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일곱 번째-4)

와야 정유순 2019. 9. 1. 00:05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일곱 번째-4)

(충주 중원탑-여주시 도리, 201982425)

瓦也 정유순

   오후에도 내친 김에 부론면 정산리 현계산(玄溪山534m) 자락에 있는 거돈사지(居頓寺址)를 둘러본다. 거돈사는 언제 창건되고 폐사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지금 남아 있는 거돈사지 삼층석탑(居頓寺址 三層石塔)으로 미루어 볼 때 신라후기에 창건된 것 같고, 고려 초에 활동한 원공국사(圓空國師, 9301018) 때 전성기인 것으로 추정하며, 임진왜란 때 소실 된 것으로 추측한다.

<거돈사 터>


   절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보물(78)로 지정된 원공국사탑비가 보인다. 원공국사의 법명은 지종(智宗)이고, 세속의 성은 이 씨인데, 비문에는 그의 생애와 행적을 기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1025(고려 현종16)에 세운 것으로 당시 해동공자로 불리던 대학자 최충(崔沖)이 글을 짓고 김기웅(金起雄)이 글씨를 썼다. 비문에 새긴 글씨는 해서체인데, 고려시대 비석에 새긴 여러 글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중국과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정면)>

<비문해설 동판>


   비는 거북받침돌 위로 비 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은 모습으로 머릿돌이 비 몸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거북의 머리는 괴수모양의 험상궂은 용의 머리이고, 등에 새긴 무늬는 정육각형에 가까우며, 육각형 안에는 자 모양과 연꽃무늬를 돋움새김 하였다. 머릿돌에는 구름 속을 요동치는 용이 불꽃에 쌓인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하다.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측면)>


   거돈사지 맨 위쪽에 있는 원공국사탑은 고려시대 전기 고승 원공국사의 묘탑이다. 이 탑은 세 개의 받침돌로 이루어진 기단과 몸돌, 지붕돌로 이루어졌다. 8각을 이루고 있는 몸돌의 각 면의 앞뒤 양면에는 문 모양과 자물쇠 모양을, 좌우 양면에는 창문모양을, 그리고 나머지 네 면에는 4천왕상을 새겼다. 지붕돌은 서까래와 기왓골, 막새기와 모양을 새겨놓아 목조건물의 지붕모양을 정교하게 표현해 놓았다. 꼭대기에는 8각형의 보개(寶蓋)가 얹혀있다.

<증앙박물관 원공국사탑-네이버캡쳐>

   이곳에 있던 원래의 탑은 일제강점기 때 서울로 옮겨져 일본사람의 집에 있었는데, 1948년에 경복궁으로 옮겼다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거돈사 터에 있는 현재의 탑은 2007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후기신라시대 승탑을 이어 받은 팔각 집 모양으로 단정하고 균형 잡힌 형태에 격조 있는 장식을 더하고 있어 고려시대 전기 승탑 중에서 매우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 탑을 세공한 사람이 비록 무명이지만 신심만은 다른 사람이 감히 따라 올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 같다.

 <거돈사지 원공국사탑>


   거돈사 금당 터 앞에는 삼층석탑은 2단의 기단 위로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석탑의 모습이다. 탑신은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구성하였다. 5단의 밑받침을 둔 지붕돌은 두꺼우면서 경사면의 네 모서리가 곡선을 이루고 있다. 처마는 직선을 이루는데 끝부분에서의 들림이 경쾌하여 후기신라 양식임을 알 수 있다. 탑의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을 받치는 네모난 받침돌이 있고, 그 위에 연꽃모양의 보주(寶珠)를 얹어 놓았다. 조성연대는 9세기작품으로 추정되며, 탑 앞에 배례석(拜禮石)이 있다.

<거돈사지 삼층석탑>

<거돈사지 배례석>


   금당 터의 금당(金堂)은 부처를 상징하는 불상을 모시는 곳으로 사찰의 중심공간이다. 이 금당 터에는 전면 6, 측면 5개의 주춧돌[초석(礎石)]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20여 칸의 큰 법당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초석의 배치로 보아 내부는 통 층이고, 외부는 2층 규모의 웅장한 금당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당 터 중앙에는 부처님을 모셨던 높이 약2의 화강석 불대좌(佛臺座)가 있다.

<거돈사지 금당 터>

<거돈사지 불대좌>


   금당 터 뒤로는 강당 터가 있다. 강당(講堂)은 사찰에서 경전(經典)을 강의하거나 큰 스님이 설법(說法)하는 장소로 강설당(講說堂)이라고도 한다. 그 당시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대부분 금당 뒤에 배치하였으나 조선시대에는 금당 앞에 두었다. 금당과 달리 자연석 기단을 쌓았다. 금당 뒤편으로는 승려들의 생활공간인 승방 터와 우물터가 있다.

<거돈사지 강당 터>


   절터 앞으로 난 도로와의 경계지점에는 천년 느티나무가 절벽 담벼락에 기대어 거돈사 영욕의 역사를 증명해 주는 것 같다. 이 느티나무는 198211월에 천년 보호수(원주 제9)로 지정되어 원주시와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관리되고 있다. 나무높이가 20가 훌쩍 넘고, 둘레가 750나 된다. 그리고 절터 아래 옛 정산분교 자리에는 완성되지 않은 거대한 당간지주 하나가 옆으로 누워있다. 원래 두 짝으로 있어야 하는데, 한 쪽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 설명이 없고, 누워 있는 다른 한 쪽은 짝 잃은 외기러기마냥 처량하다.

<거돈사지 천년 느티나무(안)>

<거돈사지 천년 느티나무(밖)>

<돈사지 당간지주>


   원주시 부론면에는 단강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미처 둘러보지 못하고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로 이동한다. 단강리(端江里)의 끝정자[단정(端亭)]라는 곳은 단종(端宗)이 영월로 유배 가는 길에 쉬어 갔다고 하여 생긴 것이라고 한다. 또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은 왜적을 막아 싸우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명산 혈기를 끊어 놓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하는데 옥녀봉이 천하명당이라 혈기를 끊으려고 노력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 하고 결국 포기하였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부론면 단강리 지도>


   점동면 삼합리는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 청미천이 합수(合水)하는 지역이며 오갑산(梧甲山,609) 능선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를 떠난 남한강의 물줄기는 섬강과 만나 경기도 여주를 감아 돌 때부터 38.9강줄기를 여강(麗江)’이라고 한다. 이 물길을 따라 여강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길은 2009년 국토교통부가 전국에 7개의 문화생태탐방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었다.

<삼합리 지도>

<섬강과 남한강 합수지점>


   청미천이 여강과 만나는 지점의 징검다리는 수량이 많아져 물속에 잠겼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야 여강길이 시작되는 점동면 도리(道里)인데, 물길이 길을 막는다. 일행 중 성질 급한 도반들은 이미 물에 발을 담그고 도하(渡河)를 시도하고, 대부분은 물속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한다. 선발대가 용기 있게 건너가자 대부분의 도반들이 그 뒤를 따른다. 그러나 일부 도반은 청미천을 따라 상류로 우회한다.

<청미천 하구>


   청미천(淸美川)은 길이 37.56km, 유역면적 399.42이다. 경기 용인시 원삼면(遠三面)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면서 안성시 일죽면(一竹面), 이천시 장호원읍을 지나 경기·강원·충북 3도가 접하는 지점인 여주시 점동면(占東面) 장안리에서 여강(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상류에서부터 방초천(芳草川죽산천(竹山川석원천(石院川응천(鷹川금곡천(金谷川) 등의 작은 지류와 만난다. 택리지에는 청미천(淸美川) 일대의 땅이 삼남과 같이 비옥하고 기름져서 살만한 곳이다.”라고 하였다.

<청미천>


   약3쯤 걸어가서 나오는 삼합교(三合橋)를 건너면 점동면 장안리다. 장안리(長安里)는 승안리, 안평, 관골, 건쟁이 4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청미천 하구에 위치하는 곳으로 예전에 수운(水運)을 이용하던 시절 매우 빈번하게 사람의 왕래한 곳이다. 이곳은 원래 마을이 없었으나, 마을이 형성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으며 여주에서 도리와 삼합리로 연결되는 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보건지소 앞 버스정류장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삼합교>

<버스정류장 에어컨>


   도리는 점동면 장안리 마을 서편에 도호동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남한강에 수운이 발달하면서 강변 쪽이 생활이 편리하고 토양이 비옥하므로 도호동 사람들이 이동해 큰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고 해서 도래(到來)가 되었고, 되래로 발음했으며 도리라는 행정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또한 과거에는 도리마을로 가는 길이 외길이어서 들어온 길을 되돌아 나가는 되래도리로 되었다는 사연도 있다.

<도리마을 앞 여강>


   남한강이 섬강, 청미천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도리섬은 4대강사업 당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인 관계로 4대강 중 공사가 처음 중단되었고, 당시 계획된 친수시설 등이 취소된 남한강 생태계 핵심지역이다. 그리고 도리섬 일대는 단양쑥부쟁이 외에도 수달, , 표범장지뱀, 흰목물떼새, 층층둥굴레, 황조롱이 등 여러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밀도 높게 모여 있어서 생태적으로 매우 민감한 곳이다.

<여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