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기(1)
(2016년 3월 8일∼12일)
瓦也 정유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어도 봄 같지 않다”는 3월에 접어들었지만 며칠간 봄 같은 날씨가 반짝하더니 금방 꽃샘추위에 서울의 봄은 맥을 못 추는데 싱가포르는 섭씨30도를 넘나든다. 싱가포르는 영국인 스탬퍼드 래플스가 1819년 이곳을 상업근거지로 삼고, 무역 거점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왕 술탄으로부터 1824년에 싱가포르 섬을 양도받아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되면서 동남아시아와 극동지역 경영의 근거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지도 - 네이버에서 퍼옴>
세계2차 대전 중에는 1945년까지 약3년 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2차 대전이 끝나자 다시 영국령이 되었으며, 그 후 1963년에 말레이시아 연방으로 편입되었다가 1965년 8월 연방 탈퇴와 함께 싱가포르공화국(Republic of Singapore)으로 완전 독립국가가 되었다. 탈퇴 당시에는 자원이 거의 없는 최빈국(最貧國) 상태였으나, 지금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연6만 불이 넘는 아시아 제일의 부자나라로 발돋움하여 말레이시아반도의 최대도시가 되었다.
아침부터 1971년에 개장된 주롱새공원을 가는 것으로 싱가포르의 일정을 시작한다. 주롱새공원은 공업지역이었던 주롱타운을 새공원으로 만들어 약600여종의 약8,000마리의 새들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공원이 되었고, 연간 약 100여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공원 안에는 전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고 새들의 서식공간을 찾아본다.
먼저 찾은 곳은 펭귄이 있는 곳이다. 펭귄이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서울의 모 대형수족관에서 본 기억이 난다. 남극의 환경을 만들어 놓아 내부가 시원하다. 펭귄들은 물속을 헤엄치며 놀기도 하고 얼음 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짧은 날개 짓으로 환영인사도 하는 것 같다.
시원한 곳에서 나와 다른 새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그 많은 새들 중 홍학, 펠리컨, 앵무새 등 몇 가지 빼놓고는 이름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 ‘자귀나무’ 같은 숲 주변에는 도마뱀이 꼬리를 길게 뽑는다.
야행조류가 있는 곳은 제법 어둡다. 주로 올빼미와 부엉이 등이 모여 있는 곳인데, 카메라의 섬광 때문에 겨우 올빼미만 촬영에 성공했다. 주롱새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많아 전 세계의 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다. 날씨가 더워도 울창한 숲 속에서 활기찬 날개 짓과 새들의 지저귀는 노랫소리는 천국을 연상케 한다.
현지시각으로 열한시에 시작하는 새들의 쇼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많은 좌석이 남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잠깐사이에 좌석들이 꽉 찬다. 나무의자에는 우리나라 까치 같은 새들이 몰려와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혹시 먹이라도 주지 않나 눈치를 본다.
역시 주롱새공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각종 새들이 펼치는 공연이다. 11시 정각이 되자 조련사의 신호에 따라 잘 조련된 새들이 나와 공중으로 비상(飛翔)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편지를 배달하는 새, 선물을 주는 새, 탁구공을 나무 구멍에 넣는 새, 관객석에 설치한 원형 장애물을 통과하는 새, 조련사와 이야기 하는 새 등 다양한 재주를 부리는 새들에게 폭소와 탄성이 쏟아진다.
주롱새공원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점심을 한 후, 싱가포르의 북쪽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의 제2도시이며 조호주의 주도인 조호르바루로 간다. 한때 같은 연방(聯邦)이었으나, 1965년에 탈퇴와 함께 완전 독립하여 지금은 국경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출입국에 소요되는 시간이 꽤 걸린다. 조호르바루에서는 술탄왕궁과 회교사원, 원주민마을 등을 약 1시간 정도 둘러본다. 술탄왕궁은 왕의 부부 무덤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며, 담장 안 주변에는 왕족들의 무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다시 싱가포르로 건너와 국립오키드공원으로 이동한다.
<술탄왕궁>
<회교사원>
<원주민 마을 입구>
국립오키드공원(National Orchid Gaden)은 보타닉가든 내에 위치한 공원으로 수많은 난(蘭)이 입구부터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싱가포르는 난초 교배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 해마다 신품종들이 선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VIP들이 방문하면 그들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난초들이 있는데, 엘리자베스여왕과 만델라 등 200여명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고 한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무현 난’과 한류스타 ‘배용준 난’ 등이 있다고 하는데 보지 못했다. 식물원 중앙에 위치한 ‘밴드스탠드’는 우리나라의 정자 같다.
<밴드스탠드>
이 공원은 열대수림(熱帶樹林)이 우거진 곳으로 약16만평의 대지 위에 싱가포르가 다민족 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듯이 풍부한 햇볕과 충분한 수분 공급 등 양호한 자연조건으로 수많은 식물들이 어우러져 더 푸르고 더 아름답게 꾸며지는 것 같다. 공원 곳곳에서는 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이 웨딩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열대우림으로 조성된 정원은 풍부한 산림자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뿌리가 땅속 깊이 뻗지 못하고 나무의 키가 커서 벼락을 맞아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키 큰 나무에는 피뢰침을 설치해 놓았다.
<피뢰침이 설치된 나무>
다음은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이 있는 공원으로 이동한다. 머라이언 공원(Merlion Park)은 마리나만(Marina Bay) 끝 쪽에 위치한 작은 공원이지만, 8m 높이의 순백색 머라이언 동상이 입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길게 뿜어내며 서있다. 1972년 8월 15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된 머라이언 동상은 상반신은 사자(Lion)이고, 하반신은 물고기 모습을 한 이상한 동물형상이다. 사자는 산스크리트어로 ‘싱가’를 뜻하고, 물고기는 항구도시 ‘포르’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물 건너에는 대한민국의 쌍용건설에서 건설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위용을 본다.
<머라이언 동상>
<뒤에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보임>
차이나타운을 찾았을 때에는 오후 늦은 시간이다. 싱가포르는 19세기 초에 항만공사 등 각종 공사가 성행할 때 중국을 비롯한 인접국가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어 다민족국가가 되었는데, 이중 화교(華僑)가 약76%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처럼 화려하게 꾸민 게 아니라 초기부터 밀집하여 살던 마을을 차이나타운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거리의 입구에는 중국사원이 덩치를 자랑하고, 골목에는 중국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중국사원>
<차이나타운>
야간에는 싱가포르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마리나샌즈호텔 스카이파크로 간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Land Mark)로 57층 높이의 3개 건물을 기둥삼아 그 위에 선박모형을 걸쳐 놓은 거대한 조형물이며, 선박모형의 갑판 위에는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파크가 있다. 2,560여개의 객실을 갖춘 초대형 호텔로 수영장, 카지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준비되어 있는데, 카지노는 싱가포르에 처음 생겼고 철저하게 내국인은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란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스카이파크에서는 조개모형으로 건설된 식물원과 두리안 껍질을 형상화한 오페라하우스, 야간 개장을 한 골프장의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시내의 건물들도 불야성을 이룬다. 특히 호텔 입구의 화단에 핀 꽃은 새끼에 굴비를 엮은 것 같은 아름다운 색상으로 싱가포르의 밤을 유혹하는데 이름을 알 수 없어 유감이다.
<식물원 야경>
<오페라하우스 야경>
<골프장 야경>
<호텔입구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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