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발해
백두산과 발해
瓦也 정유순
발해는 고구려가 667년에 멸망한 뒤 약30여년 후인 고구려사람 대조영에 의해 698년에 창건 된 나라이다. 빼앗겼던 고구려의 옛 땅을 전부 회복하고 지금 러시아의 동쪽인 연해주까지 그 영토를 확장하여 5경(京) 15부(部) 62주(州)를 거느린 강국이었으며, 일부 역사학자들은 신라를 남국으로 발해를 북국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발해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발전시켜 해동성국(海東盛國)이란 칭호를 받으며 15대에 걸쳐 228년간 이어 오다가 926년 거란족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발해의 멸망은 백두산의 화산이 분출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백두산의 화산폭발은 발해멸망 후 9년이 지난 935년경이라 하는데, 이미 그 이전부터 지진이 자주 발생하였고 화산징후가 여러 가지로 나타나자 백성들의 민심이 흉흉해져 조정의 힘을 약화시켰고, 그 틈새에 거란족이 밀고 들어와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발해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중국의 역사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아마 지진 등 천재지변(天災地變)에 의해 역사의 기록들이 땅 속에 매몰되어 찾을 수 가 없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들 역사의 자료가 부족한 것을 알고 중국은 소위 ‘동북공정’이라는 미명 아래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기들의 변방역사로 편입시켜 속국의 역사로 만들려고 억지를 부리는지 모르겠다. 실은 옛 고구려 땅을 차지하려는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한편으로는 거란족이 침입하기 전에 이미 폐허가 되어 싸우지 않고 쉽게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2010년의 봄은 유럽에 자연재앙이 발생하였다.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아이슬란드에는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섬으로 크고 작은 화산이 백여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중 작은 규모의 화산이 터졌다는 것이다. 분출되는 화산재는 시속 160km이상 되는 제트기류(jet氣流)를 타고 유럽대륙을 뒤 덮어 항공기의 운항이 한 달 이상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화산재에는 이산화황이라는 물질과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유리파편이 많이 섞여 있어 비행기의 엔진에 붙어 시동을 끄기 때문에 대형 사고를 불러 올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화산은 정상부위에 두껍게 덮여 있는 빙하들이 화산활동을 억제하여 휴화산형태로 오다가 최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기능이 약해져 발생할 수 있다는 지질학자도 있는데, 이번 화산도 빙하가 녹은 곳으로 폭발하였다고 한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며 1789년에 시작하여 약5년에 걸쳐 일어나 절대왕정을 무너트리고 근대 시민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프랑스시민혁명도 당시 아이슬란드 화산의 대폭발로 화산재구름이 하늘을 뒤 덮어 햇빛이 차단돼 흉년으로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화산이나 지진 등 자연재앙은 국가나 왕조를 무너트리고 사회의 구조를 변화 시키는 원인을 제공하는 구실을 하는가 보다.
그 당시의 상황이라면, 자연현상은 하늘의 뜻으로 받아 들였을 것이고. 하늘의 뜻은 바로 정치와 바로 연결하는 것이 백성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도 가뭄이 계속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임금이 정치를 잘못해서 그런다고 하여 임금 스스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기록들이 많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과학의 발달로 그 원인들이 속속 규명되어 정치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은 없으나, 그래도 가끔 ‘민심은 천심’이라며 자연현상과 현실정치를 연결하려고 하는 마음은 조상들의 피가 우리들의 가슴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이 화산폭발을 하려고 꿈틀대고 있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天池) 밑에서는 암석이 지열에 녹아 액체로 있는 마그마(magma)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빠르면 수년 내에 폭발할 것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아이슬란드의 화산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화산이 폭발하여 북풍을 타고 화산재가 내려온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한반도 전체가 그 영향권에 들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비행기 운항은 물론 안 될 것이고, 모든 산업시설과 생활에도 엄청난 피해가 올 것이다. 황사만 날아와도 피해가 크다고 하는데 비교가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백두산의 지질정보를 현재는 중국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백두산 근처에 화산활동을 탐지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여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발해의 멸망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머니의 긴 침묵은 자식들의 불행을 예감할 때 시작된다고 한다. 웃음기가 사라진 그 침묵은 자연이 침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화산폭발, 그리고 이상기후는 이미 오래전에 침묵으로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는지도 모른다. 자식이 어머니의 침묵의 뜻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처럼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우리 몸도 큰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신호가 올 때 대비하면 예방이나 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무엇이 신호이고 경고인지 잘 분별할 때가 온 것 같다.
<백두산 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