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찾은 백령도(2)

와야 정유순 2022. 5. 19. 05:35

다시 찾은 백령도(2)

(2022 5 911)

瓦也 정유순

 

  황해남도 옹진군에서 솟아오른 찬란한 일출에 조반을 챙기고 어제 걸음을 멈추었던 백령면 남포리 오군포로 내려가는 길목으로 이동하여 콩돌로를 따라 발걸음은 백령도의 남쪽해안 쪽으로 들어선다. 저 멀리 장촌포구가 미세먼지에 희미하지만 으름 꽃은 잎 사이에 얼굴을 감추며 수줍음을 탄다. 한국의 바나나로 불리는 으름은 모양도 바나나와 비슷하지만 색깔이 옅은 황토 빛이며 길이가 짧고 껍질을 까면 씨앗이 들어 있다. 으름은 항염(抗炎)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으름 꽃>

 

  고개를 하나 넘으니 장촌포구길이 시작된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지만 차도를 따라 걷고, 고개 하나를 넘어 구불거리는 차도를 따라 오르막길을 걷는데, 멀리 콩돌해안 끝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바다에 솟은 작은 바위섬에 파도는 부딪혀 부서지지만 바위는 끄떡도 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이렇게 걸어 발길은 장촌포구를 지나 용틀임바위가 있는 <남포리습곡구조(南浦里褶曲構造)>에 당도한다

<용틀임바위>

 

<습곡해안전망대>

 

  천연기념물(507)로 지정된 이곳 습곡구조는 크기가 높이 약 50m, 길이 약 80m에 이른다. 지층은 고생대 말기에서 중생대 초기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폭넓게 일어난 지각변동에 의해 형성된 습곡구조로 이곳의 습곡은 단층 및 습곡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나 우리나라의 지각변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하 깊숙한 곳에 습곡이 생겼다가 지각이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아 차차 솟아올라 지금과 같은 지형이 갖춰진다

<남포리 습곡구조>
 

  습곡구조는 땅이 양옆에서 힘을 받아 물결처럼 휘어진 것을 말한다. 지층이 위로 구부러져 올라간 부분이 배사(背斜), 아래로 구부러져 내려간 부분이 향사(向斜). 향사와 배사는 습곡축면을 중심으로 한 습곡현상의 하나인 <용트림바위>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바위 스스로가 하늘을 향해 나선처럼 꼬며 올라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남포리 습곡구조>

 

  남포리습곡구조 전망대로 올라가는 바위 주변으로는 갈매기와 가마우지의 서식지이기도 하여 갈매기가 무리지어 진을 치고, 가마우지도 눈에 띈다. 갈매기는 털에 기름기가 많아 웬만한 곳에서도 둥지를 틀고 부화를 한다. 가마우지는 잠수능력이 뛰어나 먹이 선점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번식은 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암초나 바위 절벽의 층을 이룬 오목한 곳에 마른풀이나 해초를 이용하여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부화를 한다

<갈매기 부화>

 

  전망대에서 내려와 해안경계를 위해 파놓은 방공호를 따라 습곡구조 언덕 위로 올라간다. 백령도는 서해최북단이며 접경지역으로 섬 전체를 하나의 군사시설로 보아야 한다. 바다를 지키는 군인들은 어딘가에서 평화롭게 걷고 있는 우리를 지켜보며 훈련과 경계를 개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철조망 쳐진 곳에는 이곳에 온 방문객을 환영하는 문구와 도움이 필요할 때 <부름종>의 신호단추를 누르면 안전지역으로 안내한다는 안내판을 세워 놨다. 이런 곳에 오면 총부리부터 만나야 했던 옛날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방공호를 따라>

 

  방공호와 철조망을 따라 한참을 가다가 갑자기 길이 막혀 해안 출입문으로 들어가니 갈매기의 낙원이다. 갈매기 노랫소리에 세상 시름 잊어버리고 도끼 날 같은 짱돌이 하늘을 보고 날을 세울 때 자갈밭의 길 없는 길을 더듬으며 앞으로 헤쳐 나간다. 때로는 절벽을 부여잡고 네 발로 설설 기어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당도한 곳이 백령면 연화2리 중화동마을이다

<길이 아닌 절벽을 타고>

 

<연화2리 중화동마을>

 

  이곳 연화리 중화동에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이며, 백령도에 있는 모든 교회의 모교회(母敎會) <중화동교회>가 있다. 한국기독교의 역사는 19세기 말인 선교의 물결이 밀려올 때인 1898년 백령진의 참사(參事)벼슬을 지냈던 허득(許得)이 이곳에 유배 온 김성진, 황학성, 장지영 등과 함께 한학서당에 1898년에 교회를 설립하고, 1899년에 황해도 소래교회의 도움을 받아 초가 6(39.6) 규모로 지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무궁화나무가 있었는데 죽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중화동교회>

 

  중화동마을은 순례길 종점이라 다시 포구 쪽으로 나와 백령남로를 따라 <천안함위령탑>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지도상으로는 고개 하나 넘으면 바로 닿을 것 같았으나 길이 없어 큰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는데 지나가던 트럭 한 대가 멈추며 도반들을 태워 천안함위령탑 입구까지 태워다 준다. 비록 짐칸에 몸을 의지했지만 백령도 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이 너른 들녘처럼 넓게 베어 나온다. 족히 십리가 넘는 고갯길을 절약했다

<트럭을 타고>

 

  천안함위령탑은 2010 3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초계정(哨戒艇)인 천안함이 뇌격으로 침몰하여 우리 해병장병 46명이 희생된 것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하여 건립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제기된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국토방위의무를 수행하다가 꽃다운 생명들이 희생된 것에 대하여는 이유 불문하고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머리 숙여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천안함 위령탑>

 

  위령탑 입구를 출발하여 백령도 서안 제방 길을 따라 백령도 최북단의 약 9의 도로를 걸어 연화리에 있는 두무진으로 향한다. 오후 두 시 조금 지나서 두무진 포구에 도착하여 오후 4시 해상유람선 배표를 구입한 후 여유 시간이 있어 <두무비경길>로 들어선다. 두무진항은 어선과 해안유람선이 함께 기항하는 곳이며, 백령도의 특산물인 까나리가 출하되는 곳이다

<두무진항>

 

  백령도 최북단에 있는 두무진은 인천에서 서북쪽으로 228.8, 황해도 서쪽 끝인 장산곶과는 불과 12 밖에 안 된다. 장군머리와 같은 형상이라 두무진(頭武津)이라 했다는 전설이 있으며, 수억 년 동안 파도에 의해서 이루어진 병풍같이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어 동해의 금강산 만물상과 비슷하여 일명 해금강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두무진 기암>

 

<두무진 기암>

 

  두무진항 왼쪽 옆으로 두무진 가는 입구를 지나 숲속 오솔길을 올라가면 언덕 마루에 통일기원비가 있다. 두무진은 자연의 인고를 보여주는 대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는 해상관광지로 12억년의 풍파를 거쳐 온 기암괴석의 장엄함과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경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며, 신비와 천혜의 경관을 보면서 백령도 도보여행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형제바위>

 

  명승(8)으로 지정된 두무진 암석에는 물결무늬 자국과 폭풍에 의해 생기는 작은 구릉 같은 퇴적구조가 발견되는데, 이는 수심 50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곳 암석은 무려 10억 년 전에 모래가 바다에서 퇴적되었던 것이 깊은 땅 속에 묻혀서 강한 압력을 받아 규암(硅巖)으로 변한 다음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다양한 변화를 받았음에도 퇴적 당시의 모습을 간직함은 물론 아름다운 경관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두무진 선대암>

 

  두무진 절경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걸어서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도보로 갈 수 없는 곳은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선상관찰을 한다. 배 안에서는 선장의 구수한 목소리로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신선대, 선대암, 형제바위 등 온갖 형상의 바위가 바다를 향해 늘어서 있는 모습들에 대하여 설명을 듣는다. 배가 나가는 방향으로 왼쪽 자리에 앉은 사람은 설명을 들으며 구경을 잘 할 수 있다. 이것도 하나의 행운이련가… 

<코끼리바위>

 

  도보 도중에 매식 할 만한 식당이 없어 점심때를 넘겨야 했고, 몇 사람이 가져온 간식으로 요기를 했으나 허기를 채우지는 못했다. 두무진을 도보로 돌아보고 유람선에 승선하기 전에 마침 백령도에 사시는 지인께서 닭튀김과 맥주를 포함한 음료수를 준비해 와 뜻하지 않은 길거리 성찬(盛饌)을 하였다. 중화동마을에서 천안함위령탑 입구까지 트럭을 태워주신 어르신과 함께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두무진 기암>

 

<두무진 기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