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황매산 철쭉제에 비바람 몰아치고

와야 세상걷기 2016. 5. 5. 21:34

황매산 철쭉제에 비바람 몰아치고

(201653)

瓦也 정유순

  소백산, 지리산바래봉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철쭉 명승지의 하나인 황매산(黃梅山)을 찾아간다. 황매산(1,108m)은 경상남도 산청군 차황면(車黃面)과 합천군 대병면(大幷面)과 가회면(佳會面)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매년 5월이면 철쭉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세찬 비바람을 뚫고 설레는 마음으로 네 시간 이상을 버스로 달려 왔다.


   당초 계획은 산청군 차황면 장박마을에서 출발하여 너배기쉼터를 경유하여 황매산 정상에 올랐다가 철쭉군락지를 감상하고 합천군 가회면 덕만주차장으로 잡혔으나, 부득이 계획을 바꿔 바로 덕만주차장에서 철쭉군락지와 황매산을 밟고 다시 내려오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빗소리와 어우러져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오늘따라 더 크게 들린다.


​<황매산 계곡-흑진주님>


​<황매산 가는 우장행렬-석계님>

   황매산은 동남쪽으로 기암절벽이 형성되어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정상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활짝 핀 매화꽃 속에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듯 느낌이 온다고 해서 황매산이라 부른다. 그리고 황()은 오방색(五方色, 黃 赤 黑 白 靑) 중 우주의 중앙을 나타내는 토()에 해당하고, ()는 사군자(四君子) 중 지조를 나타낸다고 한다.


​<황매산>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가는 시간이 도보로 1시간정도 걸린다. 계속 올라가는 코스로 자동차 길과 인도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고, 택시와 셔틀버스가 계속 운행하는데, 단돈 이 천원 소리가 오늘 따라 왜 이리 가슴에 와 닿는지 모를 일이나, 비바람을 맞으며 두발로 걸어간다. 가는 길 중간 지점에는 열매가 맺으면 봉황(鳳凰)이 와서 따 먹는다는 오동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꽃을 피운고, 황매산법연사(法然寺) 가는 길엔 연등이 늘어섰다.


<황매산 오동나무꽃>


<황매산 법연사>

   행사장에는 행사용 텐트가 마련되어 있고, 마을주민들이 나와 식사와 음료를 팔고 있는데, 이곳 특유의 탁주 한 사발과 장터국밥으로 점심을 하고 나오는데 빗방울은 잦아들고, 하늘의 구름은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총알보다 더 빠르게 달려간다. 철쭉동산으로 가는 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훤히 길이 열리고 분홍색 꽃들은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여념이 없다.


<철쭉동산>

   가운데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제1군락지와 제2군락지의 중간 길로 꽃길을 가로질러 정상마루까지 올라간 후 우측 제2군락지 방향 황매산 정상가는 길로 접어든다. 고지대라서 그런지 꽃망울은 전체의 반 정도만 피었고 나머지는 늦게 오는 손님을 맞이하려고 준비 중인가 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가야할 황매산 봉우리는 구름에 가려 얼굴 보기가 힘들다.


<구름에 가린 황매산>

   한 걸음 한걸음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의 저항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황매산철쭉제단 앞까지 가는데 세찬바람이 몰아쳐 몸도 추워지는 것 같다. 바람 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철쭉은 바람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예쁜 자태만 뽐낸다. 바람의 저항을 줄이려 게걸음으로 가는데도, 모자는 자꾸 바람 따라 허공으로 나르려고 애를 쓴다.



   조심스레 철쭉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돌로 쌓은 황매산성(黃梅山城)’이 나오고 팔작지붕으로 날렵하게 처마 끝이 올라간 누각(樓閣)에 올라서니 황매산 정상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누각에서 내려와 위로 가는 길목에는 반으로 갈라진 바위 앞에 황매산제단이 자리하고, 산성주변의 철쭉은 햇빛을 받아 분홍색을 더한다.


<황매산성 누각>


<황매산 제단>


<황매산 철쭉>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면 서너 발 뒤로 밀리는 바람의 위력 앞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정상 전방 800여 미터 지점에서 바람에 밀려 뒤로 돌아 아래로 내려온다. 자연의 힘을 어찌 거역하랴하늘 뜻에 순행하는 자는 흥하고, 역행하는 자는 망한다(順天者 興 逆天者 亡)”는 옛말이 있지 아니한가. 내려오는 길목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촬영장 푯말이 나오는데, 오늘 황매산에 와서 태극기 대신 이 몸을 바람에 휘날린다.


   천막촌으로 다시 내려와서 처음 올라갔던 길을 따라 마루 정상에서 왼쪽 제1군락지로 간다. 구름의 영향에 따라 빛이 밝았다가 다시 어두워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사람의 키를 감출 듯 큰 철쭉의 꽃밭 속에 난 길을 걸으며, 오늘 날씨만 좋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 남기며 결국은 택시에 몸을 싣고 버스가 기다리는 덕만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원래 바람이라는 것은 볼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것으로 실체를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느낌으로 좋은 바람인지, 나쁜 바람인지 판단할 뿐이다. 만약에 태풍보다 더 쌨던 황매산 바람을 사진으로라도 담을 수만 있었다면하는 엉뚱한 망상을 하면서, 오늘 다 보지 못한 황매산의 모습을 다시 와서 볼 것을 다짐하며 서운함을 달랜다.


  <홍매산의 바람-석계님>