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청호 오백리 길(첫 번째)

와야 세상걷기 2016. 2. 19. 00:38

대청호 오백리(첫 번째)

(물문화관참샘마을,  2016217)


瓦也 정유순

   어제 서울에는 많은 눈이 내렸고, 오늘은 대청호 오백리길첫 번째 걷는 날인데 새벽 날씨가 쌀쌀하다. 눈밭과 추운 날씨에 대비하라는 공지가 있어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여러 가지 기우로 설친 잠 때문인지 버스에 앉자마자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목적지인 대청댐휴게소에 도착하여 대청댐물문화관 쪽으로 걸어서 이동한다.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주시옥천군보은군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대전광역시 대덕구 미호동()과 충북 청원군 문의면 덕유리() 사이의 좁은 협곡에 높이 72m, 길이 495m의 필댐(filldam)이 남과 북으로 건설됨으로써 거대한 저수지가 형성되었다.


   필댐은 흙과 돌을 기울기가 완만하게 쌓아올려 담수되는 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형식의 댐으로 기초가 약해도 쌓기가 가능하여 자유롭게 설계가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댐 건설에 적용이 많이 되는 경제적 방식이라고 하나 홍수 시에는 월류(越流)에 저항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청호는 1980년 완공되어 저수면적 72.8, 호수길이 80km, 저수량 15t으로 한국에서 3번째 큰 규모의 호수이다대전광역시청주시의 식수와 생활용수공업용수 등 다목적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호수 주변으로 해발고도 200300m의 야산과 수목이 펼쳐져 사람에게 친근한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1998년에 개관한 물 홍보관 마당 앞에서 바라보면 밑으로 주변 경관이 한눈에 내려 보인다.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은 대청댐물문화관에서 걷기가 시작하여 영지산 쪽으로 푯말을 따라 걸어간다. 길바닥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과 땅속에서 치고 올라온 서릿발 밟는 소리가 묘한 하모니가 된다. 골자기 사이로 툭 터진 호수를 옆으로 하며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목표로 했던 영지산은 예상시간이 지났어도 보이지 않고, 갑자기 자작나무 길로 내려가는 급경사가 나온다. 조심조심 내려와서 보니 그 자작나무길푯말이 서있던 자리가 영지산 정상 같다. 그러나 지도에는 지명산으로 표시되어 있어 헷갈린다.


<영지산 정상에 있는 푯말>

   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작나무 길을 빠져 나오자 포장이 잘된 도로가 보이면서 대청댐 보조여수로가 나온다. 보조여수로는 10여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4년에 준공된 것으로 5개의 수문을 갖고 있으며, 댐 높이 56m, 댐 길이 280m, 방수로 길이 889m로 홍수 때 물을 하류로 안전하게 흘려보내기 위한 비상시설이다. 보조여수로 전망대 아래로 로하스가족공원이 보인다.


   대청댐 보조여수로 다리를 지나면 이씨, 강씨, 민씨가 살아 삼정동이라 불리는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으로 이촌마을, 강촌마을이 차례로 거리를 두고 보이는데 민촌마을은 보이지 않지만 잘 정비된 여흥민씨 묘역이 도로 옆에 보인다. 그리고 강촌마을 앞 호수 변에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비점오염(非點汚染)은 공장폐수 등과 같이 일정 경로를 통해 특정되어 나오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농경지에 사용하는 비료나 농약, 대기 중에 떠 있는 오염물질이 비나 눈에 섞여 발생하는 오염, 동물의 배설물, 지상 구조물의 부식과 아스팔트 등 도로 상에서 발생하는 비 특정되어 나오는 오염물질 등을 총칭한다.


   대청호수 길 도로를 끼고 잘 조성된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왼편으로 푸른 대청호가 넘실거리고,. 산줄기를 휘돌아나가면 갈전동이 나온다. 갈전동은 예전부터 갈대밭이 많아 갈대가 무성한 동네라는 의미의 갈밭이라 불려왔으며, 곳곳에 칡 또한 많아 칡갈()자를 써 갈전(葛田)’이라는 의미의 갈전동으로 불러왔다고 한다.


   데크가 설치된 호수 둘레를 걷다보면 뒷산의 땅모양이 마치 먹는 배와 같이 생겼다하여 예전부터 배산이라 불리던 배고개마을에 들어선다배이()자를 써 이현동(梨峴洞)이다. 이현동에는 대청호 변으로 생태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생태습지(生態濕地)는 습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 숲을 이루어 여러 생물들과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이현동 억새밭까지 1구간을 마치게 된다.


    다시 억새밭에서 찬샘마을로 들어서니 부수동으로 가는 2구간 푯말이 보인다. 눈이 녹아 질퍽한 임도를 따라 걸어간다. 고개 마루 길옆에는 320년 된 느티나무가 신령수(神靈樹)가 되어 이곳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지하는 것 같고, 나무 앞에는 조그만 제단이 놓여 있다.



   부수동까지 가서 성치산성으로 올라간다. 낮은 산 같지만 오르고 내려가는 길은 녹녹치 않다. 시야가 트인 골짜기에서 보는 대청호는 시원하게 보인다. 이 오르막이 정상인가 싶으면 더 큰 오르막이 나오고, 또 조금 내려가다 오르면 더 큰 오르막이 나오기를 반복하다 급경사를 내려오니 끝이다. 성치산성 정상에 표시가 없고 좌우로 어디까지 거리를 표시하는 푯말만 있다.



   다시 임도 중간으로 나와 되돌아오는데 겁에 질린 강아지들만 목이 터져라 짖어대고, 길옆의 청매는 봉우리를 맺히며 봄을 기다린다. 찬샘마을 앞에 있는 비석에는 대청호 오백리길은 종합병원이요 당신의 두 다리가 의사입니다라는 글귀가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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