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축령산-화이트크리스마스

와야 정유순 2016. 12. 28. 00:12

축령산-화이트크리스마스

(20161224)

瓦也 정유순

   어제 서울에는 진눈개비가 내려서 눈이 안 쌓여 있겠지 하며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이젠을 넣지 않았다. 그러나 축령산(祝靈山, 886) 등산로 입구인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내일이 예수님이 탄생한 성탄절이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다. 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치유의 숲 안내>

<잣향기 푸른숲 안내도>


   입구에서는 겨울장비가 없으면 입산을 제한한다고 하는데, 준비해 왔다고 둘러대면서 눈길을 따라 뽀드득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를 내며 조심조심 걷는다. 바람에 날릴 것 같은 눈 위를 걸을 때는 휴정 서산대사(休靜 西山大師)의 오언절구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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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에는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걷지 마라

(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취는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축령산 입구>

 <잣나무 숲길>

 

   잣향기목공방 앞으로 하여 꽃향기 길을 따라 사방(砂防)댐으로 올라가는 축령산순환임도에는 누구도 밟지 않은 눈길이 길 따라 쌓여 있고, 옆의 수목들은 자연의 손길로 만들어진 상고대가 발목을 잡는다. 마치 전북 무주의 덕유산 향적봉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상고대>

<상고대 앞에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콧노래로 부르며 눈길을 걷다가 몇 번인가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쪘지만 아픔보다도 백설(白雪)이 주는 즐거움이 더 컸다. 그래도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살얼음판을 걸어가듯 올라가니 꽁꽁 언 물위에 흰 눈이 덮어 있는 물가두기 사방댐에 당도한다.

<축령산 사방댐>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의 축령산도 있지만,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에 걸쳐 있는 축령산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관련된 지명 유래가 전해진다. 왕으로 오르기 전에 사냥을 와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짐승 한 마리 잡을 수가 없었는데, 함께 참여한 몰이꾼들이 이 산은 신령한 산이라 필히 고사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고사를 지낸 후 멧돼지 5마리를 잡았다 하여 축령산(祝靈山)이라 부른다고 한다.

<축령산 상고대>


   또한 조선시대 남이장군이 심신을 단련했다는 남이바위를 비롯한 수리바위 등 기암기석이 있다고 하는데, 눈 길 때문에 찾아 가지 못했다. 그러나 잣나무 숲이 울창한 축령산은 맑은 공기와 계곡마다 졸졸졸 흐르는 깨끗한 물이 있어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스스로 힐링 할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이 있어 너무 좋았다.

<축령산 바위의 고드름>


   사방댐 우측으로 우회하여 새소리길을 따라 올라가다 엉덩방아를 다시 찧으며 내려와 기체조장을 지나 화전민마을로 내려온다. 화전민마을은 잣 향기 푸른 숲 산촌체험을 목적으로 화전민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주기 위해 화전 밭을 일구었던 옛터에 너와집과 귀틀집, 초정, 물레방아 등을 전시가옥으로 재현해 놓았다.

<너와집>


   너와집은 전면 3, 측면 3칸의 자 겹집으로 9칸 집이다. 지붕 형태는 너와(소나무 판자)를 얹은 합각지붕이며, 내부 구조는 안방, 규방, 건넛방, 사랑방, 부엌, 외양간, 봉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랑방 앞쪽으로 외양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너와집은 산간지역에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거주형태로 날씨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항온항습(恒溫恒濕) 효과가 뛰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너와집 내부>


   전면 4칸의 귀틀집은 통나무를 우물 정()자 모양으로 귀를 맞추어 귀틀 방식으로 쌓아올려서 벽을 만들고, 그 틈 사이에 흙으로 메워 벽체를 만든 집을 말한다. 지붕은 짚, 굴피 등으로 마감하였다. 산간지방에서 목재만 있으면 정교한 기술이나 도구가 없어도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과거 화전민들 사이에는 널리 이용되었다고 한다.

<귀틀집>


   화전민마을에서 처음 올라갔던 자리로 다시 돌아와 축령산 겨울산행을 마감한다. 요즈음은 지구온난화로 좀처럼 쌓인 눈을 보기도 힘들지만 겨울 산행 장비를 갖추지 못하여 몇 번이고 미끄러졌어도 그 때마다 징글벨’ ‘화이트크리스마스등 크리스마스 케롤을 콧노래로 부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즐거운 겨울을 맞이했다.

<축령백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