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얀마에서 5일(1)

와야 세상걷기 2016. 1. 25. 00:21

* 2016년1월13일부터 1월 19일 까지 5박 7일간 미얀마를 여행하였으나

  실제 여행기간은 1월14일부터 1월 18일 까지 5일로 5회에 걸쳐 후기를 올린다.


미얀마에서 5(1)

(2016. 1. 14 1. 18)

瓦也 정유순

1. 바간(B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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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 아웅산 암살폭발사고(198310)로 우리에게 더 알려진 미얀마(Myanmar)연방공화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밤 비행기로 이곳의 옛 수도인 양곤으로 날라 와 현지 시간으로 새벽 1시를 훨씬 넘겨 호텔에서 토막잠을 자고, 빵 조각으로 요기를 한 다음, 다시 공항으로 달려가 바간(Bagan)행 국내선 경비행기에 몸을 실고 어둠을 가른다.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햇빛을 받으며 1시간여를 비행하여 바간에 도착하자마자 시내에 있는 나웅우 재래시장부터 둘러본다.



   미얀마의 재래시장은 대부분 오전 11시가 지나면 장을 마감하기 때문에 시장구경은 되도록 일찍 해야 한다고 한다. 시장구조는 우리의 시골 재래시장과 별로 다를 게 없고 진열되어 있는 상품만 다르다. 시장에서 만난 여인들은 얼굴 볼에 하얀 전분가루 같은 것을 바르고 다니는데, 이것은 전분이 아니고 다나까라는 나무를 곱게 간 가루로 천연 자외선 차단제이고 얼굴의 주름을 억제하는 화장품이란다. 여행 내내 현지 여성뿐만 아니고 남성들도 다나까 화장을 거의 하고 있었다.



   바간(Bagan)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루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 중의 하나로 그 규모가 압도적이다. 9세기경에 에야워디 강을 중심으로 바간왕조가 세워져 몽골에 의해 패망할 때까지 약250여 년 동안 크메르왕조와 더불어 동남아시아지역의 최대 왕조로 군림하였으며, 미얀마 최초의 통일왕조로 불교를 받아들여 문화와 언어의 기본을 다졌고, 긴 세월동안 사원들이 수없이 세워지고 소실되며 부침을 해왔지만, 아직도 2,400여개가 남아 대표적인 사원유적지로 위용을 자랑한단다.


   재래시장을 나와 미얀마 탑들의 표준이 되는 우아한 종 모양의 황금의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쉐지곤 파고다(사원)로 이동한다. 맨발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긴 통로를 지날 때 많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게 이채롭다. 통로 끝을 지나 불상을 모신 법당 뒤에 금빛 테라스형식의 탑이 서있다. 테라스부터 4층까지 4각형으로 폭이 조금씩 좁게 올라가다가 그 위에 8각형 단을 쌓고 둥근 원형으로 쭉 뻗다가 첨탑(尖塔)으로 마무리 하였다. 물이 고인 밥주발 보다 작은 웅덩이에 비춰보는 모습은 더 아름답다.



   쉐지곤 파고다는 11세기 말부터 12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스리랑카 왕으로부터 받은 부처님의 치()사리를 모신 곳으로, 테라스 아랫부분은 타일로 된 부조와 화려한 꽃모양의 장식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주변 곳곳에는 여러 형태의 불상과 종()들이 있어 소원을 비는 불자들의 종소리가 들린다. 특히 불교 이전의 토속신앙인 이 모셔져 있고, 법당 안이든 불상 앞이든 모든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어서 바간의 수많은 사원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중요한 사원으로 알려진 아난다 파고다로 간다. 이 사원은 꼭대기가 옥수수 모양의 독특하고 세련된 황금 탑이 멀리서도 눈에 띤다. 아난다란 이름은 석가모니의 첫 제자인 아난다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무한한 지혜또는 행복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바간시대의 다른 탑들과 구분하여 몬 왕국과 인도의 불교예술이 융합하여 완성된 걸작으로 평가된다.


   전설에 의하면 인도승려 8명이 이곳을 방문하여 자신들의 히말라야 동굴사원에서 수행하던 형상을 보여주자, 왕은 기뻐하며 그대로 지어줄 것을 요청을 했고, 사원이 완성된 뒤 이와 똑 같은 사원이 더 나올 것을 두려워하여 왕이 승려들을 모두 죽였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1975년에 지진으로 파괴되었지만 바로 보수작업을 하여 복구시켰고, 설립 900주년이 되는 1990년에는 탑 윗부분에 금을 입혔다고 한다.




   사원은 벽돌을 쌓고 그 위에 석회를 덧발라 불교와 관련된 벽화와 석가모니 전생이 그려져 있고, 모서리마다 사자 석상이 서 있으며, 서쪽 입구에는 표정이 세밀하게 표현되고 색이 입혀진 문지기상이 있다. 또한 십자 모양의 홀 통로 양쪽으로 수많은 불상이 놓여 있다. 불상은 나무로 조각되어 금색 칠을 입힌 것이며, 입구의 천장과 통로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 대충대충 본 것 같은데 벌써 아침나절이 훌쩍 지난다. 미얀마 전통의 인형극인 마리오네트를 구경하며 점심을 하고, 몬족의 왕인 마누하가 재산이 부족하여 공주의 보석까지 팔아 세웠다는 마누하 사원으로 간다. 입구로 들어가면 거대한 불상 3개가 좁은 공간을 꽉 채우고 역시 좁은 공간에 열반에 들기 직전의 와불상(臥佛像)이 북쪽을 향해 누워 있다. 사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노리타 왕에 의해 패망하여 포로가 된 마누하 왕의 답답한 심정을 비좁은 공간에 불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마누하 사원을 나와 잠시 미얀마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대나무 전통칠기 공예공방을 잠시 들른다. 끝이 뾰족한 끌로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파내고 붙이고 칠하는 손끝은 신의 경지 같다. 완성품을 전시하며 판매도 하는데 공을 많이 들여서 그런지 값이 만만치 않다. 눈으로 구경만 실컷 하고 바간시대 벽돌 건축의 최고봉인 담아양지 파고다로 향한다.


   담아양지 파고다는 잔인하면서도 슬픈 사연이 서려 있다고 한다. 나라투 왕은 자신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아내까지 죽인 사람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이 사원을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나라투 왕은 심혈을 기울여 벽돌을 완벽하게 쌓아서 그런지 바간시대의 벽돌건축의 최고봉이라고 한다. 사원 내부에는 이중으로 통로가 나있으며 높은 천장 아래 벽화와 네 방향의 불상으로 채워져 있다. 불상 뒤에는 부처님의 해탈에서부터 열반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불화가 그려져 있다.



   다음은 쉐산도 파고다로 간다. 쉐산도 파고다는 부처님의 머리카락이 모셔져 있어 성스러운 금빛 머리카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5층의 테라스와 그 위에 자리한 둥근 종 모양의 탑 꼭대기에는 금빛 우산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넓은 공간이 나오고, 서쪽 테라스에는 일몰을 포착하기 위한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대기하고 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대평원을 배경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간의 탑들이 숲 사이로 곳곳에 수놓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내려올 때는 서산으로 기운 햇빛이 그림자를 길게 옆으로 뻗친다.




   에야와디 강변의 식당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하는 저녁식사와 반주로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는 건기에 쌓인 목구멍의 먼지를 말끔히 씻어준다. 그리고 롯지처럼 꾸며진 숙소로 와서 여장을 푼다. 밤하늘의 별들은 주변의 조명 때문에 맑은 날씨인데도 희미하게 보이고, 미얀마 민속 공연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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