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낙동정맥 길을 두발로 걸으며

와야 정유순 2016. 6. 24. 01:52

낙동정맥 길을 두발로 걸으며

(봉화 석포승부분천, 2016. 6. 22)

瓦也 정유순

   장돌뱅이 새벽 장 가듯 집을 나선다고 나섰으나 어제가 하지(夏至)라서 그런지 이미 날이 훤하다. 버스가 뻥 뚫린 도로를 달리다가 첩첩산중 심산유곡으로 접어들자 어름산이가 외줄 타듯 구절양장(九折羊腸)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간다. 큰고개(大峴)를 넘어 열목어(熱目魚) 서식지인 석포면 대현리 백천계곡을 스치며 석포행복나눔센터에 도착한다.


​<석포행복나눔셑터>

석포행복나눔센터에서 낙동정맥 트레일 팸 투어식전행사와 몸 풀기 등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개인별로 나누워 준 도시락을 지참하고 낙동강을 따라 버스로 석포제련소를 지나 남으로 내려간다.

   낙동강(洛東江)은 강원도 태백시 황지(黃池)에서 발원하여 산을 뚫은 구문소에 용의 전설을 만들어 안동 예천 선산 구미 왜관 대구 삼랑진을 거쳐 부산 포구까지 1,300여리 영남지역을 적시며 유유히 흐른다.

<석포 지도>

   석포제련소 제3공장 앞에서 하차하여 낙동정맥트레일 코스 제1구간 걷기를 시작한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은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남으로 힘차게 뻗어 나오다가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굽어질 때, 태백산 남쪽줄기 구봉산(九峰山)에서 시작하여 백병산 주왕산 단석산 가지산 금정산으로 이어져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沒芸臺)에 이르는 산줄기로 낙동강의 동쪽에 위치한다. 조선 실학자 신경준의 산경표(山經表)에는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되어 있다.


<낙동정맥지도-네이버캡쳐>

   참고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태백산맥 등 산맥개념은 1900년을 전후하여 일본의 고토분지로(小藤 文次郎)’라는 사람이 우리땅속의 지질구조선(地質構造線)에 근거하여 땅위의 산들을 분류하였다는데, ‘산맥의 선은 강()에 의하여 여러 차례 맥이 끊기고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인 선이라는 것이다. 즉 일제강점기에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기초자료이다.

   석포제련소도 원래 이곳 석포에서 채굴되는 아연(亞鉛)광을 제련하기 위해 세워졌으나, 지금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채굴은 하지 않고 아연광 등 원료를 수입하여 아연괴(亞鉛塊)를 만들고, 부산물로 나오는 황산을 제조하는 1차 금속제품업체이다. 그런데 석포면 중앙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낙동강 상류의 물은 알 수 없는 거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따라온다. 수질오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낙동강 상류의 이상한 거품>

  굴현교를 지나 낙동강 하천부지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도시락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많은 비가 온다던 하늘은 뭉게구름 두둥실 띠우며 비대신 열()을 내려 뿜고 친절(?)하게 포장된 길바닥에서는 복사열이 솟구쳐 땀으로 속옷을 적신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양()산이 도열한다.


<낙동강 상류>

<낙동강 산책길>

  그래도 흐르는 물소리는 걷는 걸음에 박자를 맞추고 작은 여울도 만든다. 강 건너 영동선에는 V트레일 기차가 기적을 울리고, 결둔교 부근에는 빨간 접시꽃이 환하게 맞이해 준다. 길옆의 밭에는 고랭지 채소가 오수에 젖어 있으며 산을 일궈 만든 밭만 보이고 한 평의 논도 안 보이는 V협곡에 구두들이라는 지명이 정겹다. V는 이곳 지역이 협곡으로 고개를 높이 쳐들어야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다.


<젖시꽃>


<V트레일 기차>


<구두들 이정표>

   산길을 굽이돌아 다시 낙동강변으로 나오니 멀리 빨간 승부현수교가 보인다. 달리던 기차가 속도를 줄이며 서는 것으로 보아 승부역이 가까워 진 것 같다. 현수교를 건너 철길을 따라 들어가니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고개 들어 바라보면 하늘 세평만 보인다는 승부역(承富驛)에 도착한다. 승부역 구내에는 백설공주에 나오는 이야기를 형상화하여 만든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승부현수교>

<승부역 백설공주 조형물>


​    석포에서 승부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트레일 제1구간이 끝나고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이어지는 제2구간이 시작된다. 승부역에서 다시 추스르고 발을 내딛는다. 넘어가야할 배바위고개입구에는 낙동정맥 대장군 청정봉화 여장군장승이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옛날 벌목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산판길이 안내를 한다. 산수국도 가짜 꽃잎으로 매개체를 유혹한다.

<배바위고개 장승>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물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아마도 절로 생긴 인생이라,

    늙기도 절로절로 하리라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1560)의 자연가(自然歌)가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처럼 살라 한다.


<하서 김인후의 자연가>

   땀을 손으로 씻을 새도 없이 울창한 숲길은 맑은 물을 흘러 내려 발끝부터 시원함이 전해오는데, 이산의 주인이었던 화전민들의 삶터가 나온다. 자생하는 뽕나무를 밑천 삼아 누에를 치던 곳 뽕나무 골과 샘터가 과거를 말해 준다. 사시사철 흘러나오던 그 샘은 어디로 갔을까?


<뽕나무골과 샘터>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를 넘으니 배바위고개정상이다. 먼저 온 팀이 우리에게 넓은 평상 같은 쉼터를 양보한다. 1968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18명의 인명을 학살하고 월북하는 이동경로였던 이 고개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배바위고개 올라가는 계단>


<배바위고개와 아픈역사>

한숨 돌리고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사람들의 혼을 뽑아 먹는 도깨비를 물리치기 위해 심어 논 엄나무500년 이상 이 자리를 지키며 길손의 안전을 지키는 길상목(吉祥木)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엄나무는 가시가 많아 바람타고 돌아다니는 귀신들이 가장 싫어하여 집안의 문설주에 가로로 걸어 놓았다고도 한다.


<배바위산 엄나무 전설>

  조금 가파른 고개를 지나서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나오면서 저절로 콧노래를 부른다. 소장수들이 수 십 마리의 소고삐를 한 줄로 연결하여 춘양장내성장으로 왕래하던 소장시길(소장사길)’이 나온다. 괴나리봇짐에 먹을 것을 지고 산속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며 먼 길을 오가던 옛길이 길손들을 부르는 멋진 트레킹 코스로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쇠파리가 윙윙거린다.


<소장사 길>

  라붙는 쇠파리를 손으로 내 저으며 언덕길을 내려오니 잘 정리된 길이 나오고 사람이 사는 비동(肥洞)마을이 나온다. 옛날 화전민들이 개척한 동네로 땅이 기름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나무숲이 우거지고 산과 산사이로 낙동강이 굽이치고 대추 고추 약초 등이 생산된다고 한다.


<비동마을 안내판>

   비동마을에서 분천역까지 흐르는 낙동강은 호수같이 아름답다하여 가호(佳湖)라고 부른다. 강변 따라 조성된 밭을 따라 걷고 싶지만 시간에 쫓겨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지난 주말 분천역을 시작점으로 외씨버선길-보부상길을 걸어서 구면이라 그런지 분천산타마을조형물과 사슴이 끄는 썰매, 예쁘게 단장한 분천역 플랫폼 등 보이는 게 모두 반갑다.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 오를 때 바람에 실려 온 밤꽃 향기가 살며시 찾아와 유혹을 한다. 

<분천역>


 <분천산타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