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찾은 백령도(3)

와야 정유순 2022. 5. 20. 12:03

다시 찾은 백령도(3)

(2022 5 911)

瓦也 정유순

 

  오늘은 백령도에서 마지막 날이다. 인천으로 오후 1 30분에 출발하는 여객선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정오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여 숨 가쁘게 심청각으로 올라간다. 심청각(沈淸閣)은 대표적인 전래소설인 심청전 중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몸을 던진 인당수와 심청이가 환생했다는 연봉바위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있다

<심청각>
 

  이를 기리기 위해 심청각을 건립하여 전통문화를 발굴, 계승함과 아울러 사상을 함향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망향의 아픔을 가진 실향민에게 고향을 그리는 대책사업으로 심청이 환생장면 등을 전시하며, 심청전에 관련된 판소리, 영화대본, 고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효는 모든 행동의 근본[효백행지본(孝百行之本)]”이라고 했던가! 핵가족화 되는 과정에서 잃어가는 효의 근본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효녀 심청상>

 

  심청이 나서 자란 곳과 죽었다가 살아난 곳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황주 도화동 인당수로 알려져 있다. ‘황주는 황해도에 있으며, 심청이 빠져 죽었다가 살아난 곳은 인당수는 장산곶과 백령도 중간쯤 되는 바다로 물살이 빠르고 센 곳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물고기를 잡던 어부나 이곳을 오가던 뱃사람들은 이곳을 인당수라 했다

<심청각에서 본 장산곶>

 

  황해도 서쪽 해안의 38선 위쪽에 서쪽으로 길게 뻗은 장산곶에서 남쪽으로 약 17km 떨어진 곳에 백령도가 있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효녀 심청이 인당수에 빠졌다가 연꽃을 타고 물 위로 떠올라 남쪽으로 떠내려 오다가 백령도 남쪽 남포리습곡에 있는 바위섬인 연봉바위에 걸린 것을 뱃사람들이 보고 임금님께 바쳤는데, 연꽃에서 나온 심청이 왕비가 되었다는 내용의 심청전설, 북한의 황해도 옹진, 장연 지역에서도 전해왔다

<연봉바위>

 

  백령도에서 북쪽을 보면, 바닷물이 유난히 넘실거리는 인당수가 보이고, 남쪽에는 연봉바위가 있다. 서쪽에는 심청을 태운 연꽃이 떠내려 와서 바닷가에 연밥을 떨어뜨렸는데, 그 연밥이 싹이 터서 지금도 연꽃이 핀다는 연화리(蓮花里)가 보인다. 심청각은 이곳 주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백령도가 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임을 알려주는 한편, 심청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을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곳이다. 불가에서는 연꽃을 하나의 완성을 의미한다는데, 심청이 연꽃으로 환생했다는 것은 효의 완성이 아닌가.

<연화2리경로당>

 

  북한 땅을 바라보며 해안으로 내려오던 길이 군사작전 통제로 시내로 다시 내려오다 도로와 논길을 따라가면 진촌리 현무암(玄武岩)지대다. 이곳의 검은 현무암 속에는 녹색이나 노란색의 작은 암석조각이 발견되는데, 이는 지하 수십에 있던 감람암(橄欖岩)이 상승하는 마그마에 잡혀서 올라온 것이다. 이런 암석은 인간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지각 깊은 곳에 있는 물질로 지상에서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소로, 이곳처럼 넓고 다양한 분포를 보이는 곳이 희귀하여 천연기념물(393)로 지정되었다

<현무암지대-2018년11월>

 

<감람암-2018년11월>

 

  이른 아침부터 백령도에 사시는 지인과 지질공원해설사께서 하늬해변으로 나오셔서 안내해 주신다. 현무암과 감람암, 바다 건너 황해도 땅과 그 앞에 떠있는 월내도, 월내도 앞의 점처럼 찍혀 있는 물범바위 등 주변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철조망 바다 쪽 해안에는 용치(龍齒)라는 철창(鐵槍)이 바다를 향해 60°각도로 서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이라는 뜻이며, 이 철창은 대간첩작전의 하나로 해안에 접근하는 적의 선박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해 주신다

<용치 - 2018년11월>

 

<하늬해변에서 해설사님과>

 

  물범바위에는 점박이물범이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해설사님께서 설치한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점박이물범은 물범과의 해양포유류로 몸은 은회색 털로 덮여 있으며 불규칙한 검은 반점 무늬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사람 키와 비슷하나 몸무게는 훨씬 많이 나가지만, 물범류 중에는 소형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연안과 오호츠크해, 베링해에 이르는 북태평양 이북에 널리 분포한다.  300마리가 여름에 이곳에서 관찰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서식 환경 악화 등으로 멸종위기다

<망원렌즈로 보는 물범>

 

  물범바위는 백령도 해안에서 약 800정도 떨어진 곳으로 점박이 물범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연휴식공간이나 공간이 너무 좁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8 11월에 이곳 하늬해변에 새로운 물범쉼터를 만들었다. 쉼터는 1급 자연석을 차례로 쌓아올려 수면 위로 노출되는 면적 높이를 4단계로 차등을 두어 물범들이 밀물과 썰물에 맞춰 차례로 이용할 수 있게 설계하였다

<물범바위>

 

<하늬해변 - 2018년11월>
 

  물범바위 뒤의 월내도(月乃島)는 황해남도 용연군 오차진리의 남쪽 목세마을 앞 바다에 있는 섬으로 섬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전쟁 때 황해도의 다른 도서들과 함께 유엔군이 점령하였으나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으로 인계하였다. 달래가 많이 자라고 있어 달래도라고도 한다. 월내도에는 백령도를 공격하기 위한 북한의 군사 기지가 있어 2013년도에는 북한 김정은위원장이 제641군부대 산하 장거리포병 부대를 잇달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바 있다

<월내도>

 

<월내도와 황해남도 마을>

 

  다시 가까운 용기원산 <백령국토끝섬전망대>로 발길을 향했으나 인천행 승선 시간에 맞추기 위해 멀리서 바라만 보고 용기포신항으로 향한다. 2013 6월에 문을 연 <국토끝섬전망대>는 북녘 땅을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으로, 2층 전시실에는 백령도의 주요 관람할 곳이 전시되어 있다. 만약에 다시 백령도에 온다면 이곳에 먼저 들러 보고 싶은 곳을 꼼꼼히 챙기면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해설사께서 귀띔해 준다. 그리고 <끝섬>은 하나의 독립된 섬이었는데 풀등현상으로 지금은 백령도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끝섬>

 

  뒤돌아보면 바다 건너 멀리 장산곶이 보인다. 황해도 몽금포에서 남쪽으로 13지점에 있는 장산곶은 육지가 바다 쪽으로 돌출된 곳이다. 장산곶(長山串) 마루는 장산곶 제일 꼭대기로 해주(海州) 서쪽 92km 지점에 위치하며, 해식애의 발달로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송백(松柏)의 삼림이 아름답다고 한다. “장산곶 마루에 북 소리 나더니 금일(今日)도 상봉(上峯)에 임 만나 보겠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임 만나 보겠네]∼∼ 몽금포(夢浦)타령으로 당장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본다

<장산곶>

 

  백령도에서 이틀 밤을 자고 떠나지만 이곳 주민들의 직업이 주로 농업이란 사실에 의아해 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지만 6070%가 농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이유는 북방한계선(NLL) 때문에 백령도 사방 800m 이내로 어로 활동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분단 전까지만 해도 건너편 황해도 땅을 이웃집 다니듯이 드나들었던 넓은 생활권이었는데 이제 가 볼 수도 없는 땅이 되었다. 결국 분단은 주민들에게 직업마저도 농·어업에서 대부분 농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진촌리들녘>

 

<연화리 들녘>

 

  또 하나의 특징은 기독교인이 많다는 점이다. 주민의 7080%가량이 기독교 신자다. 인구가 5천여 명인데 교회는 무려 12개에 이른다. 조선시대 중국에 있던 선교사들은 바닷길을 이용해 백령도에 오게 되었으며, 백령도에는 1832년 선교사가 처음 들어와 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전쟁 때 공산당 치하에서도 중화동교회 등 모든 교회들이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중화동교회 바로 아래에는 초기 선교 역사박물관인 백령기독교역사관이 있다. ()

 

<백령기독교역사관 - 2018년11월>

 

<용기포신항 앞의 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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