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아홉 번째-1)
(이포보-팔당댐, 2019년 10월 26일∼27)
瓦也 정유순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 물들어 푸르러야 할 한강도 추색(秋色)이 짙어진다. 여주시 대신면 천서리에 있는 이포보를 뒤로하고 파사산 자락을 스치면 양평군 개군면이다. 양평군은 1908년 9월 당시 양근군(楊根郡)과 지평군(砥平郡)을 합병하여 양평군(楊平郡)이 되었다. 양근군(楊根郡)은 고구려 시대에 항양군(恒陽郡), 신라 시대에 빈양(濱陽)으로 불러왔으며, 고려 시대 초기에 다시 양근(楊根)이 되었다.
<이포보>
지평군(砥平郡)은 고구려 시대에 지현현(砥峴懸)으로 내려오다가 조선 시대에는 지제(砥堤), 1895년(고종 32년)에는 지평군(砥平郡)으로 되었다. 이후 1914년 3월에는 남종면(南終面)이 광주군(廣州郡)으로, 1942년 4월에는 설악면(雪岳面)이 가평군(加平郡)으로 되었으며, 1973년 7월에는 서종면(西宗面)의 삼회리(三會里)와 노문리(盧門里) 일부가 가평군(加平郡)으로 되었다. 1979년 5월에는 양평면(楊平面)이 읍으로 승격되었다.
<양평군 지도-네이버캡쳐>
지금 막 들어선 개군면(介軍面)은 개군산의 이름을 따서 된 면으로 원래 여주시(驪州市) 소속이었으나, 1963년 1월 양평군으로 편입된 지역으로 동쪽은 지평면(砥平面), 북동쪽은 용문면(龍門面), 북서쪽은 양평읍, 서쪽은 강상면(江上面), 남쪽은 여주시에 접한다. 북동부는 추읍산(趨揖山, 583m)이 있어서 고도가 높고 험하나, 남부는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로 되어 있다. 하천 연변에는 충적지(沖積地)가 형성되어 경작지로 이용된다.
<양평군 개군면 진입>
<한강하구까지 111km>
면사무소가 있는 하자포리 향리천(香里川)은 양평군 개군면 추읍산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흐르다 개군저수지에서 동쪽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하천연장 5.9km, 유로연장은 6.4km, 유역면적 13.95㎢다. 하천 하류에는 37번 국도가 지난다. 유역 북쪽으로는 흑천 유역과 접하며 남쪽으로는 신내천 유역과 경계를 이룬다.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하천부지에는 개군면 다목적회관과 개군레포츠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개군레포츠공원>
<향리천과 개군산>
마애여래입상과 고인돌군이 있는 상자포리와 개군면사무소가 있는 하자포리를 지나면 구미리(九尾里)다. 구미리는 한강이 후미져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후미개, 구미포, 구미라고도 불린다. 구미리는 남한강 건너 여주시 금사면 용담으로 가는 나루터로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강원도 조방장(助防將) 원호(元豪, 1533~1592)장군이 향병을 모아 왜군과 격전을 벌여 승리했던 곳이다. 이때 왜적과 교전한 민·관군이 온 산에 있었다고 하여 구미포 뒷산이‘개군산(介軍山)’으로 불리게 되었다.
<구미포나룻터 표지석>
<구미리 남한강과 후미개고개>
구미리에서 후미개고개를 넘으면 선사 유적의 마을 앙덕리(仰德里)가 나온다. 앙덕리는 남한강과 흑천이 만나는 평야 지대에 있는 농촌 마을이다. 안동 김씨 효문공(孝文公)이 낙향 은둔하여 지역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어 주민들이 그의 인덕(仁德)을 추앙(推仰)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한강 변의 유물산포지(遺物散布地)로써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 원삼국시대 유물들이 발견된 복합유적지다.
<앙덕1리 마을회관>
<산수유>
흑천(黑川)은 양평군 동쪽의 청운면 신론리(新論里) 성지봉(聖地峰)에서 발원하여 군의 중앙부를 따라 남서부로 흐르다가 개군면 앙덕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흑천은 냇물 바닥의 돌이 검어 물빛이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한다. 지역 주민들은 흑천을 거무내라고도 부르며 옛 전곡천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흑천어적(黑川漁笛)은 용문팔경 중 하나이다. 양평군 내륙의 중심 하천이며, 하천 변을 따라 경작지와 취락이 발달해 있다.
<흑천과 현덕교>
참고로 용문팔경(龍門八景)은 1. 용문사 새벽 종소리(龍門寺 晨鐘) 2. 조계골 열두 여울(鳥溪 十二灘) 3. 윤필암의 돌아가는 구름(潤筆庵 歸雲) 4. 봉황대의 맑은 바람(鳳凰臺 淸風) 5. 칠보산의 아지랑이(七寶山 晴靄) 6. 중원산 폭포(中元山 瀑布) 7. 흑천 어부의 피리 소리(黑川 漁笛) 8. 백운봉의 저녁노을(白雲峯 落照)이다.
<남한강과 흑천의 만남>
흑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 너머에는 양평군 강상면이다. 강상면(江上面)은 양평군의 서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면 소재지는 교평리(交坪里)다. 본래 양근군 양평 읍내의 남쪽 첫머리가 되어 남시면(南始面)이라 하였으며 1908년 양평군으로 편입되었다. 면의 북서쪽에 백병산(百屛山, 424m), 남서쪽에 양자산(楊子山, 710m)의 맥이 면내로 뻗으며 남한강이 동북쪽의 경계를 만든다. 양자산 구사곡의 암벽 사이에서 솟아나는 구사곡약수가 유명하고 송학리(松鶴里)에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KOBACO) 연수원이 있다.
<양평군 강상면>
<KOBACO 연수원>
흑천 하구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전용도로인 현덕교를 지나면 양평읍(楊平邑)이다. 양평읍은 양평군의 중앙에 위치한 읍으로 소재지는 양근리다. 본래 양근군(楊根郡) 지역으로 읍내면으로 내려오다가 1908년에 양평군에 편입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동종면(東終面) 전체와 고읍면(古邑面) 사탄리(沙灘里) 등 일부가 통합되어 12개 리로 재편되면서 갈산면(葛山面)이 되었고, 1938년에 양평면으로 개칭되었다가 1979년 읍으로 승격되었다. 중앙선 철도와 국도 제6호(서울∼강릉) 및 제37호(거창~파주)가 지난다.
<양평읍 회현리>
고인돌이 발견된 회현리(會賢里)는 여말(麗末) 목은(牧隱), 야은(冶隱), 포은(圃隱) 세 사람의 현자(賢者)들이 풍류를 즐기며 모였던 곳이란 지명에서 유래한다. 실제로 세 현인이 풍류[삼현풍월(三賢風月)]를 즐기던 삼현암(三賢岩)이 있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가소리, 백곡리, 진변리, 축동리, 창대리 일부를 합쳐 회현리가 되었다. 자연마을로는 가소, 돌고개, 벌말, 안말, 축동 등이 있다. 가소(可巢)마을은 문화류씨(文化柳氏) 조상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남한강 물억새밭>
양평팔경 중의 하나인 과창곡대(過倉穀垈)에서 이름이 유래한 창대리(倉垈里)는 본래 양근군 동종면 지역인데 조선 시대 전창이 있었으므로 창터라고도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기산리, 신대리, 능산리 등 일부 지역을 합쳐 창대리라 하고 갈산면(양평읍)에 편입되었다. 자연마을로는 가롤, 기산, 꽃동산, 뒤나무뎅이, 새말, 새터말, 시저골 등이 있다.
<양평읍 창대리마을>
창대리에는 남한강 변으로 칼산(63m)이 있다. 칡이 많아 갈산(葛山)이었는데 칼산으로 불린다. 비록 낮은 산이지만 남한강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양평팔경의 하나인 갈산승경(葛山勝景)으로 불릴 정도의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칼산에는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남한강 변을 따라 조성한 산책로는 남한강 자전거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는 강상면으로 이어주던 양평 나루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양평교가 들어섰다.
<양평읍 갈산공원>
양평읍에는 남한강을 가로질러 강상면과 연결하는 두 개의 교량이 있다. 하나는 1971년 완공된 양평교(楊平橋)로 길이 625m, 너비 12.3m로 일반국도(44호)와 지방도(329호)로 연결된다. 다른 하나는 양평교에서 하류로 약 700m 떨어져 제2 양평대교라고도 하며, 1997년 10월 완공된 양근대교(楊根大橋)로 길이 765m, 너비 12m, 높이 17.9m, 왕복 2차선이다. 국도(6호·37호)와 지방도(88호·98호)로 연결된다. 주변 경치와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교량 중앙부에 용문산을 상징하는 산 모양의 구조물을 세웠다.
<남한강과 양평교>
<양근대교>
겨드랑이에 물고기 비늘을 달고 태어난 장사 청년이 홍수 때 집채만 한 바위로 제방을 막아 마을을 구한 장사바위 전설을 뒤로하고, 양평읍 공흥리에서 발원한 양근천(楊根川)이 합류하는 양근대교 밑을 지나면 붕어 낚시로 유명했던 양근섬이 보인다. 2019년 초부터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양근섬에는 산책로와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고,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양근섬>
양평군에는 용문산(龍門山)이 있다면 양평읍에는 백운봉이 있다. 백운봉(白雲峯, 940m)은 용문산이 남쪽 능선으로 연결된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양평팔경 중의 하나인 백운융상(白雲隆像)이다. 서쪽에는 함왕골, 동쪽에는 연수리계곡이 있으며 정상과 주 능선에는 암봉이 많다. 함왕골에는 923년(경명왕 7)에 승려 대경이 창건한 사나사(舍那寺)가 있으며, 삼층석탑, 대적광전, 원증국사비, 부도 등이 있다. 용문산을 중심으로 동쪽 자락에는 649년(진덕여왕 3)에 원효가 창건한 용문사가 있다.
<백운봉>
강둑 밑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양근사거리에서 둑 위로 잠시 올라서면 양평군민회관과 양평미술관이 보인다. 양평은 문인이나 화가 등 예술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 어느 지역보다 음악과 연극 공연이 많고 미술 전시회가 많다. 양평역이나 용문사 등 사람의 왕래가 많이 있는 곳에서는 시화전(詩畫展)과 도예전(陶藝展)이 가끔 열린다.
<양평군민회관>
양평(楊平)은 옛 어느 문인(文人)의 찬시(讚詩) 중에 전해오는‘양평팔경(楊平八景)’을 잠시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백운융상(白雲隆像), 남한추무(南漢秋霧), 오동진모(梧桐津暮), 신백산렵(新白山獵), 갈산승경(葛山勝景), 삼현풍월(三賢風月), 봉원유도(鳳元遺陶), 과창곡대(過倉穀垈) 이 팔경 중에 양평의 아름다운 지명과 풍경이 담겨 있다. 이곳을 다녀간 시인 묵 객들의 붓끝 놀림에서도 양평 예찬은 자주 드러나며, 양평군에 사는 문인과 화가들의 활동 또한 으뜸이다.
<양평미술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아홉 번째-3) (0) | 2019.11.02 |
---|---|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아홉 번째-2) (0) | 2019.10.31 |
오대산 비로봉을 다녀와서 (0) | 2019.10.22 |
여수와 순천에서의 이틀 (0) | 2019.10.20 |
진주(晉州)라 천리길(2) (0) | 2019.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