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청호 오백리 길(두 번째)

와야 세상걷기 2016. 2. 26. 00:13

대청호 오백리 길(두 번째)

(찬샘마을자연생태관, 2016224)

瓦也 정유순

   대청호 오백리 길 두 번째 시작점은 첫 번째 끝점인 찬샘마을에서 노고산성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걷기가 시작된다. 찬샘마을은 원래는 백제시대 노고산성 싸움에서 신라군을 막기 위해 죽은 병사의 피가 내를 이루었다 하여 피골이라 불리었고, 한자(漢字)화할 때 음이 같은 피직(또는 기장 직)자를 차용하여 직동(稷洞)마을이 되었고, 노고산성 뒤쪽에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찬 샘이 있다하여 찬샘배기 또는 냉천동(冷泉洞)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동명은 대전시동구 직동이고, 도로명은 대전시동구 냉천로()이다. 지금은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노고산성(기념물 제19)은 찬샘마을 뒷산인 노고산(250m)의 정상에 위치한 산성이며, 남북으로 장축을 이룬 타원형 퇴뫼식 석성(石城)이다. 이 성에서 신라군과 가장 치열하게 싸운 성주(城主)는 후에 백제의 위덕왕이 된 창()이라는 사람이다. 노고(老姑)라는 이름이 있는 곳은 마고할멈 등 신령한 여인들의 전설이 깃든 곳이 많은데, 이곳 산 정상에도 할미를 닮은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산 정상에서는 대청호가 훤히 보이고, 북쪽으로는 1차 때 갔었던 성치산성이 지척이다.


<노고산성-한우리(최익진)님 사진>

   정상에서 아래로 조금 가파르게 내려오니 찬샘정이 나온다. 호수 쪽으로 툭 튀어 나온 곳에 자리 잡은 찬샘정은 대청호가 담수(湛水)가 된 후 지은 것 같다. 정자 옆에는 이곳 출신이 오석(烏石)追憶(추억)에 그 歲月(세월)이란 고향을 생각하는 구구절절한 글을 새겨 놓았다. 물에 잠겨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고향을 생각하면 그 누군들 어찌 눈물이 나지 않으리.


   찬샘정에서 남쪽으로 한 십 여분 걸어오니 냉천종점이 나온다. 이현동 억새밭에서 시작한 대청호오백리길 2코스(찬샘마을길) 종점이며, 마산동삼거리까지 가는 3코스(호반열녀길) 시작점이다. 조금 더 내려와 양골 입구에서 근장골(사진 찍기 좋은 곳)로 가는 길목에는 두릅나무가 밭을 이루고 배나무도 가지치기를 끝낸 후 봄을 기다린다. ‘사진 찍기 좋은 곳에서 대청호를 다시 조망하고 양골로 다시 나와 사슴골로 향한다.


   좁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오는데 양지 녘에는 철 이른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오늘 새벽에 찾아온 추위는 이 매화꽃을 시샘하느라 그리도 급했나 보다. 길 따라 낮은 고개를 넘는데 마산동산성(馬山洞山城)’ 안내판이 보이지만 들르진 않았다. 이 산성도 테뫼식 석성으로 서북쪽의 노고산성과 서남쪽의 계족산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사슴골을 지나 냉천길삼거리에 도착하니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삼거리 에서 각자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고, 삼거리 좌측으로 접어들어 간다. 호반 숲길을 따라 10여분 들어가니 미륵원지(彌勒院址)’가 나온다. 미륵원지는 고려 말 황윤보(黃允寶)에 의해 건립되어 려말선초(麗末鮮初) 회덕황씨가의 적선(積善)에 의해 운영된 역사 깊은 생활유적지로, 행려자(行旅者)들을 대상으로 한 구호활동에서 점차 사회구조 및 봉사활동으로 확대한 대전 최초의 사회복지 기능을 수행한 민간 기관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회덕황씨 재실(齋) 푯말도 같이 보인다.


   좀 더들어가니 관동묘려(寬洞墓廬)가 나온다. 관동묘려는 열부(烈婦)로 정려(旌閭)를 받은 쌍청당(雙淸堂) 송유(宋愉:13891446)의 어머니 유씨부인이 1452(문종 2) 82세로 죽자 이곳에서 장례를 지내고 그 옆에 건축한 재실(齋室)이다. 그 당시에는 남편이 죽으면 재혼이 자유로웠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기를 업고 시댁에 찾아가서 시부모를 극진히 섬기고 아이를 잘 키워 나라로부터 정려를 받았다고 한다.


   다시 냉천길삼거리로 나와 마산동삼거리 가는 길로 접어든다. 마산동은 대전시 동구의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말을 닮은 산이 있어 마을을 말미로 불리다가 말마()자와 뫼산()자를 따서 마산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마산동삼거리 어느 울타리 안에는 짚으로 꼰 새끼를 풀어 놓은 모양의 꽈배기나무(?)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마산동삼거리는 3코스의 종점이며 신상교로 향하는 4코스 시발점이다.


   다시 남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좌측으로 들어가니 2005년도에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슬픈연가촬영지가 나온다. 남녀 주인공인 준영과 혜인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이 담긴 오두막집이 있었던 장소였다고 한다. 그 밑의 수변이 어느 해안백사장처럼 하트모양으로 펼쳐져 있고 물에 잠긴 작은 산들은 섬처럼 둥둥 떠 있다.


   돌아 나오는 길목 수변에는 작년 가뭄 때 말라 죽었는지 갈대 숲 가운데에 고사(枯死)목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풍차가 있고 산책로가 잘 정비된 대청호 자연수변공원까지 와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한다. 조금 위에는 대청호 자연생태관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대청호오백리길 4코스의 절반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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