 안 나온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국가 임대사업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개인용 아파트를 소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옆 건물과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좁은 공간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도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조그만 틈새만 있으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마리나베이 지역은 신시가지로 고급 명품관이 즐비하다. 세계적으로 꽤 이름이 나있는 음식체인점에서 점심을 하고 나오는데 복도에서도 천정으로 물을 모아 폭포처럼 시원하게 연출한다.
오후에는 하버프론트에서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을 나르며 센토사 섬으로 바로 간다. 케이블카가 도착한 센토사정류장에서 수족관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또 하나의 머라이언이 나오고, 야간 분수 쇼를 한다는 분수대를 지나치며 수족관으로 입장한다.
입구에는 선박모형의 큰 공연장이 있어 관람할 수 있고, 복도에는 각국의 민속박물관처럼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전시해 놓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면 바로 수족관이 시작된다. 자칭 세계에서 제일 큰 수족관이라고 하는데, 서울에 있는 수족관도 이에 못지않은 것 같다. 상어와 가오리 등 큰 물고기들의 유영하는 모습과 형형색색의 산호초가 지금도 아른거린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뒤로하고 모노레일을 타고 다시 시내로 들어와 아랍거리(Arab St)로 향한다. 이 거리는 아랍상인과 회교도들에 의해서 형성된 거리로 이슬람의 상징인 황금사원(술탄모스크)은 1828년에 건립되었으며,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회교사원으로 예배당에 입장할 때에는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한 블록 지나 더 들어가니 하지레인(Haji Lane)거리가 나온다.
하지레인 거리는 우리나라 ‘홍대거리’와 비교되는 곳으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젊은 패션 중심지라고 한다. 천천히 걸으며 상점들을 처다 보니 손님들은 북적이지 않고 한가한 것 같다. 예쁜 상점들이 많았고 대부분 낮 12시쯤 문을 열고 저녁 8시쯤 문을 닫으며,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고 한다.
리틀 인디아 거리(Little India St)로 가기 위해 빠져 나오는데, 서로 다른 재료를 가지고 불완전을 균형 있게 쌓아 놓은 것 같은 콩코즈(Concorse)빌딩이 유독 눈길을 끈다. 다민족이 어울려 살면서 갈등과 부조화가 서로 상생하여 균형의 극치를 이루며 부(富)의 나라로 성장하는 싱가포르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100년이 넘어 보존되고 있는 구 소방서 건물은 싱가포르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신 같다.
<100년 이상된 구 소방서>
리틀 인디아 거리는 싱가포르 안의 대표적인 인도사람 거주 지역으로 인도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고, 특유의 향신료냄새가 풍긴다. 그리고 인도인들의 이주역사를 함께하는 곳이다.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19세기에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어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함께 살았지만, 중국인의 수가 늘어나 중국인 거주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여정인 야간 선상유람을 하기 위해 클라크부두(clarke quay)로 이동한다. 낮에는 더워서 그런지 해가 저문 저녁에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룬다. 상점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담소는 싱가포르의 활력을 대변하는 것 같다. 부두 옆의 번지점프대도 위에서 아래로 낙하하는 것이 아니고,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방식으로 젊은이의 함성이 밤하늘을 향해 용솟음친다.
부두를 출발한 유람선은 우측 호안(護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머라이언 공원을 앞을 지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회전목마전망대, 오페라하우스, 야경에 불야성을 이룬 빌딩 숲 등이 약동하는 싱가포르의 현주소를 보면서 창이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머라이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회전목마 전망대>
<오페라하우스>
자원도 없는 나라, 영국의 식민지로 140여년을 보내고, 영국과 말레이시아 연방을 오가며 국가적으로 방황하던 나라, 결국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립국가가 되어 오늘의 부를 이룬 싱가포르! 이것은 아무래도 깨끗한 정치와 부정부패의 일소, 수정보다 더 투명한 권력, 벌금의 나라로 공중도덕과 공공질서에 엄격한 법 적용, 형벌에 태형(笞刑)을 적용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안전한 나라, 그리고 중국인, 아랍인 등 생태적 종족 명칭보다 ‘싱가포리언(Singaporean)’이란 통합의미의 국민정체성과 정부를 믿는 국민의 힘이 강력한 싱가포르의 원천(源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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