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진안고원 길 1구간을 가다

와야 세상걷기 2016. 2. 14. 22:47

진안고원 길 1구간을 가다

(2016213)

瓦也 정유순

   요즘 분명 겨울인데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린다. 옆 지기의 추천으로 오늘 토요일 새벽부터 진안고원 길 1구간을 걷기 위해 부산을 떤다. 제주올레길 열풍을 타고 마실 길과 둘레 길 등이 전국적으로 각 지방마다 붐을 이룰 때 진안군은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이라는 힌트를 얻어 진안고원 길 14코스를 만들기로 하고 우선 4구간만 개통했다고 한다.


   오늘은 1구간인 진안만남의 광장에서 마령면사무소 까지 걷기 위해 마령면사무소에서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한다. 비가 온다던 날씨는 화창한 봄 날씨처럼 따사하다. 하천(은천)을 따라 고원 길 푯말이 동촌과 서촌마을을 가리키는 대로 발길을 옮긴다. 천변의 정자는 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하여 오라하는데 건너갈 다리가 없다.


   고원지대인 진안 마령면 넓은 들녘에는 지난 가을 추수가 끝난 논에 벼 포기 자리가 가지런히 도열한다. 마령면을 지나 진안읍 은천마을에 도착하니 오전이 훌쩍 지난다. 흐리고 비가 많이 온다하여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카페지기님이 이곳 이장님 에게 특별 부탁하여 마련된 김치찌개로 분에 넘치는 점심을 하였다.



   오후에는 마이산으로 가기 위해 은천마을을 가로 질러 마을 뒷산으로 오른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은 촉촉이 젖어 있고 수북이 쌓인 낙엽은 가끔 미끄럽게 한다. 높이 올라 갈수록 숫 마이산 귀가 쫑긋한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더 올라가고 발돋움을 해봐도 잎이 진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가린다.



   산을 넘어 마이산입구에 도착하여 탑사를 구석구석 돌아본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의 약수터는 오장육부를 아주 시원하게 해준다. 호스로 물을 공급하여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붙어 있는 태종임금이 말의 귀와 같다하여 이름 진 마이산이라는 푯말이 이채롭다. 마이산 돌탑 무리 중에 1930년경에 이갑룡처사께서 정성들여 쌓은 천지탑이 과연 압권이다. 올라오면서 보이는 쪽으로 왼쪽이 음()탑이고, 오른쪽이 양()탑이다.




   한 겨울에 정안수를 떠 놓고서 밤샘을 하면 그릇의 물이 하늘로 치솟아 역()고드름이 맺힌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진만 본다. 그리고 능소화는 차곡차곡 바위에 한 땀 한 땀 줄기가 뿌리를 내리며 암 마이봉을 꼭 안아준다. 그리고 구멍이 뚫린 작은 암혈(巖穴)에도 질긴 생명들이 자리를 한다.


 


   탑사 안에는 "섬진강 발원지 용궁"이라는 샘이 있는데 이 샘도 하나의 발원지가 될 수는 있으나, 정부에서는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팔공산 북쪽 기슭의 데미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발원지는 하구(河口) 기점으로 따져 더 멀고, 고도가 더 높은 곳으로 선정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마이산 용궁은 섬진강발원지라고 주장할 만하다.


   탑사 우회도로로 하여 은수사를 거쳐 마이산 두 봉우리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마이산놀이동산 쪽으로 내려온다. 고개의 정상은 마이산화엄굴 입구다. 올라가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정비가 잘 되어 있고,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게 임도 같은 도로가 나 있다. 하늘에서 같이 노닐던 구름이 비가 되어 이 고개 정상에 떨어져 남으로 흐른다면 섬진강으로, 북으로 흐른다면 금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데, 찰나의 순간이 운명을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농업용저수지인 사양제 둑 위로 올라서니 마이산 전경이 다 보인다. 물위로 설치된 데크는 겨울의 낙상방지를 위하여 출입을 막아 놓았다. 오후3시가 되자 그 좋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굵어진다. 준비한 비옷이나 우산을 짐이 될까봐 버스에 두고 온 것이 후회되나 어쩔 수 없이 옷을 적시며 오늘의 종점인 만남의 광장까지 진군한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잘 정비된 주차장과 음식점 등 가게에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한가롭다. 예로부터 진안은 새끼돼지 요리인 애저요리가 유명한데 이렇게 한가한 것은 작금의 우리 경제사정이 반영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돌아오는 길에 진안마이산고속도로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마이산도 흐린 안개가 엷게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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