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성 축령산에 서설이 날리고

와야 세상걷기 2017. 1. 17. 21:43

장성 축령산에 서설이 날리고

(2017114)

瓦也 정유순

   오늘은 <카페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 창립 4주년 기념으로 전남 정성에 있는 축령산(671)으로 기념 산행을 하는 날이다. 요즘 겨울 같지 않게 따뜻하다 보니 양지 바른 곳의 개나리는 철을 잊은 채 꽃망울을 피우기도 했으나, 어제부터 제법 겨울다운 추위가 엄습한다.

<장성 축령산 산소길 안내도>


   전남 장성의 축령산은 노령(蘆嶺)의 능선으로 전북 고창군과 경계를 이룬다. 노령은 백두대간 장안산(전북 장수, 1237)에서 뻗어 나온 호남정맥으로 이어져 오다가 내장산에서 남쪽 백암산으로 꺾어질 때 서남쪽으로 삐쭉 나온 산줄기로 겨울이면 습한 북서계절풍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도 더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다.

<금곡영화마을 뒷산>


   그래서 그런지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영화마을에 도착하니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아이젠 등 겨울장비를 갖추고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내며 산길을 올라간다. 마을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하얀 꽃송이를 흩날린다.

<금곡영화마을>


   축령산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한국의 조림왕으로 칭송되는 독림가(篤林家) 춘원 임종국(春園 林種國, 19151987)1956년부터 1987년까지 사재를 털어 숲을 가꾸어 삼림욕의 명소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꾸어진 숲이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할 숲으로 지정되었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편백나무 숲>


   금곡영화마을 입구에 있는 장승목도 서설(瑞雪)을 가득 안고 마을을 지킨다. 금곡마을이 영화마을로 된 이유는 영화 <태백산맥><내 마음의 풍금> 등을 촬영한 곳이라 하여 <영화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을 지나가는데 곳곳에 펜션 등 숙박시설 간판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마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그리고 비록 눈에 덮여 있어도 마을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금곡영화마을 장승>


   산소길 2코스 정상에는 임종국선생의 수목장이 보인다. 600ha에 편백나무 등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공으로 산림청은 유족의 뜻을 모아 20051123일 전북 순창군 선영에 안치된 선생의 유골을 화장한 뒤, 소나무 상자에 넣어 추모목으로 선정된 느티나무 아래로 이장 하였다. 추모목으로 선정된 느티나무는 우리 고유수종으로써 2000년에 산림청이 선정한 <새천년 기념목(Millennium Tree)>이다. 밟고 가는 길목마다 선생의 채취가 느껴지는 것 같다.

<춘원 임종국 수목장>

<춘원 임종국 조림공적비>

 

   편백나무는 회목(檜木) 또는 노송나무라고도 불리는 일본 원산의 상록교목이다. 일본에서는 히노끼(ヒノキ)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높이 3040, 12가량으로 나무껍질은 적갈색이고, 작은 바늘모양의 잎을 가진 침엽수(針葉樹)이다. 세균에 대한 항균 및 살균 작용이 뛰어나 내장재와 웰빙용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피톤치드라는 천연 항균물질이 많이 배출하여 편백나무 숲은 삼림욕장으로 애용되고 있으며, 목재는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눈 덮힌 편백나무 숲>


   중간에 쉬었다 가라고 준비해 놓은 나무의자도 하늘에서 내려올 때 지친 눈이 살며시 자리 잡았다. 눈 내린 자국들은 어릴 적 눈만 내리면 몽둥이 하나 들고 산토끼 잡으러 인근 산으로 달려갔던 나의 어린 옛 추억이 중첩(重疊)된다. 잡으러 간 토끼는 구경도 못하고 손과 얼굴이 동상에 걸린 듯 빨개져 있지만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눈 덮힌 벤치>


   금곡영화마을을 출발하여 산소길을 따라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괴정마을에 도착하니 오전이 훌쩍 지났다. 백련동 편백농원에서 푸짐하게 차려 놓은 음식으로 점심을 하고 바로 <카페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 창립 4주년 기념식을 거행한다.

<4주년 기념 케익>


   케이크 커팅과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이 이어지는데, 유공자 명단에 나도 끼어 있었다. 참여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데 길 따라 같이 걸으며 다녀온 길을 되짚어 써 올린 후기 때문이란다. 직장 그만두고 사회에 나와 처음 받아보는 상이다. 그간 받았던 어느 상 보다 더 따뜻하고 가슴이 벅차 눈물이 살짝 고인다. 함께 한 모든 회원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상장과 상품>


   다시 괴암마을에서 오후 산행을 다시 시작하여 소복하게 쌓인 편백나무 숲 눈길을 따라 대덕마을 주차장 까지 힘을 쏟는다. 모든 것이 새롭게 출발하는 힘찬 발걸음이었다.

      <카페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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