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둘레길을 걷다
(2016년 2월 9일)
瓦也 정유순
어제 설명절을 보내고 오늘은 남산둘레길을 걸었다. 지하철3호선 동대역 입구인 장충단체육관에서 시작하여 호텔신라 뒤편으로 성곽 길을 따라 반얀트리(VAN YAN TREE, 구 타워호텔) 클럽을 가로질러 국립극장 옆으로 하여 한남동 쪽 남산둘레길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장충단(奬忠壇)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초혼단(招魂壇)으로 대한제국 때 명성황후 민비가 시해된 을미사변과 구식군인들의 처우불만으로 일어난 임오군란으로 순직한 충신과 열사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고종황제의 명으로 세워진 최초의 현충원(顯忠院, 국립묘지)으로 장충단공원과 국립극장은 물론 그 주변의 호텔과 대학교 등 많은 건물과 시설들이 장충단구역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봄가을로 제사를 지낼 때에는 군악을 연주하고 조총을 쏘았는데, 1910년 8월 일제에 의해 장충단이 폐사되고 1920년대부터 이 일대를 공원으로 만들어 벚꽃을 심고 공원시설을 설치하였으며, 특히 상해사변(上海事變) 당시 일본육군 결사대로 전사한 육탄3용사의 동상과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는 박문사(博文寺)를 세웠다고 한다.
해방 후 동상과 박문사는 철거 되었고, 한국전쟁으로 장충단 본 건물과 부속건물은 파손되었으나 순종황제가 황태자 시절에 쓴 글씨 장충단비(서울지방유형문화재 제1호)만 남아 있다. 이 비는 원래 영빈관(현 호텔신라) 내에 있었던 것을 1969년 지금의 수표교(水標橋) 서편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국립극장 옆길로 둘레길 코스를 따라 한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팔도소나무 숲이 나오고 벚나무 길이 N서울타워까지 연결되었다.
남산도서관과 안중근의사기념관 마당에는 안중근의사의 동상과 유묵을 새긴 비석이 서있고, 그 밑으로 백범김구광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입구에는 해시계인 앙부일귀(仰釜日晷)와 천문측정기구인 혼천의(渾天儀)가 비치되어 있다.
남산의 원래 이름은 목멱산(木覓山)인데 목멱은 옛말의 ‘마뫼’로 남산이란 뜻이란다. 그래서 조선 초에 세운 신당에는 목멱대왕이란 산신이 모셔져 있고, 나라에서 세운 신당이라 하여 국사당(國師堂)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국사당이 강제로 헐리고 조선신궁이란 일본신사를 세워 우리민족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했으며, 철거된 국사당 건물은 인왕산 서쪽 선바위 아래에 옮겨져 있고, 그 자리에는 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에 낙산, 서쪽의 인왕산, 북쪽의 북악산, 남쪽의 남산을 도성의 내사산(內四山)이라고 하며, 조선조 때 이 산들을 중심으로 연결하여 구축한 성곽이 지금의 한양도성 성곽길이다.
소월길을 따라 남산 북쪽 자락을 따라 다시 국립극장 쪽으로 온다. 남산 북쪽은 절벽을 이루고, 응달진 곳에는 흐르는 물이 얼어있다. 산 아래로 옛날 공포의 대상이었던 남산분실이 보이고, 남산골 한옥마을과 타임캡슐을 묻은 타임스퀘어도 보이며, 옛 필동 수경사 자리도 보인다. 발밑으로 뻥 뚫린 남산 1호 터널은 자동차가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리고 국궁(國弓)의 요람인 석호정에서는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맞히는 소리가 표시등과 함께 남산의 깊은 계곡을 울린다. 활터 석호정은 조선조 인조 때인 1630년경에 창정(創亭)된 유서 깊은 국궁도장(國弓道場)으로 1970년 ‘남산제모습찾기 100인 고증위원회’의 배려로 지금의 자리에 새 터를 잡았다고 한다.
다시 국립극장을 경유하여 장충단공원 수표교에서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수표교(水標橋)는 원래 청계천에 있던 다리였으나, 복계공사 시 이곳으로 옮겨 왔다가 다시 복원 되었어도 폭이 맞지 않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교각에는 영조 때 새긴 “경진지평(庚辰地平)”이란 글씨가 선명한데, 이는 토사가 많이 내려와 준설을 할 때, 이 글씨가 나올 때 까지 흙을 퍼냈다는 것이다. 그 준설토가 쌓였던 곳이 지금의 방산시장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내가 서울에 온지 근 50년 가까이 되지만 남산의 속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갈까 말까 몇 번 망설였으나 참으로 와 본 것이 천만다행이다. 역시 가까이 있는 것은 막연하게 언젠가는 가겠지 하며 게으름을 피우다 더 소홀이 하고 속속들이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더 모르는 것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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