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여강길(7코스 부처울습지길)
(2021년 5월 1일, 상백2리마을회관∼당남리섬입구)
瓦也 정유순
부처울습지길은 상백2리 마을회관에서 당남리섬입구까지 걷는 길이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를 씻어 내기라도 하듯 봄비는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내린다. 상백2리 마을회관 앞을 출발하여 강변으로 접어든다. 조선 초 학자인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은 그가 지은 <신륵사기(新勒寺記)>에 “여주는 국도(國道)의 상류지역에 있다”고 했는데, 국도는 바로 충청도 충주에서부터 서울에 이르는 한강의 뱃길을 말한다.
<여강길7코스 지도>
<상백2리 마을회관>
신작로나 철길이 뚫리기 전까지는 경상도와 강원도, 충청도의 물산들이 한강의 뱃길을 타고 서울에 닿았으므로 한강 뱃길을 ‘나라의 길’로 불렀던 것이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띄운 뗏목이 물이 많은 장마철이면 서울에서 사흘이면 도착했다는데 1973년 팔당댐이 생기고 1978년부터 충주댐 건설에 들어가면서 ‘나라의 길’이라고 부르던 뱃길은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남한강(여강)>
그리고 흥천면 상백리(上白里) 찬우물마을에는 남한강 건너 대신면 양촌리를 연결하는 나루가 있었다. 주로 상백리 주민들이 남한강 건너로 농사를 지으러 가거나, 대신장·곡수장으로 장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 나루가 번성할 때는 마을 중앙에 갯벌장이 섰다. 나룻배 사용료로 부근 마을사람들에게는 매년 쌀 1말, 객지 사람들에게는 현금을 받았다. 나루에는 주막집 3채가 있어 떼배가 쉬어 갔으며 장사배는 쌀과 베를 실어 가고 새우젓과 소금을 실어 왔다고 한다.
<찬우물나루터>
그 사라진 나루터에 지금은 낚시 포인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캠핑카들이 진을 치고 조사(釣士)들은 어젯밤부터 밤낚시를 즐겼나보다. 사람의 발길이 사라진 대신 물고기들이 몰려들었는데, 덩달아 이를 노리는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낚시터에는 버려진 쓰레기가 환경을 위협하고 강물에서는 녹조(綠藻)가 발견된다. 강태공(姜太公)은 물고기 대신 세월을 낚았고 후에 나라를 얻었는데, 물고기 몇 마리에 희비(喜悲)하지 말고 뭇 생명들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의 지혜가 있었으면 한다.
<자동차캠핑장>
양화천과 복하천 사이의 마을이 흥천면 상백리다. 이곳에서는 우리 고유명절인 단오축제가 열린다. 단오(端午)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이기도 한 큰 명절이었다. 단오의 풍속 및 행사로는 그네뛰기, 농사 풍년기원제, 창포물에 머리 감기, 주민 탈춤 한마당, 마을 노래자랑, 풍물공연, 여주 문인협회의 시 낭송 등 다채로운 행사 등이 행해진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상백리 마을 축제로 진행한다. 그리고 단오축제 때 찬우물나루굿이 전통문화 계승차원에서 함께 진행된다.
<상백리나루굿-네이버캡쳐>
<복하천>
복하천(福河川)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지점에 형성된 습지가 부처울습지다. 복하천 우안에는 버드나무 군락이 빽빽하게 자라고 남한강 좌안과 연결되는 합수머리에는 거대한 바위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산지가 있다. 부처울습지는 2010년에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수리부엉이가 최초로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수리부엉이가 서식할 정도로 생물 종의 다양성이 뛰어났던 부처울습지가 지금은 사대강 공사로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환경의식이 더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부처울습지 지도>
<부처울습지>
복하천을 건너면 흥천면 계신리(桂信里)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중송골 입구에 큰 나무가 있었는데 마을사람들이 이 나무를 계수나무로 믿고 일 년 중 보름날에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하여 계신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의 으뜸인 계장동에는 마애석불이 있어 ‘부처울’이라고 불렀다. 지방도로 333호를 따라가다 좌측으로 들어가 도로 밑으로 하여 계신리마을회관을 지나 복하천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333호지방도로>
이곳에는 강원도에서 한강으로 내려오는 뗏목꾼들이 안전을 기원하기 위하여 이곳에 들려 기도를 하였다는‘계신리 마애여래입상’은 경기도 유형문화재(제98호)로 지정되었다. 이 석불은 계신리 동쪽 400m 거리의 남한강변의 남향한 자연암벽에 조각되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암벽에 새긴 불상이라 벼랑부처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애석불 보호를 위해 석불사가 관리하고 보호각을 설치하였다.
<계신리마을회관>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은 계산리 부처울마을 한강변 암벽에 전체적으로 얇게 돋을새김을 했는데, 민머리 위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큼직한 육계가 솟아 있으며, 얼굴과 이마에는 백호가 있고 양 귀는 원만하게 드리워져 있다. 또한 눈, 귀, 코, 입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목에는 삼도(三道)가 둘러져 있다. 그리고 머리 전체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3중 원형의 두광이 구비되었는데, 외곽에는 화염문(火焰文)이 조각되어 있다. 어깨로부터 흐르는 가사 자락은 양팔을 거쳐 발목까지 이어졌다.
<석불사대웅전>
오른손은 어깨높이로 들어 올리고, 왼손은 옆으로 벌리면서 자연스럽게 내렸다. 법의는 두 어깨를 가린 통견으로 불신 전면에 완만한 U자형의 옷 주름이 조각되었고, 가슴에는 내의의 매듭이 표현되었다. 양쪽 발은 벗은 채 노출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연꽃무늬의 좌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 불상의 조성 시기는 신라 시대의 양식이 가미되어 있으나 대체적인 수법으로 보아 고려 초기로 보인다.
<계신리 마애여래입상>
신록이 짙어가는 계신리 계장천을 건너 비닐하우스를 지나면 금사면 이포리다. 여주시 서북부에 위치한 금사면(金沙面)은 예로부터 하천에서 금(金)이 많이 채취되어 금사면이라고 하였고, 옛날부터 남한강 뱃길의 관문 역할을 담당해온 이포나루가 있었던 곳이다. 조선 초기 문장가 최숙정(崔淑精)을 비롯하여 명현석학들이 말해주듯 자연의 절경을 이룬다. 주록리(走鹿里)에는 한국 천도교 2세 교조 최시형(崔時亨)의 묘가 있다. 특히 금싸라기 참외가 많이 나고, 남한강 변의 모래땅에서는 땅콩이 재배된다.
<금낭화>
강변길을 타고 오다가 갑자기 150m 정도 높이의 야산이 앞을 가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삼신당공원이다. 이 산의 동쪽 벼랑 밑으로는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고 서북쪽으로는 민가가 밀집해 있다. 이 산의 북쪽 산마루에 있는 삼신당(三神堂)은 고려 말 천령최씨(川寧崔氏) 시조와 무학대사(無學大師)와의 얽힌 전설이 내려오는 곳으로 1950년대까지 각계의 무속 인들이 모여 7일간 굿판을 벌였던 곳이다.
<삼신당>
6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삼신당 굿판이 벌어지면 인근 이천, 광주, 양평 등지에서 수백 명 씩 몰려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의 공동체 의식은 옅어지면서 3년마다 열린다고 한다. 일제침탈(侵奪)기 때는 일본신사가 들어섰지만, 2004년 이곳에 위치한 너른 광장에 삼신당을 새로 지었다. 옆에는 천양루(天陽樓)를 세웠으며, 삼신당 앞 너른 광장에는 굿마당, 씨름, 그네와 놀이마당을 조성하고 체육공원도 건립했다.
<천양루>
이포리(梨浦里)는 조선 시대에 세곡과 물화를 싣고 풀던 큰 나루터로, 금사면 이포리와 대신면 천서리를 연결하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나루터였다. 조선 시대 서울의 마포나루와 광나루, 여주의 조포나루와 함께 4대 나루터였던 곳으로 가장 최근까지 존재했던 나루였으나, 1991년 천서리로 건너가는 이포대교가 건설되면서 나루의 기능이 소멸하였다. 1919년 3·1만세운동 때엔 무려 3000명이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곳이기도 하다.
<이포나루터 표지석>
<이포나루와 이포대교>
이포대교(梨浦大橋) 바로 아래쪽에는 이포보가 있다. 이포보도 강천보와 여주보와 똑같은 용도와 목적으로 같은 시기에 금사면 외평리와 대신면 천서리를 연결하는 남한강에 설치된 보(洑)다. 이포보의 길이는 총 591m로 교각 상부에는 공도교(公道橋)가 설치되어 있다. 이포보는 백로(白鷺)의 날개 위에 알이 올려 져 있는 형상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이포보 우안(右岸)에는 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자연형 어도(魚道)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포보를 건너 천서리 쪽 상류로 조금 올라가면 당남리섬 입구다.
<이포보>
<이포보전망대>
* 코스길이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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