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주 여강길(2코스 세물머리길)

와야 정유순 2021. 4. 20. 10:55

여주 여강길(2코스 세물머리길)

(2021 4 17, 도리마을강천마을)

瓦也 정유순

  ‘늘 고향 같은 마을여주시 점동면 도리 <늘향골마을>에도 아침 햇살이 가득하다. 두 달여 전 <옛나루터길> 걷기를 끝내고 바로 이어 걷기를 해야 했으나 핑계 같지만 일기와 교통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다른 코스를 먼저하고 늦게 찾아왔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도 피해 갔던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여강길2코스 지도>

<도리마을회관>

 

  ‘도리라는 마을 이름은 점동면 장안리 마을 서편에 도호동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남한강에 수운이 발달하면서 강변 쪽이 생활이 편리하고 토양이 비옥하므로 도호동 사람들이 이동해 큰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고 해서 도래(到來)가 되었고, 이것을되래로 발음했으며 도리라는 행정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또한 과거에는 도리마을로 가는 길이 외길이어서 들어온 길을 되돌아 나가는 되래 도리로 되었다는 사연도 있다

<도리마을>

 

  강변으로 나와 강둑으로 들어서면 청미천을 마주보는 도리섬에서는 뭇 생명들이 꿈틀댄다. 도리섬은 25만여 크기의 섬으로, 섬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 ,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 여러 보호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토사가 쌓여 도보로 걸어 들어 갈 수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이들의 환경이 훼손되어 안타깝다

<도리섬>

 

  중군이봉 중턱에 있는 신선바위는 어른 삼십 명이 한꺼번에 올라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오르막을 한 참 올라가서 만나는 이곳은 남한강과 도리섬이 한 눈에 보이는 명소다. 바위 위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웅덩이에 고인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도룡뇽이 해마다 알을 낳을 만큼 맑다. 이 웅덩이는 천지를 창조한 여신 마고할미가 오줌통으로 쓰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신선바위 웅덩이>

 

  또 이곳에서 가까운 중군이봉 자락 고갯길 옆에는 마고바위가 있다. 신라 때 박제상(朴堤上)이 지은 <부도지(符都誌)>에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마고성(麻姑城)의 신이 마고이며, 마고(麻姑)신화는 우리민족의 생성 신화다. 마고할머니는 한라산을 베고 누워 한 다리는 서해에, 또 한 다리는 동해에 두고 손으로 땅을 훑어 산과 강을 만들었다는 창조신으로 전래된다

<마고바위>

 

  중군이봉 자락을 넘어 내려오면 청미천이 길게 늘어서고 청미천 우측으로는 점동면 장안리다. 장안리(長安里)는 승안리, 안평, 관골, 건쟁이 4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청미천 하구에 위치하는 곳으로 예전에 수운(水運)을 이용하던 시절 매우 빈번하게 사람의 왕래한 곳으로, 마을이 형성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주에서 도리와 삼합리로 연결되는 중간에 있다

<점동면 장안리마을>

 

  경기·강원·충북 3도가 접하는 지점인 점동면(占東面)에서 여강(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청미천은 길이 37.56km, 유역면적 399.42. 경기 용인시 원삼면(遠三面)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흘러 안성시 일죽면(一竹面), 이천시 장호원읍(長湖院邑)을 지나 점동면을 두 지역으로 가르면서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택리지(擇里志)에서는청미천(淸美川) 일대의 땅이 삼남과 같이 비옥하고 기름져서 살만한 곳이다.”라고 적고 있다

<청미천>

 

  청미천 하구에서 상류로 올라와 삼합교(三合橋)를 건너면 점동면 삼합리다.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 청미천이 합수(合水)하는 지역이며 오갑산(梧甲山, 609) 능선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를 떠난 남한강의 물줄기는 섬강과 만나 경기도 여주를 감아 돌 때부터 여강(麗江)’이라고 한다. 이 물길을 따라 여강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길은 2009년 국토교통부가 전국에 7개의 문화생태탐방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었다

<삼합교>

 

  삼합2리 뒷산의 소너미고개(204.8)는 오갑산 줄기의 맥으로 오갑지맥(梧甲支脈)이라고 하며, 정상에는 국토측량의 원점이 되는 삼각점이 있다. 산길로 들어서면 멀리서 여울소리가 들리는데, 이 소리는 한강이 서해로 빠져나가는 한강 길 전 구간에서 마지막 울리는 여울소리다. 이 고개를 넘으면 충청북도 충주시 앙성면이다

<삼합2리 마을회관>

<소너미고개 정상>

 

  앙성면(仰城面) 1914년 일제치하의 행정구역 개편 시 앙암면(仰岩面)과 복성면(福城面)을 통합하면서 중원군 앙성면(仰城面)이 되었다가 1995 1월 중원군이 충주시와 통합되면서 충주시 소속이 된다. 앙성면은 남한강을 따라 경치가 수려하고, 탄산온천으로 유명하며, 각종 채소와 더불어 한우와 복숭아가 입맛을 돋운다

<소너미고개>

<앙성면 비닐하우스 단지>

 

  앙성면 의암마을에서 남한강대교를 건너면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富論面)으로 원주시 남서쪽에 위치한다. 한강 수상교통의 요지였던 흥호리가 면소재지였으나 1936년 대홍수로 주민들의 생활중심이 법천리로 이동함에 따라 면사무소도 1950 3월 이전하였다. 교통은 영동고속도로가 면의 북쪽을 지나고, 면 일대에 지방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남한강대교>

 

  부론면 법천리에는 진리[]가 샘물[]처럼 흐른다는 법천사지가 있다. 법천사는 불교의 양대 교단이었던 법상종과 화엄종 가운데 법상종계의 절로, 후기신라시대에 세웠고 고려시대에 크게 융성하였다. 고려 문종(10191083) 때에 지광국사(9841067)가 이곳에 머물면서 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된 뒤로 현재는 절터만 남아있다고 한다

<법천소공원>

 

  그리고 법천리는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와 연결되는 개치나루터가 있었으나 지금은 남한강대교가 들어섰다. 이 다리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나루터를 배경으로 장이 들어서는 등 사람의 왕래가 빈번하여 꽤 발달된 마을이었다고 한다. ‘개치라는 이름의 유래는 는 강이나 내에 물이 드나드는 곳 또는 포구를 말하며, ‘()’는 고개이므로 물이 드나드는 고개라는 뜻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개치나루터>

 

  법천리에서 북으로 솟는 남한강을 따라 북으로 가면 버스정류장에 <흥원창>산수화가 걸려있는 흥호리(興湖里)는 흥원창(興原倉)이 있던 곳이다. 조선시대 원주에는 북창(北倉, 안창), 동창(東倉, 주천), 서창(西倉, 흥원) 등의 창고가 있었는데, 서창이 바로 흥원(興原)에 있었기 때문에 보통 흥원창이라 불렀다. 흥원창은 고려시대 12조창(漕倉)의 하나로 강원도의 원주·평창·정선·울진·평해 등지를 관할하여 세곡(稅穀)을 운반·보관하던 곳으로, 조세미(租稅米) 수송을 위하여 설치한 수운창(水運倉)이었다

<옛 흥원창도>

 

  남한강이 충주에서 북으로 뻗쳐 올라오다가 이곳 흥호리에서 섬강을 만나 서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어 당장이라도 서해로 들어갈 것 같은 기세다. 섬강(蟾江)은 봉복산(鳳腹山, 1,022m) 서쪽 계곡 봉복샘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흐르다가 태기산(泰岐山, 1,261m)에서 발원한 계천과 대관대천(大官垈川)을 받아들이고 흥원창 앞에서 103km를 흘러와 남한강과 만난다. 비교적 강수량이 많은 지역을 통과하므로 수량이 많고, 금계천(錦溪川횡성천(橫城川원주천(原州川) 등의 지류가 합류한다

<섬강-남한강 합류지점>

 

  섬강을 역류하여 북으로 올라가서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놓여 있는 지방도로 섬강교를 건너면 다시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이다. 강천면(康川面)은 본래 강원도 원주군에 속했던 곳이었으나, 1895(고종 32) 여주군에 편입되었다가 2013 9월 시()로 승격하면서 여주시에 속하였다. ‘강천(康川)’이라는 지명은 섬강(蟾江)과 남한강의 합류하는 교통의 중심지로서 모든 배가 편안하게 쉬어가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하였다

<영동고속도로(우)와 섬강교(좌)>

 

  다시 섬강을 따라 남쪽 자산으로 향한다. 발원지에서부터 이 강을 따라 오다 보면 두꺼비 바위가 있어 두꺼비 ()’자를 따서 섬강이라 한다. 섬강과 남한강은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과 관계가 깊다. 해월은 1897년 음12 4일 강천면 도전리에서 도통을 3대 의암 손병희(孫秉熙)에게 넘기고 원주시 호저면 옥산리에서 1898년 체포되어 여주에 수감되었다가 서울 서소문 감옥에서 재판을 받은 후 음력 6 2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섬강과 자산(우)>

 

  이후 제자들이 주검을 수습하여 여주시 금사면 천덕산 자락에 해월선생의 시신을 모셨다. 흥원창에서부터 섬강을 지나 남한강 따라 자산자락을 걷다보면 36년간의 도피세월 속에 동학을 일으키고, 해월(海月)이 강조한 인본주의 사상인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 사상이 해월선생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강물에 비치는 듯하다

<섬강변 자산자락길>

 

  자산(紫山, 248.5)은 남한강 주변의 풍경 중에 백미다.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곳은 좋은 약을 제조하기 때문에 불그스름한 구름과 같은 연기가 떠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선이 사는 곳을 자운동천(紫雲洞天), 단산(丹山), 단구(丹丘)라고도 한다. 아마 자산은 이러한 연유에서 붙여진 이름 같다. 또한 붉은 빛이 도는 복숭아 모양으로 강물에 비치는 것이 불사약의 하나인 천도복숭아인줄 알고 물로 뛰어들어 죽기도 했다는 전설도 있다

<섬강 하구와 자산>

 

  자산이 남으로 뻗어 나오다 갑자기 발을 멈추고 암벽을 이룬 곳이예솔암(뚝바위)’이며,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바위 위에는 핀이 꽂혀 있고, 밧줄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암벽등반(岩壁登攀)하는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곳 같다. 바위 위에 매달려 청미천까지 합쳐져 삼합(三合)을 이루는 세물머리 넓은 모래톱과 강물이 모여서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맛도 짜릿할 것 같다

<예솔암(뚝바위)>

 

  예솔암을 살짝 비껴 설치된 철제 계단을 타고 올라와 강천2리 닷둔마을로 향한다. 닷둔마을은 과거 흥원창을 운행하던 배들의 닷을 두었던 마을이다. 강천1리에서 닷둔마을을 향해 아침 길을 걷는다면 해돋이를 보면서 걸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해돋이산길이며, 여강길 중 강을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해돋이산길 옆 여강에는 잠수능력이 뛰어난 민물 가마우지가 펄펄 날아다닌다

<강 건너 도리마을>

 

  여강길과 접한 망재산(234) 자락을 넘으면 강변에 한국농어촌공사 굴암양수장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햇살을 길게 받으며 여강을 바라보는데, 강물 위에는 물비늘이 반짝인다. 강변도로 끝에는 강천섬이 보이고 그 옆으로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바위늪구비가 있다. 바위늪구비는 남한강의 물이 늘면서 생성된 늪으로, 고라니와 꿩이 서식하는 갈대숲이 발달되어 있다. 강천교를 건너 강천마을 앞에서 오늘의 장정을 마무리 한다

<여강(남한강)-강천리>

<강천1리 마을>

 

* 거리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