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울둘레길을 걸으며(첫 번째)

와야 세상걷기 2017. 1. 19. 01:23


서울둘레길을 걸으며(첫 번째)

(도봉산역당고개역, 2017117)

瓦也 정유순

   매월 세 번째 주 화요일이면 옛날 직장에서 같이 동고동락했던 선·후배들과 호연지기를 해왔는데, 작년 12월에 결정한대로 새해에는 서울둘레길을 1코스부터 8코스까지 완주하기 위해 그 첫 출발점인 지하철7호선 도봉산역에서 모여 대장정을 시작한다.

<서울둘레길 1코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에 위치한 도봉산역은 서울과 경기도 의정부와 양주시에 걸쳐 있는 도봉산(740)이 바로 옆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경원선의 보통역(198692일 영업을 개시)이며, 광역전철 1호선과 7호선이 개통되면서 서울북부권역의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도봉산역>


   서울둘레길은 한양 외사산(外四山)인 용마산(, 348), 덕양산(, 125), 관악산(, 629), 북한산(또는 삼각산, , 837)을 기준으로 연결한 길로 총 8코스 157로 이루어 졌는데, 지금의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와 근접한 길들이다. 한양도성의 내사산(內四山)은 서울(한양)도성의 동서남북 기준점이 되는 곳으로 동쪽으로 낙산(駱山, 또는 타락산), 서쪽으로 인왕산(仁王山), 남쪽으로는 남산(南山, 또는 목멱산), 북쪽으로는 북악산(北岳山, 또는 백악산)이 있다.

<경조오부도>


   도봉산역에서 우측으로 나오면 서울창포원이 나온다. 20096월에 개장한 서울창포원에는 세계 4대 꽃 중의 하나로 꼽히는 붓꽃(Iris)이 가득한 특수식물원이다. 52,417의 넓은 면적에 붓꽃원, 약용식물원, 습지원 등 12개의 테마로 구분하여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겨울이라 잎이 말라있는 동면기라 그런지 넓은 공터만 보인다. 붓꽃과 창포가 피는 56월에 오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 같다.

<서울창포원>


   서울창포원에 마련된 서울둘레길 시발점에서 안내지도와 스탬프 북에 첫 도장을 찍고 대장정에 나선다. 창포원 바로 앞에는 중랑천(中浪川)이 유유히 흐른다. 중랑천은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원하여 의정부를 지나 남류(南流)하여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오염이 심해 생명이 살 수 없는 하천이었으나 지금은 잉어가 뛰어 놀고 새들이 먹이를 찾아 몰려오는 서울시민들의 친근한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중랑천 상류>


   중랑천 상도교를 건너 데크길로 접어들면 수락리버시티공원이 나온다.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소하천을 경계로 하여 남·북으로 경기도 의정부시와 서울 노원구로 나누어 북쪽에 있는 수락리버시티아파트 1·2단지는 의정부시이고, 남쪽에 있는 3·4단지는 서울시 노원구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행정관할이면서도 생활권과 학군을 서울로 하는 묘한 지역이다.

<수락리버시티공원 지도>


   의정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도로(동일로) 육교를 지나 수락산 입구인 팔각정에 도착하니 맞은편 도봉산이 거인처럼 다가온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과 경기도 의정부시 및 남양주시 별내면(別內面)의 경계에 있는 수락산(水落山, 638)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에서 물이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서 따온 이름이다. 휴일이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붐비는 산으로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지만 암벽이 많아 등산에는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도봉산>

   그리고 수양대군이 계유정란(癸酉靖亂)을 일으켜 조카인 어린 단종(端宗)을 폐위 시키고 왕위를 찬탈하자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수락산 석림사계곡으로 들어와 은거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또한 세속적 욕망과 타협하지 않고 자유정신을 지키며, 진솔한 삶에 대한 애정과 현실극복의 정신을 보여 줬던 천상병시인의 자취가 어린 곳으로 노원골에는 <시인 천상병 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수락산-네이버 캡쳐>


   수락·불암산 둘레길에는 바위길이란 특이한 길이 있다. 다양한 형상의 바위에서 동화적인 상상력을 끌어내어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선박모양을 닮아 이름 지어진 배바위, 고래를 닮은 고래바위, 수락산의 생태계를 지켜주다 채석으로 자연이 파괴되자 홀연히 떠나버린 거인의 발자국이 새겨진 거인발자국바위들이 열 지어 있는 길을 걸으면서 수락산이 자아내는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 볼 수 있는 길이다.

<거인발자국 바위>


   그러나 수락산은 196070년대에 경제개발시대에 왕성하게 벌어졌던 토목공사에 골재(骨材)를 공급하기 위해 살 같은 암반을 떼어 줘야 했던 채석장(採石場)이 유명한 곳이다. 1910년대 까지 채석을 한 후 깊은 상처를 않고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오다가 깨진 돌들을 모아 층층이 축대를 쌓았고 돌길도 만들었으며, 원형광장 모형의 광장도 조성하는 등 사후 정리에 정성을 들여 색 다른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채석장 터>


   오늘은 채석장을 지나 서울둘레길 1코스 중간지점인 당고개역으로 내려와 마감한다.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완주하고 싶은 욕심도 있으나 이제는 나이와 능력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같이 동행했던 일행들과 뒤풀이를 하면서 기왕에 시작한 것 서둘지 말고 시간에 쫓기지 말고 차분하게 끝을 맺자고 다짐해 본다.

<북한산>

<미세먼지로 흐려진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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