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누리 길과 광명동굴
(2016년 5월 14일)
瓦也 정유순
가까운 곳에 살면서 막연하게 언젠가는 가보겠지 하면서 게으름 피우다가 더 소홀이 하게 되고, 속속들이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웃이다.
<광명시민의 탑>
광명시는 내가 10년 이상 살고 있는 안양시와 하천(안양천)을 경계로 인접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은 북쪽인 철산동과 광명동은 서울 인구가 팽창하면서 유입된 인구로 일찍이 도시화로 진전된 곳이고, 남쪽의 소하리는 모 자동차공장이 터를 잡으면서 도시화가 되었는데, 가운데 구름산과 도덕산이 가로 막아 서로 다른 생활문화권을 유지하다가 하나의 시로 통합되면서 하나의 행정권으로 되었다고 알고 있다.
<광명시민의 탑 해설>
오늘은 전철1호선 금천구청역에서부터 구름산입구인 광명보건소 앞 까지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광명누리길 장정에 오른다. “사람중심 행복도시 광명”이라는 슬로건 때문인지 거리는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보건소 앞에서 숨을 고른 후 데크로 된 계단을 따라 누리 길로 접어든다.
<광명시 육교>
금당이광장 쪽으로 하여 광명동굴 가는 길에는 짙어가는 녹음 아래 아카시꽃과 더불어 찔레꽃 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구름산 정상으로 올라가자는 내 마음의 유혹을 뿌리치며 광명동굴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으로 간다. 중간에 때가 되어 그늘 좋은 곳에서 각자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아카시 꽃>
골짜기 몇 구비를 넘어 한참을 오니 주변에 철조망을 쳐놓아 접근을 불허한다. “접근금지” 표시판으로 보아 군 부대가 위치하여 민간인의 출입과 접근을 막아 놓은 것 같은데, 아래 마을 고샅길로 난 길은 지나가는 사람이나 마을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 차라리 마을 밖으로 한 바퀴 더 돌아가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길을 단축하려 했는지 남의 집 안방을 지나는 기분이다.
<광명시 동쪽 풍경 (멀리 서울금천구 시흥쪽)>
몇 구비 능선을 지나 하얀 꽃 마가렛이 만발한 서독산 갈림길 지점에서 코끼리차가 통행하는 ‘도고내고개’를 넘으니 붉은색으로 치장한 광명시자원회수시설이 눈에 띠고 동굴요정 ‘아이샤와 친구들’이란 안내판과 함께 광명동굴이 기다린다.
<코끼리 차>
<자원회수 시설>
지금부터 20여 년 전, 서울의 모 중앙일간지에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폐 금속광산 주변 농산물 중금속 오염 심각”이란 기사가 사회면 톱뉴스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이 기사로 인하여 농산물의 판로가 막혀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며 해당 신문사와 기사를 쓴 기자에게 강력 항의하던 모습이 선하다. 그 당시 정부에서도 광명의 가학광산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국에 산재해 있는 폐 금속광산 주변의 농지와 농산물에 중금속 함유량이 잔류허용기준치보다 훨씬 높아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때이다.
<광명동굴 길 표지석>
그 때부터 폐 금속광산지역에 대한 복구 및 복원에 대한 관심이 표면화 되었고, 2000년도에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대책을 강구 하여 정부에서도 예산을 확보해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담당 지자체에서도 지역의 특색에 맞게 복원대책을 추진하게 되었다.
<마가렛 꽃>
광명의 가학광산(원명은 시흥광산)은 수도권의 유일한 금속광산으로 1912년에 개장하여 해방 후 1972년 까지 금(金) 은(銀) 동(銅) 아연(亞鉛) 등 금속(金屬) 광물을 채굴하다가 폐광한 후 소래포구의 새우젓 등을 숙성 보관하는 저장고로 이용되다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금속광물의 매장량이 상당히 묻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아이샤와 친구들>
구입한 입장권을 가지고 광명동굴로 들어가는데 ‘폐광의 기적’이란 전광판이 옛 광부들이 동굴 벽에 낙서한 글과 ‘어둠을 이겨내고 숨 가쁘게 오르내리던 그들의 생생한 발걸음의 흔적’이 황금동굴로 변신하여 어둠을 환하게 밝힌다.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간직한 가학광산이 광명동굴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광물을 캐내던 역사의 흔적만 남아있고, 광부들의 숨소리는 구경하는 사람들의 감탄소리로, 금덩어리는 아름다운 오색찬란한 빛으로, 바위를 뚫던 드릴소리는 감미로운 선율로 바뀌어 동굴의 빈 공간을 꽉 채운다.
<폐광의 기적 전광판>
<동굴 입구>
<동굴 입구>
<황금 동굴>
동굴예술의 전당, 동굴 아쿠아월드, 황금길, 장뇌삼 수경재베, 소원을 적어 걸어 놓는 공간, 황금궁전, 동굴 지하세계, 건강만세 불로장생 계단, 새우젓 저장고, 와인동굴 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더욱이 “휙휙 호이호이 아이 샤∼” 소원을 이루는 동굴요정 아이샤의 주문이 마음에 든다.
<새우젓 이야기>
<용 조형물>
<황금궁전>
<동굴지하 호수>
광명동굴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에 몰두하다가 다시 광명보건소로 가는 누리길로 나온다. 동굴 입구에서 진입하는 곳이 공사 중으로 안내표시가 처음 온 사람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아카시 꽃향에 취하고 돌아 나오는 길이라 그런지 오르고 내리는 길이 힘이 덜 든다. 영회원(永懷園)이란 팻말이 자꾸 눈에 띠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조선조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 빈(嬪) 강(姜)씨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전지식이 없어 알아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다음에 오면 잊지 말고 꼭 찾아보아야겠다.
<광명누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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