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아홉 번째-4)
(이포보∼팔당댐, 2019년 10월 26일∼27일)
瓦也 정유순
양서면은 강변으로 발달 된 농지를 따라 농업이 성하며, 축산업도 활발하다. 그리고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인 양수리를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문화유적은 양수리에 고인돌, 부용리에 이준경선생 묘·정창손 묘역 석물 일괄(鄭昌孫 墓域 石物 一括), 목왕리에는 한음 이덕형(漢陰 李德馨) 묘 및 신도비가 있다. 그 밖에 대심리에 여말선초(麗末鮮初) 문신이자 태조 이성계의 조카인 이양우(李良祐)의 묘와 신도비도 있다.
<양수리 시내>
양수역에서 용담을 따라 큰길로 나오면 세미원이다. 세미원(洗美苑)은 “관수세심(觀水洗心, 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하고) 관화미심(觀花美心,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며) 관산개심(觀山開心, 산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열일이다)”의 장자(莊子)의 글에서 집자(集字)하여 공원 이름을 지었다. 아름다운 꽃들과 맑은 물이 넘쳐나고, 주변의 병풍 같은 산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깨끗이 하고, 아름답게 하며, 마음을 열기”에 딱 좋은 곳이다.
<세미원-2017년7월 촬영>
세미원이 있는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남한강에서 떠내려오는 부유물질이 신양수대교 교각 밑으로 밀려 쓰레기투기장을 방불케 한 지역이었다. 이러한 곳을 이곳 주민들의 노력으로 쓰레기를 수거한 다음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난 연(蓮)을 갖다 심었고, 경기도에서는 나중에 규제를 재정비함은 물론 100억 원의 재정지원을 하여 물과 꽃이 어우러지는 세미원이 2004년 5월 개원하였으며, 2012년 5월에는 <재단법인 세미원>으로 재탄생하였다.
<신양수대교 밑-2017년7월 촬영>
그러나 세미원에는 입장하지 못하고 용늪다리를 건너 양수리로 접어든다.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리는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섬이다. 북한강이 흘러 내려오다가 용늪으로 갈라지면서 섬이 되었으나 지금은 연육교를 놓아 섬 같은 분위기는 전혀 없다. 양수리는 금강산 단발령에서 힘차게 남으로 쏟아내는 북한강과 금대봉 검룡소에서 솟아 나와 느리면서도 장엄하게 뻗어 내린 남한강의 물이 만나는 곳으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이웃의 용진리와 석장리, 벌리 일부를 합쳐 지금의 양수리가 되었다.
<양수리 지도>
신양수대교 밑으로 두물머리와 세미원으로 연결되는 배다리 열수주교(洌水舟橋)가 있다. 배다리[舟橋]는 조선 정조 때 양주에 있던 정조의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의 현릉원(顯陵園)으로 옮기고 정약용 등이 참여하는 주교사(舟橋司)의 주관으로 매년 한강에 배다리를 설치하여 자주 능행(陵幸)을 다녔다. 이러한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섬기고자 했던 정조의 효행과 다산의 학덕을 기리고자 245m의 구간에 52척의 목선을 물 위에 띄워 폭4m의 배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배다리-2017년7월 촬영>
배다리를 지나면 두물머리 느티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세 그루의 우산형 나무 모양을 하고 이곳의 상징처럼 서 있다. 원래 두물머리에는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로 부르는 두 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으나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어 수몰되는 과정에서 도당할머니 나무가 없어졌다. 이 느티나무에는 큰 구렁이가 살았는데, 한국전쟁 등 국난이 있기 전에 밖으로 나와 예고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평온을 위해 매년 음력 9월 2일이면 이 나무에 도당제를 올린다.
<황포돛대와 느티나무>
예로부터 돌이 많아 돌더미로 불렸던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곳으로 양수리 중에서도 나루터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강원도와 충청도의 물길이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는 중간 나루터여서 매우 번창했다고 한다. 그러나 육로의 발달과 팔당댐이 완공되어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어로행위와 선박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의 기능이 사라졌다. 두물머리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이며 웨딩사진 촬영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두물머리나루터>
두물머리 나루터 부근에는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진경산수화 <독백탄(獨栢灘)>을 돌판에 재구성해 놓았다. 이 그림은 겸재가 양수리 족자섬 앞의 큰 여울, 즉 족잣여울로 원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 머리를 맞대는 가운데 강줄기를 갈라놓는 긴 섬 위로 수종사(水鍾寺)가 있는 운길산이 보인다. 강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지금의 남양주시 능내리이며, 그 앞의 긴 섬이 족자섬으로 위에서 보면 발자국과 같은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겸재 정선의 독백탄(獨栢灘)-간송미술관 소장>
두물머리 나루터 아래로는 <두물경>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에는 “남한강 북한강 하나 된 두물머리 겨레의 기적이 숨 쉬는 우리의 한강”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두물경은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꼭지점을 표시하는 것 같다. 세월이 가면 세상이 변하는 게 이치이지만 ‘옛것을 소중히 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알맞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두물머리의 자연자산을 보전하면서 아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두물경>
두물경을 돌아보고 양수대교를 건넌다. 양수대교(兩水大橋)는 이곳 양수리와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를 연결하는 북한강 아치형 교량으로 총길이 600m, 너비 16.3m이다. 이 다리는 원래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건설되어 제6호 국도의 교량이었으나 노후화로 인하여 1994년부터 차량 통행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하였다,
<양수대교>
1992년에는 1㎞ 하류 쪽에 새로운 교량 건설에 착수하여 1998년 12월 신양수대교(총길이 2180m, 왕복 4차로)가 개통됨에 따라 기존의 양수대교는 국도에서 해제되고 352호 지방도의 교량으로 축소되었으며, 신양수대교가 6호 국도의 노선으로 지정되었다. 2009년 7월 상류 쪽 바로 옆에 기존의 양수대교를 대체할 교량 건설에 착수하여 2013년 11월 30일에 현재의 양수대교가 개통되었으며, 기존의 양수대교는 철거되었다.
<북한강>
양수대교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이 가깝게 보인다. 운길산(雲吉山)은 산수가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하여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 산행지로 널리 알려졌다. 수종사(水鍾寺)의 창건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세조가 금강산에 다녀오면서 양수리에서 1박을 하는데, 한밤중에 종소리가 들려오므로 날이 밝자 산으로 갔다. 한 동굴 속에서 16나한(羅漢)을 발견한 왕은 굴속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암벽을 울려 마치 종소리처럼 들려온 것임을 알고, 여기에 절을 짓게 하고 수종사라 하였다고 한다.
<운길산>
양수대교를 건너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다. 조안면(鳥安面)은 남양주시의 남동쪽 끝에 있는 면이다. 구한말에 광주군·양평군·가평군과 양주군 하도면에 속해 있었다가 1914년에는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와부면에 소속되었다. 1940년 조안출장소가 설치되어 6개 리를 관할하다가 1986년 면으로 승격되었다. 예봉산(683m)·운길산(610m)이 있으며, 동쪽으로 북한강, 서쪽으로 한강, 남동쪽으로 남한강이 둘러싸듯이 흐른다. 중앙선이 면의 남쪽을 지나며, 수종사 등 사찰이 있다.
<운길산역>
조안면 진중리에서 구 중앙선 철길에 조성한 자전거길로 들어선다. 숲길 사이로 잠깐씩 보이는 한강을 엿보며 능내역에 도착한다. 능내역(陵內驛)은 중앙선에 있던 기차역으로 팔당역과 양수역 사이에 있다. 1956년 5월 1일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2008년 12월 중앙선의 선로가 이설되어 폐역(廢驛)되었다. 이 역을 대신하여 근처 진중리에 운길산역이 신설되었다. 능내역은 기념물로만 남아 있으며 일부 철길도 남아 보존되고 있다. 역 앞은 자전거길이 지나고 카페가 영업 중이다.
<족자섬>
<능내역>
양수리와 능내리 등 이곳 주변이 팔당호가 된 것은 1973년에 완공된 팔당댐 때문이다. 팔당댐은 하남시 배알미동(拜謁尾洞)과 남양주시 조안면(鳥安面)을 잇는 높이 29m, 제방길이 510m, 총저수량 2억 4400만t인 한강 본류의 댐이다. 이 댐의 완공으로 연간 2억 5600kW의 전력생산이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수력발전용으로 건설되었는데,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상수도 공급을 위해 하루 260만t의 물을 취수하는 큰 몫을 하게 되었다. 강의 본류를 댐으로 막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팔당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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